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쇼킹한 뉴스

  • “웬 놈이냐? 감히 응급실에…”
  • 원장은 문을 열며 호통쳤다.
  • 하지만 서강묵의 익숙한 손놀림을 본 순간, 그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 “북정의 전설인 천룡 이십사시 침술법이 아닌가? 세… 세상에, 천룡 침술법을 구경할 수 있다니. 이런 영광이 어디 있을까…”
  • 원장은 입을 떡 벌린 채, 동경의 시선으로 서강묵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 그는 전에 천룡 침술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천룡 침술법의 전설에 대해서는 알아본 적이 있었다.
  • 서강묵이 침을 놓는 자세는 그가 본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 24개의 침이 모두 자리를 잡자 침대 위의 소국림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군복의 남자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 그는 소씨 가문에서 존재감이 없는 셋째이기에 왕문원은 아까 식사자리에서 그를 초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서강묵을 본 적이 없었다. 서강묵이 바로 집안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미래의 사윗감인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누구…시죠?”
  • 소국림이 물었다.
  • “잠시만요, 침을 빼고 다시 일어나세요.”
  • 서강묵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 “지금… 나한테 침을 놓은 거요?”
  • 소국림은 경계로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 “여기가 병원이오? 그런데 왜 군복을 입고 있소?”
  • 서강묵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원장이 뛰어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 “젊은이, 천룡 침술법을 알다니. 너무 대단하군! 내가 천룡 침술법을 구경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
  • 서강묵은 미소를 지으며 소국림에게서 침을 뽑기 시작했다.
  • 마지막 침이 몸속에서 나가는 순간, 소국림은 온몸이 개운하며 십 년은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 “젊은이, 너무 대단한데! 나는 오래전부터 천룡 침술법을 배우고 싶었지. 자네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데 생각이 어떤가? 아니지, 한두 가지라도 가르쳐 주시면 제가 평생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겠습니다!”
  • 원장은 공손하게 말하더니 서강묵에게 큰절을 올리려고 했다.
  • “저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스승님의 의술이 너무 대단해 깜짝 놀랐습니다!”
  • 소국림도 원장의 뒤에서 무릎을 꿇더니 그의 제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 서강묵은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 원장은 의사인지라 천룡 침술법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나 의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소국림이 왜 나선다는 말인가?
  • 게다가 소국림은 그의 장인어른이 될 사람이었다.
  • 장인어른이 그의 제자로 된다면 이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 “이러지 마세요. 저는 제자를 들이지 않습니다.”
  • 말을 마친 서강묵은 양가죽 가방을 들고 응급실을 나갔다.
  • 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뛰어왔다.
  • “스승님, 제발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 소국림도 말했다.
  • “이렇게 신기한 침술법을 저도 좀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 서강묵: “…”
  • 응급실 밖.
  • 소우희는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 유봉옥도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 30분이 지나도록 원장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 다들 왕문원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 소우희는 하는 수 없이 또다시 왕문원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 바로 이때, 응급실 밖의 자동문이 열렸다.
  •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세 남자가 보였다.
  • 가장 앞에 선 사람은 다름아닌 서강묵이었다!
  • 뒤에는 왕 원장과 소국림이 따라오고 있었다.
  • 유봉옥이 놀란 얼굴로 외쳤다.
  • “그 거지 자식 아니야? 저 자식이 왜 응급실에서 나오는 거지? 내가 욕 좀 한 거로 앙심을 품고 응급실에 보복하러 들어간 거 아니야?”
  • 소부옥이 웃으며 말했다.
  • “신경 쓰지 마. 셋째가 멀쩡히 걸어서 나오는 거 안 보여?”
  • “어머니, 셋째 뒤에 계시는 분이 바로 원장님이세요. 문원이의 친삼촌이죠.”
  • 유봉옥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 “문원이가 진작 삼촌에게 전화를 한 거였군. 문원이 걔 겉보기에는 무례한 듯해도 착한 애군. 어머님과 아주버님이 고르신 사윗감이 저 거지 자식보다 훨씬 났네요.”
  •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왕 원장과 소국림의 앞에 우르르 모여들어 이것저것 물었다.
  • 서강묵은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 소우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원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우리 국림이가 원장님 덕분에 바로 걸을 수도 있게 되고 훨씬 건강해 보이네요. 원장님은 정말 살아계시는 신의세요. 어쩌면 죽을 뻔한 사람을 이렇게 멀쩡하게 살려낼 수 있는 거예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제가 식사자리를 마련할 테니 꼭 나오세요. 제 아들놈을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왕 원장은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 “여러분, 오해세요. 이분을 구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제 스승님입니다!”
  • “뭐라고요? 원장님께도 스승님이 있다고요? 그분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 유봉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 소국림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 원장님의 스승님이 날 구해주신 거야. 그리고 나도 스승으로 모셨어.”
  • ‘이게 무슨 말이지?’
  • 소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 “그분은 바로 앞에 계시는 이 젊은이지. 이분이 나와 왕 원장이 모시는 스승님이야.”
  • 소국림은 서강묵의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 콰르릉!
  • 누가 들어도 쇼킹한 뉴스였다.
  • 소국림을 구한 사람이 서강묵이라니?
  • 그리고 소국림이 서강묵을 스승으로 모셨다니?
  •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늘이 지금 장난하는 건가?’
  • 소국림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 “표정이 왜 그래?”
  • 유봉옥이 화를 내며 말했다.
  • “여보, 당신 미쳤어요? 이 자식은 가난뱅이 사병인데 어떻게 당신을 구했다는 거예요? 원장 선생님도 다른 사람한테 밀지 말아요. 문원이가 전화해서 우리 남편 수술을 맡은 거잖아요. 우리 다 안다고요.”
  • 왕 원장은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 “모두 오해예요. 이분을 살린 건 제가 아닌 제 스승님이세요. 그리고 문원이가 언제 저한테 전화를 했다고 그러세요? 저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데요.”
  • 왕 원장은 핸드폰을 꺼냈지만 부재중 전화로 찍힌 것은 하나도 없었다.
  • 바로 이때, 왕문원의 등쌀을 못 이기고 젊은 의사가 나타났다.
  • “이 선생, 수술복을 입고 여기는 왜 왔나?”
  • 왕 원장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 “워… 원장 선생님, 도련님이 그러시는데 원장 선생님이 지금 바쁘셔서 병원에 못 오시니 저더러 대신 환자 수술을 맡으라고…”
  • 젊은 의사는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 “수술을 해본 적도 없는 자네가 어떻게 환자의 심장수술을 맡는다는 말인가?”
  • 왕 원장은 화가 치밀었다.
  • 젊은 의사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 “원장 선생님, 조카분이 그러시는데 제가 거절하면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하더군요.”
  • 왕 원장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 “여기 일 없으니까 얼른 나가 봐.”
  • “네, 감사합니다!”
  • 젊은 의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걸음아 나 살려라 급히 뛰어갔다.
  • ‘왕문원 이 자식, 우리 아빠 죽이려고 작정했어?’
  • 소우희는 화가 나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전화를 들어 왕문원에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