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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 “무슨 일이야?”
  • 소부옥과 소국진은 모두 깜짝 놀랐다.
  • “우희 그년이 나 좋다고 난리던 서강묵 그 멍청이랑 붙어먹었지 뭐예요! 둘이 내 앞에서 결혼하네 마네 난리도 아니었어요. 당장이라도 혼인신고를 하러 갈 기세던데요.”
  • 소영미가 오버하며 말했다.
  • “뭐라고!”
  • 소부옥은 혈압이 올라 기절할 뻔했다.
  • “그 앙큼한 년이 나와 어머니가 혼사를 마련한 걸 뻔히 알면서 서강묵 그 가난뱅이랑 붙어먹었다고?”
  • 소국진은 테이블을 쾅 치며 소리를 질렀다.
  • 왕문원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 소부옥은 그가 화를 낼까 다급히 말했다.
  • “걱정하지 말게. 지금 바로 그년에게 전화를 걸어 오라고 할게. 그것이 정말 집안 어른들 말을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네!”
  • 말을 마친 소부옥은 핸드폰을 꺼내 소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바로 이때, 룸 문이 또다시 열리더니 소우희가 서강묵과 소영아를 데리고 들어왔다.
  • “소우희, 너 무슨 염치로 이 인간을 할머니 앞에 데려온 거야?”
  • 소영미가 소리를 꽥 질렀다.
  • 소우희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소부옥과 소국진에게 말했다.
  • “할머니, 큰아버지,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오늘부터 서강묵 씨는 제 딸의 아빠예요. 저 소우희는 다른 사람과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 이는 왕문원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 “소우희, 기회를 한 번 줄 테니 당장 이 자식 내보내.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
  • 왕문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 서강묵은 코웃음을 치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 “가만두지 않겠다고? 가만두지 않을 거면 어쩔 건데? 나한테 재미있는 영상이 많아. 소우희가 다른 남자랑 붙어먹는 순간 인터넷에 뿌릴 거라고. 운성 사람들 모두가 저년이 얼마나 가벼운 년인지 다 알게 말이야.”
  • 왕문원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 “동영상? 왕문원, 미쳤어? 너랑 단둘이 만난 적도 없는데 그런 영상이 어디서 났다는 거야? 네가 조작한 거겠지. 너처럼 더러운 방법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람은 절대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수 없어!”
  • 소우희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화난 얼굴로 말했다.
  • “허, 딸이라고 하니까 자신감이 더 넘치는데! 소우희, 오늘 나랑 자지 않으면 내일 아침 네 딸은 물론, 딸의 유치원 친구, 학부모에, 선생님까지 모두 이 영상을 보게 될 거야. 그들은 이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관심이 없을 거야. 서로 공유하기 바쁠 거니까. 그렇게 되면 너뿐만 아니라 네 딸도 유치원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겠지!”
  • 왕문원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우희를 바라보았다.
  • 그에게 소우희는 다 잡은 사냥감이나 마찬가지였다.
  • “너…”
  • 소우희는 살기 가득한 눈길로 왕문원을 노려보았지만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 왕문원이 그녀만 괴롭힌다면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아볼 생각이었지만 소영아에게까지 해가 된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왕문원과 맞설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 왕문원이 소우희를 끌어당기려고 할 때,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 “10초 줄 테니 영상 지우고 여기서 꺼져!”
  • 서강묵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한기를 뿜으며 말했다.
  • 왕문원은 멈칫하고 말았다.
  •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 “네가 누구든 관심 없는데 우희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야.”
  • 서강묵이 싸늘하게 말했다.
  • “날 죽여버리겠다고?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 왕문원은 팔을 걷어붙이고 서강묵을 때리려고 했다.
  •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그대로 날아가 소파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 소파에서는 삐꺽삐꺽 소리가 났다.
  • 소파의 굵은 나무판자마저 그대로 두동강나고 말았다.
  • 쿠웅!
  • 소파는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 왕문원은 게거품을 문 채로 한참이나 소파 폐허속에 누워 있었다.
  • 그와 반대로 서강묵은 빈 캔을 찬 것처럼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 “10초 지났어.”
  • “너… 어… 어떻게…”
  • 왕문원은 겨우 일어나 앉아서는 협박의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 심하게 떨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우희 씨 눈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꺼져!”
  • 서강묵이 호통쳤다.
  • 서강묵의 눈에서 날카로운 한기를 읽은 왕문원은 흠칫 놀라더니 버둥거리며 일어나 문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 “잠깐!”
  • 서강묵의 위엄 섞인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 왕문원은 겁에 질려 다리가 떨렸다.
  • “꺼… 꺼지라며?”
  • “핸드폰.”
  • 서강묵은 그의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 왕문원은 순순히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 서강묵은 왕문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핸드폰을 높게 쳐들고 손에 힘을 주었다.
  • 그러자 최고급 방탄재료로 만들었다고 하든 핸드폰이 가루로 부서지고 말았다.
  • 왕문원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기분이었다.
  • “꺼져!”
  • 서강묵은 손을 들고 가루를 왕문원의 얼굴에 뿌렸다.
  • 왕문원은 얼굴을 닦을 엄두도 나지 않아 비틀거리며 도망쳤다.
  • “너… 너, 너, 소우희, 네가 데려온 남자가 왕씨 가문의 자제에게 큰 결례를 범했어!”
  •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국진이 외쳤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소우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 “할머니, 왕문원 씨가 화가 나서 우리 소씨 가문을 대적한다고 하면 우리 회사 어떡해요?”
  • 소영미도 옆에서 불을 지폈다.
  • 소부옥은 소우희에게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 “너는 소씨 가문이 어찌 되든 상관이 없다 이거구나. 기어코 저 거지 같은 남자랑 결혼하겠다면 너희가 지금 살고 있는 별장을 내놔. 너희들은 길바닥에 나앉아야 정신을 차릴 거야.”
  • 말이 끝나자마자 소부옥은 핸드폰을 들어 셋째 아들이자 소영미의 아빠인 소국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할머니…”
  • 소우희는 당황했다.
  • 왕문원이 먼저 나쁜 짓을 저지른 게 아닌가? 그런데 할머니는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손녀인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버렸다.
  • “먼저 영아 데리고 밥먹으러 가요.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지켜줄게요.”
  • 서강묵은 소영아를 안고 소우희의 손을 잡은 채, 룸 밖으로 나왔다.
  • 소우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 서강묵이 왕문원을 이길 거라고 믿는 게 아니라 소영아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린 딸에게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 셋이 밥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았을 때, 소우희의 새엄마 유봉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소우희 이 천한 년. 우리 남편에게 무슨 일 생기면 다 네 탓이야!”
  • 소우희는 심장이 철렁했다.
  • “아빠가 왜요?”
  • 유봉옥은 화가 났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 “너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네가 서강묵인지 뭔지 하는 가난뱅이를 붙어먹어서 왕씨 가문의 왕문원이 화났다며? 네 할머니가 우리 가족과 인연을 끊겠다고 전화 왔어. 우리더러 당장 소씨 가문 별장에서 나가라고 말이야. 네 아빠는 화를 못 이겨 심장병이 도졌고! 너 지금 당장 동제병원 입구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