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그렇게 급하게 나한테 손을 쓰더라니, 함정에 구멍이 이렇게 많이 뚫려 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지금 들통나니까 여나경 핑계를 대면서 자기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고 있어. 그러면 진현이 마음이 약해져서 가벼운 처벌을 줄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진현은 자신이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분명히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마 김 비서한테 다시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몰라.]
[하하하, 급해서 아무렇게나 둘러댔나봐. 하지만 진현이 아무리 멍청해도 그 이유를 믿지는 않겠지.]
하마터면 그녀의 말을 믿을뻔 했던 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으로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매번 소희가 그를 찾아왔을 때마다 김 비서 역시 그를 찾아와 항상 소란을 피웠었다. 하지만 김 비서는 늘 억울한 척하며 소희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었다.
전에 진현은 항상 모든 것은 소희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문득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젠 김 비서가 미워졌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진현은 그녀에게 이유를 묻고 싶지 않았다.
그 말에 김 비서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순간, 그녀는 온몸의 힘이 다 빠진 듯했다.
“진 대표님… 전… 대표님을 위해서였어요.”
“할 말 있으면 경찰서에서 해.”
진현의 무자비함은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결국 가장 심각한 처리 방법을 선택했다.
“진현아.”
김 비서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진현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했지만, 진현은 그녀를 밀어버렸다.
그녀는 분노한 나머지 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희 씨랑 이혼할 땐 여지를 남겨주면서 왜 나한테는 이렇게 모질게 대하는 거야? 나는 그동안 고생도 많이 하고 공로도 많이 세웠는데… 무엇보다 네 곁에서 10년을 일했어.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진현은 그제서야 그녀를 쳐다보았다.
“넌 내 와이프가 아니니까.”
그 말 한마디에는 여러 가지 뜻이 숨겨져 있었다. 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김 비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얼마 후, 관련자들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소희 역시 경찰서로 잡혀갔다.
그런 와중에도 강진우는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려 했다. 그는 김 비서가 그녀의 절친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었기 때문에 계속 그녀를 옹호했었다. 그 바람에 화가 난 강 이사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다행히 증거가 확실해서 김 비서는 법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김 비서를 만났을 때, 김 비서는 미친 듯이 소희에게 소리를 쳤다.
“여나경이 돌아오면 진현은 반드시 당신이랑 이혼할 거니까 너무 그렇게 기뻐하지 마.”
이 얼마나 악의적인 발언인가? 하지만 소희는 제발 그러기만을 바랐다.
[정말? 그럼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네.]
……
소희는 3일 전에 타임슬립을 했었다.
이유는 그녀가 저승사자에게 혼을 잘못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부모가 없기 때문에 시체를 빨리 처리할 수 있어 환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업무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타임 슬립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다.
그 때문에 소희는 본연의 기억을 간직한 채 본연의 신분으로 타임 슬립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원래 재벌가의 아가씨라서, 자립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임종 전에 그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외동딸이 친척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것을 염려하여 바로 절친한 가문인 진씨 가문에 그녀를 맡긴 것이었다.
그녀를 불쌍하게 여긴 진씨 가문이 그녀를 친딸처럼 키웠었다.
하지만 소희는 원래 변고를 당한데다 생각이 많고 예민한 탓에 진씨 가문과 잘 어울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현에게 첫눈에 반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진현의 집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을까 봐, 아예 진현에게 손을 댔었다.
술에 취해서 같이 자다가 그를 덮쳤고, 진현은 그녀가 싫었지만 그녀가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그녀와 혼인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소희는 며칠 동안 자신을 집안에 가뒀다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바람에 급사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희는 오자마자 원한을 사고 싶지 않았다. 비록 진현은 잘생기고 돈도 많지만, 그는 그저 바라볼 수만 있을 뿐 가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희는 계속 이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전생에는 남자의 손도 못 잡았으니 이번 생은 어쨌든 자기 자신에게 뭔가 보상을 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차피 마침 상대방이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는 틈을 타 돈 많은 사람과 이혼해서 단숨에 큰돈을 버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앞으로 먹고 입을 걱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진현이 자발적으로 이혼하지 않는 한 소희는 원래의 몸을 대신해 이혼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이것이 이른바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원래의 몸은 죽어도 진현과 이혼할 수 없기 때문에.
소희는 격하게 항의를 했지만,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보상으로 스캔들 시스템이라는 능력을 선사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실 진씨 가문의 성품에 따르면, 이런 생활도 유유적적한 것이 꽤 좋은 생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정말 참을 수 없다면 다른 남자를 찾아 한 번 즐기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 그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녀는 진현이 남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핑계를 댈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