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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천룡 침술

  • 소우희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이렇게 그녀를 아껴주는 서강묵에게 그녀는 차마 원망 섞인 말을 할 수 없었다.
  • 서강묵에게 따귀를 맞은 소영미는 드디어 정신이 들었는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악을 썼다.
  • “서강묵, 너 감히 날 때려? 좋아, 잘했어! 할머니, 삼촌이 만약 잘못되면 다 서강묵 저 자식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 둬요! 왕문원 씨, 이만 가요!”
  • 그녀는 왕문원의 팔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 “왕문원…”
  • 유봉옥이 나서서 잡으려고 했지만 왕문원은 그녀의 팔을 떨쳐버렸다.
  • 서강묵을 이기지 못할 것을 뻔히 알기에 그는 얼른 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 소우희의 아빠가 죽든 말든 그와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 ‘아니지, 죽으면 좋은 거지. 그러면 소영미의 말대로 서강묵 저 자식이 소우희의 아빠를 죽인 거잖아? 그렇게 되면 소씨 가문 사람들은 영원히 저 자식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
  • 왕문원과 소영미가 멀어져가는 것을 보자 유봉옥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녀는 서강묵을 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 “너 당장 꺼져! 썩 꺼지라고!”
  • 바로 이때, 서강묵의 핸드폰이 울렸다.
  •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자 주채연이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걸어갔다.
  • 은침이 도착하면 그는 가장 먼저 은침을 들고 응급실에 들어가 소우희의 아버지를 구할 생각이었다.
  • 서강묵이 떠나는 것을 보자 소우희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 아까까지는 실망과 후회의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서강묵에게 절망뿐이었다.
  • 병원 대문에 도착하자 서강묵은 은침이 담긴 양가죽 가방을 가지고 응급실에 들어갔다.
  • 뒤에 선 주채연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 세속에 돌아오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서강묵은 다시는 침을 꺼내들지 않겠다고 했다.
  • 북정 사람들은 이 말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 어떤 사람은 그가 백 년 안에 절대 천룡 침술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 그런데 서강묵이 운성으로 돌아온 첫날에 식언할 줄이야!
  • 원장 사무실 입구에서 유봉옥은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 그녀는 힘이 풀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서강묵 저 자식이 내 동생을 죽인 거야! 우희야, 저 자식은 돈도 없고 폭력적인 걸 봐서 재벌가 출신인 왕문원보다 한참 뒤떨어져. 너 남자 고를 때 잘 생각해 봐야 해.”
  • 소국진은 이 기회에 모든 책임을 서강묵에게 떠밀었다.
  • ‘덜 떨어진 자식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내 딸을 때려?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 뭐야?’
  • 소국진은 아주 화가 났다. 그는 자신과 소영미가 함께 소부옥을 부추겨 소국림을 별장에서 내쫓았다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 물론, 그가 더 화가 나는 것은 소우희가 왕문원과의 결혼을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 소우희가 왕문원과 결혼하지 않으면 그와 소부옥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 이때, 조용히 있던 소부옥이 입을 열었다.
  • “왕문원이 급히 떠난 건 다 서강묵 그 녀석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야. 아까 낮에 맞은 것 때문에 창피했겠지. 지금 서강묵이 갔으니 우희야, 얼른 왕문원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했다고 빌고 원장 부르라고 해.”
  • 풀이 죽어 있던 유봉옥은 펄쩍 뛰며 말했다.
  • “그래, 우희야, 얼른 전화해. 네 아빠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잖아!”
  • “그게…”
  • 소우희는 저도 모르게 거절하려고 했다.
  • 용서를 빌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왕문원이 제기한 요구에 응하라는 말이 아닌가?
  • 만약 그녀가 왕문원과 정말 밤을 같이 보낸다면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왕문원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 그건 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 하지만 유봉옥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그녀도 나몰라라 할 수 없었다. 소국림은 그녀의 친아버지가 아닌가? 그녀가 어찌 아빠가 응급실에서 방치된 채,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있다는 말인가?
  • 결국 소우희는 입술을 깨물고 왕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희생해서라도 소국림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전화가 통하자 소우희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 “왜 그래? 서강묵 그 자식과 끝났어? 그래서 나한테 전화한 거야?”
  • 왕문원의 거들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왕문원, 빨리 원장님께 전화 걸어. 지금 우리 아빠 아주 위독하니까 시간 많지 않다고.”
  • 소우희는 울먹이며 말했다.
  • 왕문원은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 “그 말은 내가 말한 조건에 응한다는 거지?”
  • 소우희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 “그래, 맞아.”
  • “하하하, 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어.”
  • 왕문원이 기분 나쁜 목소리로 낄낄 웃었다.
  • 소우희의 전화를 끊은 그는 삼촌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눈알을 굴리더니 생각을 바꾸었다.
  • “삼촌이 말한 건데 지금 당신더러 응급실 환자에게 심장 수술을 하라고 하네요!”
  • 왕문원이 한 젊은 의사에게 말했다.
  • 젊은 의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 “도련님, 저는 이제 병원에서 근무한 지 3년밖에 안되는 새내기인데다 혼자서 수술을 해본 적도 없어요.”
  • “삼촌이 지금 바빠서 그러는데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니에요? 계속 우물쭈물할 거면 당장 짐 싸서 나가요!”
  • 왕문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결국 젊은 의사는 덜덜 떨며 수술에 필요한 도구를 챙겼다.
  • 원장 사무실 문 앞.
  • 소부옥은 왕문원이 원장을 불러오겠다고 하자 그제야 안심했다.
  • “결국에는 왕문원 같은 재벌가에게 부탁을 해야 해. 운성의 각종 업계에 다 왕씨 가문 사람들이 있잖아. 서강묵 그 자식은 도움도 안되고 하마터면 우리 셋째를 죽일 뻔했지 뭐니? 우희야, 앞으로 문원이 옆에 잘 따라다녀. 결국 그 애가 네 아빠를 살렸으니 말이야. 그리고 왕씨 가문도 사령관의 퇴임 파티 초대장을 받았다고 하니 네가 문원이랑 결혼하면 너도 같이 갈 수 있을 거야. 영미가 그러는데 네가 사령관님을 오랫동안 좋아했다면서? 그와 결혼을 하지 못해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평생 영광이 아니겠냐?”
  • 소우희는 절망에 잠긴 채, 눈물을 흘렸다.
  • 하늘은 그녀에게 최고의 미모를 준 대신, 모든 운을 가져갔다.
  • 어쩌면 그녀는 진작 운명에 복종해야 했는지 모른다.
  • “엄마, 아빠 어디 갔어요?”
  • 옆에 있던 소영아가 물었다.
  • “아빠… 또 미션 수행하러 갔나 보네. 먼 곳으로…”
  • 소우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 그녀는 오늘부터 소영아야말로 그녀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라고 생각했다.
  • 같은 시각, 서강묵은 응급실에서 소국림을 치료하고 있었다.
  • 24의 침 중 절반은 이미 소국림의 몸속에 있었다.
  • 서강묵은 모든 정신을 집중한 채, 소국림의 반응을 보면서 은침의 위치를 하나하나 조절하고 있었다.
  • 바로 이때, 입구에 하얀색 옷을 입은 중년남자가 들어왔다.
  • 그 사람은 바로 왕문원의 삼촌이자 이 병원의 원장이었다.
  • 그는 방금 전에 한 심장병 환자의 수술을 마친 터라 지친 상태였다.
  • 응급실을 지나던 그는 창문으로 서강묵이 환자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그가 모르는 사람이 응급실에 나타났던 것이다.
  • 자세히 보니 서강묵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