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 그년이 나 좋다고 난리던 서강묵 그 멍청이랑 붙어먹었지 뭐예요! 둘이 내 앞에서 결혼하네 마네 난리도 아니었어요. 당장이라도 혼인신고를 하러 갈 기세던데요.”
소영미가 오버하며 말했다.
“뭐라고!”
소부옥은 혈압이 올라 기절할 뻔했다.
“그 앙큼한 년이 나와 어머니가 혼사를 마련한 걸 뻔히 알면서 서강묵 그 가난뱅이랑 붙어먹었다고?”
소국진은 테이블을 쾅 치며 소리를 질렀다.
왕문원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소부옥은 그가 화를 낼까 다급히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지금 바로 그년에게 전화를 걸어 오라고 할게. 그것이 정말 집안 어른들 말을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네!”
말을 마친 소부옥은 핸드폰을 꺼내 소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이때, 룸 문이 또다시 열리더니 소우희가 서강묵과 소영아를 데리고 들어왔다.
“소우희, 너 무슨 염치로 이 인간을 할머니 앞에 데려온 거야?”
소영미가 소리를 꽥 질렀다.
소우희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소부옥과 소국진에게 말했다.
“할머니, 큰아버지,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오늘부터 서강묵 씨는 제 딸의 아빠예요. 저 소우희는 다른 사람과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이는 왕문원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소우희, 기회를 한 번 줄 테니 당장 이 자식 내보내.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
왕문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서강묵은 코웃음을 치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가만두지 않을 거면 어쩔 건데? 나한테 재미있는 영상이 많아. 소우희가 다른 남자랑 붙어먹는 순간 인터넷에 뿌릴 거라고. 운성 사람들 모두가 저년이 얼마나 가벼운 년인지 다 알게 말이야.”
왕문원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동영상? 왕문원, 미쳤어? 너랑 단둘이 만난 적도 없는데 그런 영상이 어디서 났다는 거야? 네가 조작한 거겠지. 너처럼 더러운 방법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람은 절대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수 없어!”
소우희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화난 얼굴로 말했다.
“허, 딸이라고 하니까 자신감이 더 넘치는데! 소우희, 오늘 나랑 자지 않으면 내일 아침 네 딸은 물론, 딸의 유치원 친구, 학부모에, 선생님까지 모두 이 영상을 보게 될 거야. 그들은 이 영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관심이 없을 거야. 서로 공유하기 바쁠 거니까. 그렇게 되면 너뿐만 아니라 네 딸도 유치원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겠지!”
왕문원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우희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소우희는 다 잡은 사냥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소우희는 살기 가득한 눈길로 왕문원을 노려보았지만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왕문원이 그녀만 괴롭힌다면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아볼 생각이었지만 소영아에게까지 해가 된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왕문원과 맞설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왕문원이 소우희를 끌어당기려고 할 때,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10초 줄 테니 영상 지우고 여기서 꺼져!”
서강묵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한기를 뿜으며 말했다.
왕문원은 멈칫하고 말았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네가 누구든 관심 없는데 우희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야.”
서강묵이 싸늘하게 말했다.
“날 죽여버리겠다고?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왕문원은 팔을 걷어붙이고 서강묵을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그대로 날아가 소파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소파에서는 삐꺽삐꺽 소리가 났다.
소파의 굵은 나무판자마저 그대로 두동강나고 말았다.
쿠웅!
소파는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왕문원은 게거품을 문 채로 한참이나 소파 폐허속에 누워 있었다.
그와 반대로 서강묵은 빈 캔을 찬 것처럼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10초 지났어.”
“너… 어… 어떻게…”
왕문원은 겨우 일어나 앉아서는 협박의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 심하게 떨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희 씨 눈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꺼져!”
서강묵이 호통쳤다.
서강묵의 눈에서 날카로운 한기를 읽은 왕문원은 흠칫 놀라더니 버둥거리며 일어나 문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잠깐!”
서강묵의 위엄 섞인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왕문원은 겁에 질려 다리가 떨렸다.
“꺼… 꺼지라며?”
“핸드폰.”
서강묵은 그의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왕문원은 순순히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서강묵은 왕문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핸드폰을 높게 쳐들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최고급 방탄재료로 만들었다고 하든 핸드폰이 가루로 부서지고 말았다.
왕문원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기분이었다.
“꺼져!”
서강묵은 손을 들고 가루를 왕문원의 얼굴에 뿌렸다.
왕문원은 얼굴을 닦을 엄두도 나지 않아 비틀거리며 도망쳤다.
“너… 너, 너, 소우희, 네가 데려온 남자가 왕씨 가문의 자제에게 큰 결례를 범했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국진이 외쳤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소우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할머니, 왕문원 씨가 화가 나서 우리 소씨 가문을 대적한다고 하면 우리 회사 어떡해요?”
소영미도 옆에서 불을 지폈다.
소부옥은 소우희에게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소씨 가문이 어찌 되든 상관이 없다 이거구나. 기어코 저 거지 같은 남자랑 결혼하겠다면 너희가 지금 살고 있는 별장을 내놔. 너희들은 길바닥에 나앉아야 정신을 차릴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소부옥은 핸드폰을 들어 셋째 아들이자 소영미의 아빠인 소국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소우희는 당황했다.
왕문원이 먼저 나쁜 짓을 저지른 게 아닌가? 그런데 할머니는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손녀인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버렸다.
“먼저 영아 데리고 밥먹으러 가요.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지켜줄게요.”
서강묵은 소영아를 안고 소우희의 손을 잡은 채, 룸 밖으로 나왔다.
소우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서강묵이 왕문원을 이길 거라고 믿는 게 아니라 소영아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린 딸에게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셋이 밥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았을 때, 소우희의 새엄마 유봉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소우희 이 천한 년. 우리 남편에게 무슨 일 생기면 다 네 탓이야!”
소우희는 심장이 철렁했다.
“아빠가 왜요?”
유봉옥은 화가 났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너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네가 서강묵인지 뭔지 하는 가난뱅이를 붙어먹어서 왕씨 가문의 왕문원이 화났다며? 네 할머니가 우리 가족과 인연을 끊겠다고 전화 왔어. 우리더러 당장 소씨 가문 별장에서 나가라고 말이야. 네 아빠는 화를 못 이겨 심장병이 도졌고! 너 지금 당장 동제병원 입구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