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버티기

•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는 문산 대군의 단단한 손가락에 목이 눌려 눈에 크게 떠졌다. 격노하여 금방이라도 불을 내뿜을 것 같은 그의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그녀는 이제 눈앞이 컴컴해져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 “이제 열 살밖에 안된 아이다!”
• 그가 이를 악물고 그의 귓가에 소리쳤다.
• “이런 악랄한 짓을 하다니. 여봐라! 부인을 끌고 가 장 서른 대를 치거라!”
• 온시안은 이미 며칠 밤을 자지 못한 상태였기에 몸에 힘이 없었다. 게다가 뺨을 맞은 뒤로는 서 있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가 목을 쥔 손을 놓자마자 몸에 힘이 풀려 땅으로 쓰러졌다. 호흡이 돌아오자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고 누군가 그녀의 몸을 끌고 나갔다.
•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저 문산 대군의 서늘한 표정과 눈 속의 혐오감만, 그리고 화려한 비단옷만을 볼 수 있었다.
• 그녀는 돌계단 아래로 끌려갔는데 머리가 끌려 통증이 밀려왔다. 순식간에 두 눈 앞이 캄캄해지며 의식을 잃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었다. 태어나 처음 맛보는 고통이었다. 장이 그녀의 허리와 허벅지를 차례로 때렸다. 한 대 때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해 그녀는 곧 허리와 다리가 끊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입 안에서는 피 맛이 났다. 그녀는 혀를 물어 기절하고 싶었지만 의식은 멀쩡했다.
• 오히려 고통으로 정신은 더 또렷해질 뿐이었다.
• 서른 대를 다 맞고 난 그녀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다.
• 22세기의 인재인 그녀였다. 어디를 가나 그녀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녀는 늘 주목받는 존재였다.
• 수많은 환자들이 그녀가 좋은 약을 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 그러나 이곳, 이 시대에서 그녀는 남자 아이를 구하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었다. 생명을 대가로 치르려야 하다니.
• 그녀는 다시 누군가의 손에 끌려 돌아갔다. 누구도 그녀의 생사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 그녀는 풍요각 마루 위에 버려졌다. 그녀가 들고 있던 약 상자는 그녀의 등에 던져져 부서졌다.
• 그녀는 몸을 뒤집을 수 없었지만 피범벅이 되었을 등이 예상되었다. 그녀는 애써 손을 뒤로 뻗어 약 상자를 가져와 열었다. 그리고는 약을 꺼내 자신에게 놓았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버틸 수 있기를 바랐다.
• 그녀는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 그 시각, 뒤뜰. 문산 대군은 온시안을 벌하라 명한 뒤에도 분을 다 삭이지 못하고 차 할멈을 위로한 뒤 자리를 떴다.
• 그러자 단성이 뒤따라 왔다.
• “대군마마, 마님께서 저기 계신데 의원에게 봐두라고 해야 할까요?”
• 유문산은 어둠이 깃든 눈으로 말했다.
• “되었다. 죽으면 변사했다 고해라.”
• “그러면 마님 쪽에는… 어떻게 설명을?”
• 단성이 물었다.
• “어떻게 설명을 하느냐고?”
• 유문산의 목소리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 단성은 단숨에 그의 뜻을 이해했다.
• “알겠습니다!”
• 유문산은 큰 걸음으로 걸어 사라졌다.
• 뒤뜰로 돌아온 단성은 녹두에게 차용이에게 줄 약을 부탁했다.
• 뒤뜰에 가자 차용이는 잠들어 있었다.
• 차 할멈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들을 닦고 있었다.
• “잘 수 있으면 되었다. 아파서 줄곧 잠도 못자지 않았니.”
• 단성이 차용이의 눈을 보더니 잠시 당황했다.
• “붓기가 사라졌어요.”
• 차 할멈 역시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그의 눈에 있던 부종이 사라졌다. 게다가 피에 차 있던 고름도 사라졌다.
• 단성은 할멈이 정리하고 있던 물건들 중 주사기 바늘을 들어 물었다.
• “이게 무엇이죠?”
• “모르지요, 그 여자가 버리고 간 것입니다.”
• 차 할멈이 말했다.
• 차 할멈은 너무나 증오스런 마음에 그녀를 ‘그 여자’라고 불렀다.
• 단성은 지금껏 본적 없는 물건을 보고 말했다.
• “또 독을 쓴 건 아니겠지요?”
• “윤 의원은 가셨나요?”
• 차 할멈이 다급히 물었다.
• “처방전을 써주시고는 가셨습니다.”
• 단성이 차용이를 보고 말했다.
• “안심하세요. 제 예상이지만 독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차 할멈이 붉게 물든 눈으로 조금 안심하며 말했다.
• “아이를 좀 보살피고 싶은데 혹시 괜찮겠습니까...”
• “부탁할 필요 없습니다, 차용이 곁이나 잘 살피십시오.”
• 단성이 말했다.
• “감사합니다, 가신님.”
• 단성이 탄식했다.
• “의원은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 했으니 많이 봐두십시오.”
• 차 할멈은 또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