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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태황제가 위독하다

  • 이게 현실인지 상상인지 그녀는 잘 구별이 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약상자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는데 바로 그 순간, 약상자가 사라져버렸다.
  • 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을 내밀어봤지만 아무것도 손에 닿지 않았다.
  •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 다시 누우면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 요즘에 일어난 일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과학적으로, 또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두려웠다.
  •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온시안은 누가 들어왔는지 고개를 들어 살펴보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그 사람은 온시안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어디서 엄살을 부리는 것이냐. 지금 죽음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과인과 입궁할 것이냐.”
  • 그러고는 바닥에 엎어진 온시안을 다시 얼굴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잡아당기더니 그러고는 그녀의 턱을 부술 정도로 세게 잡았다.
  • 그는 화가 잔뜩 난 듯했다. 분노와 혐오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과인이 마지막으로 경고를 하는데 다시는 무슨 수작을 부릴 생각을 하지 마오. 대왕대비 마마에게 한 번 더 허튼소리를 지껄이면 부인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오.”
  • 온시안은 아픈 와중에도 화가 났다.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 어떻게 그리 쉽게 말할 수 있지? 그렇게 세게 다쳤는데도 왜 놓아주질 않는 거야?
  •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의 머리를 잡아당기고는 무릎으로 중심을 잡으면서 자기의 머리로 그의 얼굴을 세게 박았다. 같이 죽을 마음으로 세게 박았다.
  • 문산 대군은 온시안이 되받아칠 걸 예상하지 못해서 제대로 그녀에게 당하고 말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 온시안은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힘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 그래도 문산 대군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틈을 타서 이를 악물고 무릎으로 그의 손등을 찍어버렸다. 그녀는 거의 미친듯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 “사람 목숨이 장난도 아니고 어떻게 그리 쉽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 ‘짝’ 소리와 함께 그녀는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 곧 정신을 잃을 듯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차 할멈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대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 대군은 사정없이 그녀의 뺨을 한 대 더 때렸다. 그리고 온시안의 등에 난 상처를 보고는 차가운 말투로 차 할멈에게 말했다.
  • “상처를 처치하고 옷을 입혀주시게. 붕대는 단단히 감아주고 자금탕을 먹여주면 반나절은 더 버틸걸세.”
  • 검은 비단으로 만든 버선을 신은 그의 발이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진 걸 보고 나서야 온시안은 온몸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 차 할멈과 녹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잘랐는데 상처가 난 그녀의 등을 보고는 깜짝 놀라 ‘헉’ 소리를 냈다.
  • 녹두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 “어찌 이리 냉정하게 곤장 30대를 인정사정없이 때렸단 말입니까?”
  • “얼른 가서 더운물과 약 가루를 가져오렴, 그리고 빨리 가서 자금탕도 끓이거라.”
  • 차 할멈은 침착하게 말했다.
  • 온시안은 온몸이 쑤신 듯이 아팠다. 그녀의 상처에서 난 피가 옷에 말라붙어 아까 차 할멈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을 잘라낼 때 그녀는 너무 고통스러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하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 상처를 깨끗이 씻고 약 가루를 바르기까지 그녀는 모두 묵묵히 참아냈다.
  • ‘악몽을 꿨다 생각하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 그러다가 녹두가 차 할멈에게 묻는 소리를 들었다.
  • “정말 자금탕까지 마셔야 할 정도가 됐나요?”
  • “그래야지, 아니면 목숨도 간당간당할 거야.”
  • 그리고 차 할멈은 긴 한숨을 푹 쉬었다.
  • “하지만 자금탕에는…”
  • “잔말 말고 얼른 와서 돕거라.”
  • 차 할멈과 녹두는 힘이 다 빠진 온시안을 겨우 일어나게 부축하고는 그녀에게 자금탕을 먹였다.
  • 자금탕은 뜨겁고 썼다.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썼다.
  • “눈을 질끈 감고 마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 차 할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온시안은 하루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면서 자금탕을 쭉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