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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혼

  • [어쩐지 그렇게 급하게 나한테 손을 쓰더라니, 함정에 구멍이 이렇게 많이 뚫려 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 [지금 들통나니까 여나경 핑계를 대면서 자기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고 있어. 그러면 진현이 마음이 약해져서 가벼운 처벌을 줄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진현은 자신이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분명히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마 김 비서한테 다시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몰라.]
  • [하하하, 급해서 아무렇게나 둘러댔나봐. 하지만 진현이 아무리 멍청해도 그 이유를 믿지는 않겠지.]
  • 하마터면 그녀의 말을 믿을뻔 했던 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는 머릿속으로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매번 소희가 그를 찾아왔을 때마다 김 비서 역시 그를 찾아와 항상 소란을 피웠었다. 하지만 김 비서는 늘 억울한 척하며 소희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었다.
  • 전에 진현은 항상 모든 것은 소희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문득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젠 김 비서가 미워졌다.
  • “경찰에 신고할 거야.”
  • 진현은 그녀에게 이유를 묻고 싶지 않았다.
  • 그 말에 김 비서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순간, 그녀는 온몸의 힘이 다 빠진 듯했다.
  • “진 대표님… 전… 대표님을 위해서였어요.”
  • “할 말 있으면 경찰서에서 해.”
  • 진현의 무자비함은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결국 가장 심각한 처리 방법을 선택했다.
  • “진현아.”
  • 김 비서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진현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했지만, 진현은 그녀를 밀어버렸다.
  • 그녀는 분노한 나머지 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 “소희 씨랑 이혼할 땐 여지를 남겨주면서 왜 나한테는 이렇게 모질게 대하는 거야? 나는 그동안 고생도 많이 하고 공로도 많이 세웠는데… 무엇보다 네 곁에서 10년을 일했어.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진현은 그제서야 그녀를 쳐다보았다.
  • “넌 내 와이프가 아니니까.”
  • 그 말 한마디에는 여러 가지 뜻이 숨겨져 있었다. 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 김 비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 얼마 후, 관련자들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소희 역시 경찰서로 잡혀갔다.
  • 그런 와중에도 강진우는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려 했다. 그는 김 비서가 그녀의 절친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었기 때문에 계속 그녀를 옹호했었다. 그 바람에 화가 난 강 이사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 다행히 증거가 확실해서 김 비서는 법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 마지막으로 김 비서를 만났을 때, 김 비서는 미친 듯이 소희에게 소리를 쳤다.
  • “여나경이 돌아오면 진현은 반드시 당신이랑 이혼할 거니까 너무 그렇게 기뻐하지 마.”
  • 이 얼마나 악의적인 발언인가? 하지만 소희는 제발 그러기만을 바랐다.
  • [정말? 그럼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네.]
  • ……
  • 소희는 3일 전에 타임슬립을 했었다.
  • 이유는 그녀가 저승사자에게 혼을 잘못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부모가 없기 때문에 시체를 빨리 처리할 수 있어 환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업무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타임 슬립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다.
  • 그 때문에 소희는 본연의 기억을 간직한 채 본연의 신분으로 타임 슬립을 하게 되었다.
  • 그녀는 원래 재벌가의 아가씨라서, 자립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임종 전에 그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외동딸이 친척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것을 염려하여 바로 절친한 가문인 진씨 가문에 그녀를 맡긴 것이었다.
  • 그녀를 불쌍하게 여긴 진씨 가문이 그녀를 친딸처럼 키웠었다.
  • 하지만 소희는 원래 변고를 당한데다 생각이 많고 예민한 탓에 진씨 가문과 잘 어울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현에게 첫눈에 반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진현의 집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을까 봐, 아예 진현에게 손을 댔었다.
  • 술에 취해서 같이 자다가 그를 덮쳤고, 진현은 그녀가 싫었지만 그녀가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그녀와 혼인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 이번 사건으로 소희는 며칠 동안 자신을 집안에 가뒀다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바람에 급사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 하지만 소희는 오자마자 원한을 사고 싶지 않았다. 비록 진현은 잘생기고 돈도 많지만, 그는 그저 바라볼 수만 있을 뿐 가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희는 계속 이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 전생에는 남자의 손도 못 잡았으니 이번 생은 어쨌든 자기 자신에게 뭔가 보상을 줘야 할 것만 같았다.
  • 그래서 어차피 마침 상대방이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는 틈을 타 돈 많은 사람과 이혼해서 단숨에 큰돈을 버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앞으로 먹고 입을 걱정은 없을 것이다.
  • 하지만 저승사자는 진현이 자발적으로 이혼하지 않는 한 소희는 원래의 몸을 대신해 이혼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이것이 이른바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원래의 몸은 죽어도 진현과 이혼할 수 없기 때문에.
  • 소희는 격하게 항의를 했지만,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보상으로 스캔들 시스템이라는 능력을 선사했다.
  •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실 진씨 가문의 성품에 따르면, 이런 생활도 유유적적한 것이 꽤 좋은 생활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만약 정말 참을 수 없다면 다른 남자를 찾아 한 번 즐기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 만약 누군가 그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녀는 진현이 남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핑계를 댈 생각이었다.
  • 하지만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 이번 모함은 이혼으로 판결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