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어머님이 전화 왔을 때 우희더러 양해서를 써달라고 얼마나 사정사정 하던지. 내가 당신과 결혼해서 어머님이 이렇게 나에게 좋게 얘기한 적이 없어요.”
“아니야…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지…”
소국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봉옥은 그를 흘겨보며 쏘아붙였다.
“거짓말! 큰아주버님한테는 왜 안 그래요? 다 당신이 무능해서 그렇지! 서강묵은 집에 온 지 이틀도 되지 않았는데 통쾌한 상황을 두 번이나 만들어줬잖아요. 출신만 좋았다면 당신은 서강묵의 반의 반도 못 미쳐요.”
“그게…”
유봉옥이 계속해서말을 이었다.
“서강묵이 정말 일반 병사일까요? 어느 정도 권력이 있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순순히 사람을 풀어줄까요? 설마… 장교 급 되는데 일부러 숨기는 거 아니겠죠?”
소국림은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정말 장교 급이라면 영미에게 5년 동안이나 구애했겠어? 월급도 다 탕진하고 맞선남 앞에서 무안이나 당하고 말이야. 장교라면 그러지 않았겠지.”
유봉옥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불쑥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전화 한 통에 경찰서에서 사람을 순순히 풀어줬나 이 말이에요. 그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적어도 대단한 사람 한 명은 알고 있을 게 아니에요?”
소국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는 있겠네! 군생활을 6년이나 했다고 하니 전우가 많을 거야. 그들 중 한 명은 높은 위치에 올랐을 수도 있지 않아? 전우끼리는 모두 생사를 함께 한 친구이니 사람 두 명쯤 풀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유봉옥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서강묵의 인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를 퇴임 파티에 데려가겠다고 하는 것도 허풍이 아닐 수 있겠는데요? 우리도 퇴임 파티에 참가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큰아주버님네가 큰소리를 치는 것도 다 소영미 그것이 초대장을 받았기 때문이잖아요. 우리도 받으면 그들이 얼마나 무안하겠어요?”
소국림도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바로 서강묵을 불러서 물어봐야겠어!”
정원에 있던 서강묵은 소국림이 그를 부르는 것을 듣고 소영아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자, 할 말이 있으니 이곳에 앉게.”
소국림은 짐짓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서강묵은 소영아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
“서강묵, 아는 사람이 운성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가 앉은 뒤, 유봉옥이 급히 물었다.
서강묵은 흠칫하더니 대답했다.
“경찰서의 반장이 제 옛 전우인데 그렇게 높은 자리는 아니죠.”
“그랬구나!”
유봉옥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가 대단한 사람과 알고 지내서 초대장을 손에 넣을 수 있나 했지. 그건 아니었구나!”
“퇴임 파티에 가고 싶으세요? 그럼 내일 들어갈 수 있게 해드릴게요.”
유봉옥은 눈을 흘겼다.
“내일이 바로 파티인데 지금까지도 초대장을 가져오지 못했으면서 우리를 어떻게 들여보낸다는 거야? 허세는.”
서강묵: “제가 모시고 들어가면 되는데 초대장이 필요하나요? 누구든 절 막으면 죽은 목숨이 될 것입니다!”
유봉옥은 고개를 홱 돌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소국림은 한숨을 내쉰 뒤, 일어나서 떠났다.
서강묵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 그는 소영아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본 뒤에야 천천히 위층 침실로 들어갔다.
소영아를 소우희에게 안겨준 뒤, 서강묵이 물었다.
“우희 씨, 내일 퇴임 파티 때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텐데 옷 좀 신경 써서 입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소영미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초대장 줘봐요.”
서강묵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쳇.”
소우희는 소영아를 씻기러 욕실로 들어갔다.
“…”
‘왜 다들 내가 허풍을 친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 말이 다 사실인데!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인 믿음도 없나?’
방으로 돌아온 뒤, 그는 주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퇴임 파티 때, 내가 소씨 성을 가진 여자에게 프러포즈할 거라고 언론에 뿌려.”
주채연:”네, 보스. 내일 아침 보스와 사모님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이튿날.
6시가 되기도 전에 소우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났다.
베란다로 나가 보자 소국림과 유봉옥이 목을 길게 빼들고 흥분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소우희가 물었다.
소국림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좀 봐!”
소우희는 앞을 내다보았다.
곧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별장 앞에 빨간색 장미로 단장한 지프차들이 일렬로 서 있었던 것이다.
대충 세어도 족히 백 대는 되었다.
물론, 수량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프차는 모두 군용차량인 듯 뚜렷한 군용 패말을 달고 있었다.
차들이 들어오자 별장 구역은 물론, 다른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도 깜짝 놀라 구경하러 왔다.
감탄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기에 군용 차량을 백 대나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소우희는 입을 떡 벌렸다.
유봉옥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어제 듣자 하니 사령관님이 오늘 퇴임 파티에서 소씨 성을 가지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한대. 그 여자 데리러 왔나 보네. 우리가 사령관님의 약혼녀랑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다니 참 신기하지 않아? 게다가 그 아가씨도 소씨잖아. 앞으로 종종 산책 나가고 그래야겠어. 어쩌면 길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