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도 그분이 언제부터 절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 몰라요. 초대장을 받았을 때에도 사령관님이 왜 저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나 의아했다니까요.”
그러자 소씨 가문의 친척이 손사래를 쳤다.
“영미야, 넌 너무 겸손하구나. 우리 가문이 대단한 집안은 아니지만 네가 예쁘고 훌륭하잖아. 사령관님이 너의 매력에 빠진 게 분명해.”
소영미는 고개를 쳐들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 남릉 군부대에 친구 만나러 갔는데 한 젊은 장교가 절 눈여겨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이 사령관님인 것 같아요.”
“어머, 영미야. 사령관님이 너에게 한눈에 반했나 봐!”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아부했다.
딸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소영미가 아주 부러웠다.
소우희 일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우희를 데리러 온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왜 영미가 주인공인 거야?’
그들이 들어도 소영미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었다.
소영미도 소씨인 데다 며칠 전에 이미 초대장을 받았다. 그거에 비해 서강묵은 아무것도 없이 말만 하지 않는가?
“서강묵, 너 우리를 바보취급 한 거야? 죽고 싶어?”
화가 난 유봉옥이 소리를 빽 질렀다!
소우희와 소국림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습군! 정말 우스워!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서강묵이 사령관님이 아닐까 생각했다니. 만인의 추앙을 받는 사령관님이 어떻게 소영미를 5년이나 쫓아다녔겠어?’
“서강묵, 너 죽고싶어?”
서강묵의 싸움 실력을 직접 본 게 아니었다면 그의 따귀를 갈겼을 것이다.
“너 혼자 죽을 것이지 우리한테까지 민폐를 끼치려고 했어? 여보, 얼른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뭐해요!”
유봉옥이 화를 내며 말했다. 서강묵은 지금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차들은 정말 소우희를 모시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소영미의 상상력이 그렇게 풍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소씨 성을 가진 여자가 왜 꼭 자신이라고 생각한 건가?
바로 이때, 소리를 들은 소영미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소우희 일가와 서강묵을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소우희의 앞에 서서 가식적인 표정을 지었다.
“우희야, 내가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분이야. 너에게 고마워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서강묵이 일방적으로 날 좋아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령관님 같은 사람은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조금이라도 엮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거야. 그런데 네가 저 인간을 처리해줬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네가 없었다면 사령관님과 나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소우희는 창피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국진도 걸어와서 유봉옥을 비꼬았다.
“제수씨, 우희가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기뻐했죠? 의술 좀 할 줄 아는 걸 가지고 무슨! 계약금이 20억이면 뭐 어때요? 사령관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퇴임 파티가 끝나면 사령관님이 내 사위가 될 텐데 그때면 당신들부터 내쫓아야지!”
유봉옥은 깜짝 놀라 다급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주버님,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은 저와 국림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서강묵 저 자식이 자꾸 부추겨서 그런 거죠. 저는 우리가 항상 한가족이라고 생각해온걸요!”
옆에 있던 서강묵이 입을 열었다.
“당신과 소영미는 내일 파티에서 웨이터로 일만 할 건데 프러포즈가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요!”
“풉!”
소영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와 상관이 없으면 너와는 상관이 있게? 서강묵, 내가 사령관님과 결혼한다고 하니 막 죽고 싶고 그렇지? 나도 더 이상 충격을 주지 않을게. 사랑하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니 네가 얼마나 상처받았겠어?”
“…”
‘자뻑이 이 정도로 심한 사람은 또 처음이군!’
“너도 퇴임 파티에 참가하고 싶은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사령관님이 나에게 프러포즈할 때 아빠더러 사진을 몇 장 찍어두라고 할게. 너도 그 사진 보고 식견 좀 넓혀 봐.”
소영미가 말했다.
서강묵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줄게. 웨이터가 되어 바삐 뛰어다니는 모습이 지금보다 더 어울릴 테니까.”
소영미는 깔깔거리며 말했다.
“가난뱅이 주제에 파티에는 가고 싶어? 정말 웃기네!”
서강묵은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고 돌아서서 말했다.
“우희 씨, 우리 가요.”
그제야 그는 소우희 일가가 벌써 저 멀리로 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
‘내가 그렇게 창피한가?’
서강묵이 따라가자 유봉옥이 소리를 질렀다.
“서강묵, 우리가 길거리에 나앉아야 속이 시원하겠어? 소영미는 곧 사령관님과 결혼할 사람인데 그렇게 소영미를 건드리면 어떡해? 오늘밤에는 우리 집 말고 다른 데 가서 자. 아니, 아예 썩 꺼져!”
그러나 서강묵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소영미와 소국진은 파티에서 웨이터로 일할 거예요. 우리에게 술을 따르기 바쁠걸요. 차가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만 출발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