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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주인공이 되게 해줄게

  • “아까 어머님이 전화 왔을 때 우희더러 양해서를 써달라고 얼마나 사정사정 하던지. 내가 당신과 결혼해서 어머님이 이렇게 나에게 좋게 얘기한 적이 없어요.”
  • “아니야…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지…”
  • 소국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유봉옥은 그를 흘겨보며 쏘아붙였다.
  • “거짓말! 큰아주버님한테는 왜 안 그래요? 다 당신이 무능해서 그렇지! 서강묵은 집에 온 지 이틀도 되지 않았는데 통쾌한 상황을 두 번이나 만들어줬잖아요. 출신만 좋았다면 당신은 서강묵의 반의 반도 못 미쳐요.”
  • “그게…”
  • 유봉옥이 계속해서말을 이었다.
  • “서강묵이 정말 일반 병사일까요? 어느 정도 권력이 있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순순히 사람을 풀어줄까요? 설마… 장교 급 되는데 일부러 숨기는 거 아니겠죠?”
  • 소국림은 쓴웃음을 지었다.
  •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정말 장교 급이라면 영미에게 5년 동안이나 구애했겠어? 월급도 다 탕진하고 맞선남 앞에서 무안이나 당하고 말이야. 장교라면 그러지 않았겠지.”
  • 유봉옥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불쑥 물었다.
  • “그런데 어떻게 전화 한 통에 경찰서에서 사람을 순순히 풀어줬나 이 말이에요. 그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적어도 대단한 사람 한 명은 알고 있을 게 아니에요?”
  • 소국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럴 수는 있겠네! 군생활을 6년이나 했다고 하니 전우가 많을 거야. 그들 중 한 명은 높은 위치에 올랐을 수도 있지 않아? 전우끼리는 모두 생사를 함께 한 친구이니 사람 두 명쯤 풀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 유봉옥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 “서강묵의 인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를 퇴임 파티에 데려가겠다고 하는 것도 허풍이 아닐 수 있겠는데요? 우리도 퇴임 파티에 참가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큰아주버님네가 큰소리를 치는 것도 다 소영미 그것이 초대장을 받았기 때문이잖아요. 우리도 받으면 그들이 얼마나 무안하겠어요?”
  • 소국림도 마음이 흔들렸다.
  • “지금 바로 서강묵을 불러서 물어봐야겠어!”
  • 정원에 있던 서강묵은 소국림이 그를 부르는 것을 듣고 소영아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 “자, 할 말이 있으니 이곳에 앉게.”
  • 소국림은 짐짓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 서강묵은 소영아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
  • “서강묵, 아는 사람이 운성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 그가 앉은 뒤, 유봉옥이 급히 물었다.
  • 서강묵은 흠칫하더니 대답했다.
  • “경찰서의 반장이 제 옛 전우인데 그렇게 높은 자리는 아니죠.”
  • “그랬구나!”
  • 유봉옥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네가 대단한 사람과 알고 지내서 초대장을 손에 넣을 수 있나 했지. 그건 아니었구나!”
  • “퇴임 파티에 가고 싶으세요? 그럼 내일 들어갈 수 있게 해드릴게요.”
  • 유봉옥은 눈을 흘겼다.
  • “내일이 바로 파티인데 지금까지도 초대장을 가져오지 못했으면서 우리를 어떻게 들여보낸다는 거야? 허세는.”
  • 서강묵: “제가 모시고 들어가면 되는데 초대장이 필요하나요? 누구든 절 막으면 죽은 목숨이 될 것입니다!”
  • 유봉옥은 고개를 홱 돌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 소국림은 한숨을 내쉰 뒤, 일어나서 떠났다.
  • 서강묵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 그는 소영아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본 뒤에야 천천히 위층 침실로 들어갔다.
  • 소영아를 소우희에게 안겨준 뒤, 서강묵이 물었다.
  • “우희 씨, 내일 퇴임 파티 때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텐데 옷 좀 신경 써서 입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소영미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 “초대장 줘봐요.”
  • 서강묵은 고개를 저었다.
  • “없어요.”
  • “쳇.”
  • 소우희는 소영아를 씻기러 욕실로 들어갔다.
  • “…”
  • ‘왜 다들 내가 허풍을 친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 말이 다 사실인데!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인 믿음도 없나?’
  • 방으로 돌아온 뒤, 그는 주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내일 퇴임 파티 때, 내가 소씨 성을 가진 여자에게 프러포즈할 거라고 언론에 뿌려.”
  • 주채연:”네, 보스. 내일 아침 보스와 사모님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 이튿날.
  • 6시가 되기도 전에 소우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났다.
  • 베란다로 나가 보자 소국림과 유봉옥이 목을 길게 빼들고 흥분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아빠, 무슨 일이에요?”
  • 소우희가 물었다.
  • 소국림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기 좀 봐!”
  • 소우희는 앞을 내다보았다.
  • 곧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 별장 앞에 빨간색 장미로 단장한 지프차들이 일렬로 서 있었던 것이다.
  • 대충 세어도 족히 백 대는 되었다.
  • 물론, 수량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 지프차는 모두 군용차량인 듯 뚜렷한 군용 패말을 달고 있었다.
  • 차들이 들어오자 별장 구역은 물론, 다른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도 깜짝 놀라 구경하러 왔다.
  • 감탄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 “세상에! 어떤 사람이기에 군용 차량을 백 대나 움직일 수 있는 거지?”
  • 소우희는 입을 떡 벌렸다.
  • 유봉옥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 “어제 듣자 하니 사령관님이 오늘 퇴임 파티에서 소씨 성을 가지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한대. 그 여자 데리러 왔나 보네. 우리가 사령관님의 약혼녀랑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다니 참 신기하지 않아? 게다가 그 아가씨도 소씨잖아. 앞으로 종종 산책 나가고 그래야겠어. 어쩌면 길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지 않겠어?”
  • 유봉옥은 환상에 잠긴 얼굴로 말했지만 소우희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 순간 머릿속에 서강묵이 어제 한 얘기가 떠올랐던 것이다.
  • “내일 당신을 퇴임 파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게요.”
  • 이때, 서강묵은 눈을 비비며 방에서 걸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