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정의 전설인 천룡 이십사시 침술법이 아닌가? 세… 세상에, 천룡 침술법을 구경할 수 있다니. 이런 영광이 어디 있을까…”
원장은 입을 떡 벌린 채, 동경의 시선으로 서강묵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는 전에 천룡 침술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천룡 침술법의 전설에 대해서는 알아본 적이 있었다.
서강묵이 침을 놓는 자세는 그가 본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24개의 침이 모두 자리를 잡자 침대 위의 소국림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군복의 남자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소씨 가문에서 존재감이 없는 셋째이기에 왕문원은 아까 식사자리에서 그를 초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서강묵을 본 적이 없었다. 서강묵이 바로 집안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미래의 사윗감인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누구…시죠?”
소국림이 물었다.
“잠시만요, 침을 빼고 다시 일어나세요.”
서강묵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 나한테 침을 놓은 거요?”
소국림은 경계로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여기가 병원이오? 그런데 왜 군복을 입고 있소?”
서강묵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원장이 뛰어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젊은이, 천룡 침술법을 알다니. 너무 대단하군! 내가 천룡 침술법을 구경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
서강묵은 미소를 지으며 소국림에게서 침을 뽑기 시작했다.
마지막 침이 몸속에서 나가는 순간, 소국림은 온몸이 개운하며 십 년은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젊은이, 너무 대단한데! 나는 오래전부터 천룡 침술법을 배우고 싶었지. 자네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데 생각이 어떤가? 아니지, 한두 가지라도 가르쳐 주시면 제가 평생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겠습니다!”
원장은 공손하게 말하더니 서강묵에게 큰절을 올리려고 했다.
“저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스승님의 의술이 너무 대단해 깜짝 놀랐습니다!”
소국림도 원장의 뒤에서 무릎을 꿇더니 그의 제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서강묵은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원장은 의사인지라 천룡 침술법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나 의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소국림이 왜 나선다는 말인가?
게다가 소국림은 그의 장인어른이 될 사람이었다.
장인어른이 그의 제자로 된다면 이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이러지 마세요. 저는 제자를 들이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서강묵은 양가죽 가방을 들고 응급실을 나갔다.
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뛰어왔다.
“스승님, 제발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소국림도 말했다.
“이렇게 신기한 침술법을 저도 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서강묵: “…”
응급실 밖.
소우희는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유봉옥도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30분이 지나도록 원장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들 왕문원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소우희는 하는 수 없이 또다시 왕문원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바로 이때, 응급실 밖의 자동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세 남자가 보였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다름아닌 서강묵이었다!
뒤에는 왕 원장과 소국림이 따라오고 있었다.
유봉옥이 놀란 얼굴로 외쳤다.
“그 거지 자식 아니야? 저 자식이 왜 응급실에서 나오는 거지? 내가 욕 좀 한 거로 앙심을 품고 응급실에 보복하러 들어간 거 아니야?”
소부옥이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셋째가 멀쩡히 걸어서 나오는 거 안 보여?”
“어머니, 셋째 뒤에 계시는 분이 바로 원장님이세요. 문원이의 친삼촌이죠.”
유봉옥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문원이가 진작 삼촌에게 전화를 한 거였군. 문원이 걔 겉보기에는 무례한 듯해도 착한 애군. 어머님과 아주버님이 고르신 사윗감이 저 거지 자식보다 훨씬 났네요.”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왕 원장과 소국림의 앞에 우르르 모여들어 이것저것 물었다.
서강묵은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소우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우리 국림이가 원장님 덕분에 바로 걸을 수도 있게 되고 훨씬 건강해 보이네요. 원장님은 정말 살아계시는 신의세요. 어쩌면 죽을 뻔한 사람을 이렇게 멀쩡하게 살려낼 수 있는 거예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제가 식사자리를 마련할 테니 꼭 나오세요. 제 아들놈을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왕 원장은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오해세요. 이분을 구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제 스승님입니다!”
“뭐라고요? 원장님께도 스승님이 있다고요? 그분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유봉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소국림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원장님의 스승님이 날 구해주신 거야. 그리고 나도 스승으로 모셨어.”
‘이게 무슨 말이지?’
소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분은 바로 앞에 계시는 이 젊은이지. 이분이 나와 왕 원장이 모시는 스승님이야.”
소국림은 서강묵의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콰르릉!
누가 들어도 쇼킹한 뉴스였다.
소국림을 구한 사람이 서강묵이라니?
그리고 소국림이 서강묵을 스승으로 모셨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늘이 지금 장난하는 건가?’
소국림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표정이 왜 그래?”
유봉옥이 화를 내며 말했다.
“여보, 당신 미쳤어요? 이 자식은 가난뱅이 사병인데 어떻게 당신을 구했다는 거예요? 원장 선생님도 다른 사람한테 밀지 말아요. 문원이가 전화해서 우리 남편 수술을 맡은 거잖아요. 우리 다 안다고요.”
왕 원장은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모두 오해예요. 이분을 살린 건 제가 아닌 제 스승님이세요. 그리고 문원이가 언제 저한테 전화를 했다고 그러세요? 저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데요.”
왕 원장은 핸드폰을 꺼냈지만 부재중 전화로 찍힌 것은 하나도 없었다.
바로 이때, 왕문원의 등쌀을 못 이기고 젊은 의사가 나타났다.
“이 선생, 수술복을 입고 여기는 왜 왔나?”
왕 원장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워… 원장 선생님, 도련님이 그러시는데 원장 선생님이 지금 바쁘셔서 병원에 못 오시니 저더러 대신 환자 수술을 맡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