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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한눈에 반하다

  • “강묵 씨, 이 차들… 다 강묵 씨가 준비한 거예요?”
  • 소우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서강묵은 밖을 내다보았다.
  • ‘아니, 데리러 오라고만 했는데 주채연은 왜 이렇게 오버한 거야?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데.’
  • 그러나 그는 태연한 척하며 소우희에게 물었다.
  • “이런 거 좋아해요?”
  • “그게…”
  • 소우희는 머릿속이 텅 비는 것만 같았다.
  • 소국림과 유봉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 “뭐라고? 이 차들이 다 서강묵이 부른 거라고?”
  • “맞아요, 제가 차를 보내라고 했어요.”
  • 서강묵이 웃으면서 말했다.
  • 유봉옥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 “사령관님이 약혼녀를 데리러 오는 차들인데 서강묵 너는 허풍도 정도껏 쳐야지, 이것까지 우기는 거야?”
  • “정말 거짓말 아니에요. 아니면 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진위를 확인해 보실 건가요?”
  • 서강묵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그래, 저 사람들이 우희를 데리러 오는 게 아니면 넌 죽었어!”
  • 유봉옥이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
  • 그렇게 일행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소우희는 좀 가슴이 떨렸다.
  • 소국림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 유봉옥은 겉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기대했다.
  • ‘만약 서강묵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위는 권력이 엄청난 사령관님이라는 게 아니야?’
  • 대문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소영미와 소국진을 둘러싸고 아부를 떠는 게 보였다.
  • 그중에는 소씨 가문의 친척도 많이 있었다.
  • “영미야, 너 참 입도 무겁구나. 네가 퇴임 파티의 초대장을 받았다는 말만 들었지 네가 사령관님의 약혼녀인 줄은 전혀 몰랐지 뭐야?”
  • “백 대가 넘는 차가 널 데리러 왔으니 너 정말 우리 가문을 빛내주는 귀한 아이구나!”
  • 사람들의 찬사를 듣자 소영미는 입이 귀에 가 걸렸다.
  •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도 그분이 언제부터 절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 몰라요. 초대장을 받았을 때에도 사령관님이 왜 저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나 의아했다니까요.”
  • 그러자 소씨 가문의 친척이 손사래를 쳤다.
  • “영미야, 넌 너무 겸손하구나. 우리 가문이 대단한 집안은 아니지만 네가 예쁘고 훌륭하잖아. 사령관님이 너의 매력에 빠진 게 분명해.”
  • 소영미는 고개를 쳐들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 “그러고 보니 지난달, 남릉 군부대에 친구 만나러 갔는데 한 젊은 장교가 절 눈여겨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이 사령관님인 것 같아요.”
  • “어머, 영미야. 사령관님이 너에게 한눈에 반했나 봐!”
  •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아부했다.
  • 딸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소영미가 아주 부러웠다.
  • 소우희 일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우희를 데리러 온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왜 영미가 주인공인 거야?’
  • 그들이 들어도 소영미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었다.
  • 소영미도 소씨인 데다 며칠 전에 이미 초대장을 받았다. 그거에 비해 서강묵은 아무것도 없이 말만 하지 않는가?
  • “서강묵, 너 우리를 바보취급 한 거야? 죽고 싶어?”
  • 화가 난 유봉옥이 소리를 빽 질렀다!
  • 소우희와 소국림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우습군! 정말 우스워!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서강묵이 사령관님이 아닐까 생각했다니. 만인의 추앙을 받는 사령관님이 어떻게 소영미를 5년이나 쫓아다녔겠어?’
  • “서강묵, 너 죽고싶어?”
  • 서강묵의 싸움 실력을 직접 본 게 아니었다면 그의 따귀를 갈겼을 것이다.
  • “너 혼자 죽을 것이지 우리한테까지 민폐를 끼치려고 했어? 여보, 얼른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뭐해요!”
  • 유봉옥이 화를 내며 말했다. 서강묵은 지금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 차들은 정말 소우희를 모시러 온 것이었다.
  • 그런데 소영미의 상상력이 그렇게 풍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소씨 성을 가진 여자가 왜 꼭 자신이라고 생각한 건가?
  • 바로 이때, 소리를 들은 소영미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소우희 일가와 서강묵을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소우희의 앞에 서서 가식적인 표정을 지었다.
  • “우희야, 내가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분이야. 너에게 고마워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서강묵이 일방적으로 날 좋아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령관님 같은 사람은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조금이라도 엮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거야. 그런데 네가 저 인간을 처리해줬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네가 없었다면 사령관님과 나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 소우희는 창피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소국진도 걸어와서 유봉옥을 비꼬았다.
  • “제수씨, 우희가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기뻐했죠? 의술 좀 할 줄 아는 걸 가지고 무슨! 계약금이 20억이면 뭐 어때요? 사령관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퇴임 파티가 끝나면 사령관님이 내 사위가 될 텐데 그때면 당신들부터 내쫓아야지!”
  • 유봉옥은 깜짝 놀라 다급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아주버님,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은 저와 국림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서강묵 저 자식이 자꾸 부추겨서 그런 거죠. 저는 우리가 항상 한가족이라고 생각해온걸요!”
  • 옆에 있던 서강묵이 입을 열었다.
  • “당신과 소영미는 내일 파티에서 웨이터로 일만 할 건데 프러포즈가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요!”
  • “풉!”
  • 소영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 “우리와 상관이 없으면 너와는 상관이 있게? 서강묵, 내가 사령관님과 결혼한다고 하니 막 죽고 싶고 그렇지? 나도 더 이상 충격을 주지 않을게. 사랑하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니 네가 얼마나 상처받았겠어?”
  • “…”
  • ‘자뻑이 이 정도로 심한 사람은 또 처음이군!’
  • “너도 퇴임 파티에 참가하고 싶은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사령관님이 나에게 프러포즈할 때 아빠더러 사진을 몇 장 찍어두라고 할게. 너도 그 사진 보고 식견 좀 넓혀 봐.”
  • 소영미가 말했다.
  • 서강묵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 “내가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줄게. 웨이터가 되어 바삐 뛰어다니는 모습이 지금보다 더 어울릴 테니까.”
  • 소영미는 깔깔거리며 말했다.
  • “가난뱅이 주제에 파티에는 가고 싶어? 정말 웃기네!”
  • 서강묵은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고 돌아서서 말했다.
  • “우희 씨, 우리 가요.”
  • 그제야 그는 소우희 일가가 벌써 저 멀리로 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 “…”
  • ‘내가 그렇게 창피한가?’
  • 서강묵이 따라가자 유봉옥이 소리를 질렀다.
  • “서강묵, 우리가 길거리에 나앉아야 속이 시원하겠어? 소영미는 곧 사령관님과 결혼할 사람인데 그렇게 소영미를 건드리면 어떡해? 오늘밤에는 우리 집 말고 다른 데 가서 자. 아니, 아예 썩 꺼져!”
  • 그러나 서강묵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 “걱정하지 말아요. 소영미와 소국진은 파티에서 웨이터로 일할 거예요. 우리에게 술을 따르기 바쁠걸요. 차가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만 출발하죠!”
  • 말을 마친 서강묵은 지프차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