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대표님은 오늘 이 여자를 지키기로 굳게 결심한 것 같군요. 전 지금 대표님께서 일부러 김 비서님한테 죄를 덮어씌우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비서는 라이벌 회사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없습니다. 이틀 동안 김 비서는 회사와 집에만 있었습니다.”
김 비서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으로는 진현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
“대표님께서 저를 믿지 않으신다면 모든 조사를 성실히 받겠습니다.”
일반적인 수사 절차대로라면 김 비서의 최근 행적과 손에 있는 전자기기를 전부 조사할 것이다.
조금 전 강진우의 말에서 김 비서가 상대방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비서가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김 비서는 확실히 아무런 약점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
설마 전자 장비에도 어떤 단서도 남아있지 않았단 말이야?
진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고민했다.
[김 비서가 왜 저렇게 당당한가 했더니 알고 보니 저렇게 꾸민 거군.]
진현은 곧장 귀를 쫑긋 세웠다. 보아하니 그가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빈틈없이 안배할 줄은 몰랐어.]
‘감탄만 하지 말고 어서 말해봐.’
[12일 아침에 e메일을 보냈어. 하지만 김 비서의 컴퓨터를 찾아보면 아무리 이미 삭제한 메일을 복구한다고 해도 찾을 수 없을 거야.]
그 말에 진현은 잠시 멈칫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왜냐하면 김 비서는 자기 컴퓨터로 메일을 보낸 게 아니라 강진우 그 멍청이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보냈기 때문이지. 강진우는 김 비서를 매우 신뢰해. 김 비서는 강진우의 사무실도 마음대로 들낙거리고 있어. 컴퓨터 비밀번호도 모두 김 비서의 생일이야. 이렇게 하면 설령 김 비서가 의심을 받는다고 해도 그녀의 컴퓨터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 만약 백번 양보해서 라이벌 회사가 폭로했다고 해도 조사 대상이 되는 사람은 강진우일 뿐이야.]
진현의 안색은 이미 완전히 굳어져있었다. 그는 차가운 시선을 김 비서로부터 강진우에게로 옮겼다.
[하지만, 허점이 하나 있어. 강진우는 회사에서 자신의 지위를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어.]
진현은 더욱 집중해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허점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소희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아냐. 내가 알고 있는 이런 비밀은 말할 수 없는 거야. 마지막에 진주 씨에게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만 조사할 수 있지, 김 비서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빨리 이 지루한 해프닝을 끝내고 싶어.]
진현은 눈빛이 약간 변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냉담한 콧소리를 냈다.
‘확실히 해프닝이긴 하지.’
“빨리 기술팀을 불러서 김 비서의 전자기기를 조사하도록 해.”
김 비서는 진현이 정말 그 자리에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원망스러운 듯 진현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배신자를 보는 눈빛과 같았다.
그때, 강진우는 얼굴을 붉히며 버럭 화를 냈다.
“정말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다니… 이건 김 비서의 인격을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하지만 진현의 싸늘한 카리스마와 차가운 시선에 강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김 비서에게 사과해야 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는 모두 울분이 가득했다.
이 소동은 회사 사람들의 관심을 잔뜩 끌었고 많은 이사들이 그를 찾아왔다.
아무래도 김 비서와 같은 고급 인력은 매우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그들도 진현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소희는 그의 곁에서 문제만 일으킬 뿐, 아무런 가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희는 없어도 되지만, 김 비서는 절대 없으면 안 되었다.
소희는 그들이 하나 둘씩 모여온 목적이 그저 가십거리가 생겨 구경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가십거리로 가득 찬 눈빛 좀 봐.’
어쨌든 한 명은 명목상 진현의 아내였고, 다른 한 명은 평소 여자를 가까이에 두지 않는 진현이 이렇게 오랫동안 곁에 두고, 사이가 각별한 김 비서였기 때문이었다.
이 배틀에는 누군가 베팅한 것 같았다. 여태까지 다른 사람의 가십을 즐기던 소희는 자신이 가십거리의 주인공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젠장. 나만 광대가 된 거잖아?’
소희는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진현을 노려보았다.
진현은 그런 소희의 원망에도 꼿꼿하게 서 있기만 했다. 하지만 그의 귓가는 소희의 잔소리로 윙윙거렸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가?’
곧이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심의 여지 없이 김 비서는 아무런 혐의도 없었다.
그러자 강진우는 당당하게 말했다.
“진 대표님. 아직도 소희 씨를 감싸고 싶은 겁니까?”
순간, 진현은 등뒤가 갑자기 따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표님. 이제 저를 믿으시겠어요?”
김 비서는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진현은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나서야 김 비서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차가운 시선에 김 비서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들은 이 일이 다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김 비서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뒤의 대형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진현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CCTV 영상이 바뀌었다. 그곳은 사실 강진우의 사무실 입구였고, 화면에는 김 비서가 강진우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