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위대한 분노

위대한 분노

다크비숑

Last update: 2024-04-23

제1화 드래곤군 사령관이 돌아오다

  • 어둑어둑한 방, 후덥지근한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 땀방울이 여자의 홍조 어린 목에 방울방울 떨어졌다.
  • “아… 안돼…”
  • 분노와 수치스러움, 그리고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휴!”
  • 서강묵은 눈을 번쩍 떴다.
  • 예쁜 스튜디어스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마주친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방금 전, 그는 또 그 기묘한 꿈을 꾸었다.
  • 정확히 얘기하면 꿈이 아닌 기억이었다.
  • 5년 전, 서강묵은 비밀 미션을 수행하다 누군가의 음모에 걸려들어 발정제를 먹은 적이 있었다.
  • 죄없는 여자들을 괴롭히지 않으려고 그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은 채로 사람들을 떠나 별장 정원의 풀숲에 숨었다.
  • 하지만 하늘도 무심했다. 그곳에서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면 그만인데 한 여자가 그를 구해준 것이다.
  • 여자는 그를 손님방으로 부축해서 들어갔다. 그러나 이성을 놓친 서강묵은 바로 그 자리에서 여자를 덮쳤다.
  • 정사가 끝난 뒤, 서강묵은 아직 죽지 않은 적이 그를 쫓아왔다가 여자의 가족에게 해를 끼칠까 봐 아무 말 없이 그곳을 떠났다.
  • 미션을 클리어한 뒤, 그는 또 백만 명의 적군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받고 급히 전쟁터로 뛰어갔다.
  • 먼지가 흩날리는 그곳에서 그는 하늘을 떠받드는 장군이었다.
  • 매일 손에 피를 묻히면서도 서강묵은 미간 한 번 찌푸린 적이 없었다.
  • 하지만 그날 밤, 침대시트에 떨어진 핏자국은 그의 가슴에 가시가 되어 박혔다.
  • 그 가시는 잊혀지지도 않고 수년간 그를 괴롭혔다.
  • 드래곤군은 하루라도 수령이 없으면 안되기에 그는 부장군을 지시해 그날 밤 별장의 여자를 찾아 말을 전하라고 했다.
  • “내가 이름을 날리게 되면 당신에게 평생의 영광을 안겨주겠소!”
  • 그는 이 말과 함께 은행카드 한 장을 보냈다.
  • 은행카드는 그때 그의 모든 재산이 들어있었다.
  •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달마다 들어오는 군인 월급은 작은 도시의 그녀가 풍족하게 살기에는 충분했다.
  • 여자는 은행카드를 받은 뒤, 서강묵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하고 사진을 보냈다.
  • 사진 속의 여자는 경국지색으로 불릴 수는 없지만 귀엽고 아담한 스타일이었다.
  • 5년 동안 서강묵은 매일 이 사진을 보면서 운성으로 돌아가 여자와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했다.
  • 그래서 8개의 적국을 제패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그는 단호하게 군복을 벗고 세속으로 돌아왔다.
  •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한편, 그 여자에게 청혼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함이었다…
  • 운성 국제 공항.
  • “빨리!”
  • “빨리 줄 서!”
  • 머리를 얹고 군장을 한 미인이 수십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 그들 중 정장을 입은 사람도 입고 짧은 군용화를 신은 사람도 있었다.
  • 하지만 그들 모두 운성에서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 주위에 있던 승객들이 급한 걸음으로 물러섰다.
  •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기세가 이렇게 드높지?’
  • 그 순간, 눈썹이 짙은 서강묵이 걸어 나왔다.
  • “보스, 상봉이 준비한 파티가 이틀 뒤에 열린답니다. 그날이 되면 약속한 대로 모든 권력과 재산을 마음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봉이 직접 하사한 남릉, 농동 및 중주의 세 개 지역까지 모두 보스의 것이 됩니다.”
  • 군장 미인이 다가와 서류를 올렸다.
  • “이건 세 지역의 자료입니다. 한 번 보시죠.”
  • 서강묵은 말없이 본 뒤, 입을 열었다.
  • “내 약혼녀 소영미에게 퇴임파티 초대장 보내줬어?”
  • “어제 이미 보냈습니다.”
  • 군장 미인이 말했다.
  • 서강묵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이틀 뒤, 그녀에게 내가 일반적인 사병이 아니라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돈이 많아 저장할 데가 없는 최고의 전쟁의 신이라는 것을 보여주겠어.”
  • “보스, 사모님이 지금 한 카페에서 재벌 2세와 맞선을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군장 미인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 의기양양하던 서강묵은 수하 주채연의 말을 듣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뭐라고? 맞선? 억지로 나가는 거 아니야? 얼른 날 그 카페로 데려가!”
  • “차가 문 앞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 주채연은 옆에 있는 군인들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보스, 이들더러 돌아가라고 할까요? 저녁의 환영회는 취소한다 하고?”
  • “날 3년이나 따라다녔으면서 아직도 내 스타일을 모르겠어?”
  • 서강묵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 말만 남기고 입구의 지프차를 탔다.
  • 주채연은 맞은편에 있는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손을 저었다.
  • “집으로 가. 해산! 보스가 이런 쓸데없는 의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 “죄송합니다!”
  • 선두에 선 중년 남자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 30분 뒤, 카페 룸.
  • 화려하게 치장한 소영미는 맞은편의 남자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남자의 이름은 진호비였는데 운성 이류 가문의 후계자였다.
  • 이전에도 소영미는 각종 장소에서 그에게 호감표시를 한 적이 있었다.
  • 하지만 소영미가 삼류 가문 출신이라는 것을 안 뒤로 진호비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 그러다 어제 그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 어깨에 별 네 개를 단 장교가 갑자기 소씨 가문에 나타나 그녀에게 초대장 두 개를 주었던 것이다.
  • 그것은 무려 북정의 왕이자 전쟁의 신인 드래곤군 사령관의 퇴임파티의 초대장이었다!
  • 얇은 초대장이었지만 그것은 거대한 바위처럼 소씨 가문은 물론, 운성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 소씨 가문의 가주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연신 외쳤다.
  • “드래곤군 사령관같이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우리 소씨 가문을 보필해 주는구나!”
  • 그 순간, 소씨 가문은 사람들의 아부를 받게 되었다.
  • 진호비도 지금 소영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났다.
  • 소영미 역시 떠받들리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 한편,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사촌 동생 소우희는 이런 상황이 너무 어색했다.
  • “소우희, 드래곤군 사령관의 퇴임파티에 대해 할 말 없어?”
  • 소영미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 “없어.”
  • 소우희는 고개를 저었다.
  • 사촌언니가 사령관님의 초대장을 받은 것에 대해 부러운 건 사실이었다.
  • 사령관님 같은 사람은 아무리 도도하기로 이름난 소우희여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황을 보면…
  • 사령관님은 그녀에게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상대였다.
  • 소영미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룸 문이 열리며 서강묵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