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아, 그러지 마.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린 가족이야. 너 할아버지가 이 일을 알고 얼마나 화나셨는지 알아... 그는 우리 자매가 이런 작은 일 때문에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아.”
서민이 서윤의 손을 잡아끌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감동하게 할 정도로 감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서윤아, 할아버지께서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너도 알잖아. 이번 일은 언니가 미안해. 이 언니랑 돌아가자! 그러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슬퍼하시겠어!”
서윤은 서민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가슴속의 처량함이 더 깊어졌다.
“할아버지? 너도 할아버지가 슬퍼하실 것을 알고 있었네? 알고 있었으면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어? 너 박희성이 내 남자친구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다니, 그때는 왜 할아버지가 슬퍼하실 것을 생각하지 않았어?”
“서민, 너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 들지 않아?”
“서윤아, 언니가 네게 빌게. 너도 희성이 너의 남자친구라고 밖에 말하지 않았어. 너희 둘은 약혼하지도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 그럼 나와 희성이 사귀게 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뭐라고?”
서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내 남자친구를 뻔뻔하게 뺏었다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서민아, 우린 저도 모르게 끌렸어.”
서민이 서윤의 손을 잡으며 마치 어릴 때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서윤아, 너도 할아버지 성격 알잖아. 할아버지께서 네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와 희성의 결혼을 허락하시지 않을 거라고 했어. 서윤아, 언니랑 돌아가자. 네가 할아버지께 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라, 응?”
“그만해. 너희 정말 역겨워.”
서윤은 자기가 이 지경까지 해줬는데 서민이 아직도 자기를 놓아주지 않을 줄 몰랐다.
“난 돌아가지 않아. 너와 박희성이 어떤 사이든 나와 상관없으니 지금 당장 떠나줬으면 해.”
서윤이 서민을 확 밀쳐내고 얼른 가방에서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박희성은 얼른 먼저 문을 당기고 서윤을 바라봤다. 그는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서윤아, 우리 평화롭고 깨끗하게 헤어지면 안 돼? 너 꼭 이렇게 내 마음속에서 네 모습을 망가트려야겠어?”
박희성은 몹시 고통스러운 듯했다. 마치 서윤이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너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라. 난 너와 결혼을 약속하지 않았어. 나와 서민이 사귈 때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어. 서민은 네 언니야. 너 왜 언니를 위해 생각해주지 않아?”
서윤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런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컸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이를 꽉 깨물며 가까스로 흘러내리지 않게 참았다. 그녀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박희성을 마주 봤다. 그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과거의 맹세와 좋은 말들을 귓가에 하던 그가 지금 이렇게 그녀를 책문하고 있다니.
“박희성, 너 양심적으로 생각해봐. 내가 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어? 왜 둘이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야? 그땐 네가 나 좋다고 따라다녔어, 영원히 배신하지 않을 거라면서. 이제 얼마나 지냈다고 나를 보고 그녀를 위해 생각하라는 거야? 그럼 나는? 넌 내 기분을 생각한 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