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경찰서에서 전화 왔는데 영미가 영상 조작에 참여한 죄로 잡혀갔다는구나. 피해자가 너라는데 네가 아니면 누가 신고했다는 거야?”
소국진은 오히려 당당하게 따지고 들었다.
소우희의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
“왕문원이 동영상을 조작하고 인터넷에 뿌린 일에 소영미도 참여했다는 건가요?”
소국진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내…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왕씨 가문에서 영미에게 뒤집어씌웠을 수도 있지. 뭐가 되었든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가서 양해서를 쓰고 영미를 꺼내와!”
“저…”
소우희는 저도 모르게 서강묵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강묵은 그녀의 착한 마음을 잘 알기에 핸드폰을 가져와 귀에 댔다.
“소국진 씨, 당신 딸이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에 대응하는 벌을 받아야지요. 피해자인 우희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강요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당신까지 구치소에 들어가는 수가 있습니다!”
“서강묵, 너…”
소국진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서강묵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렇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거예요?”
소우희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서강묵이 대답하려는 순간, 소우희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이번에는 소부옥이 걸려온 전화였다.
“우희야, 영미가 어제 회사를 인수하고 힘든 일이 많았잖니? 홧김에 너에게 몹쓸짓을 한 것 같은데 다행히 일이 크게 번지지도 않고 진실이 밝혀졌는데 영미 좀 풀어주렴! 영미가 경찰서에 있으면 내일 퇴임 파티에 나갈 수 없을 텐데 그러면 우리 가문의 앞날도 끝장이야. 왕문원이 감옥에 들어가면 왕씨 가문에서 소씨 가문과의 협력을 다 끊어버리면 어떡해? 그렇게 되면 앞날은커녕 우리 가문의 돈줄까지 다 끊기게 생겼어! 너도 소씨 가문 사람이니 우리가 망하면 같이 망할 거 아니야!”
“할머니, 저…”
소부옥의 말을 들은 소우희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망설이지 말고 내가 지금 경찰서에 있으니 사인하러 와.”
소부옥은 소우희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우희야, 무슨 일이야?”
소국림이 물었다.
소우희는 상황을 간략하게 말했다.
이때, 소부옥이 또 전화를 유봉옥에게 했다.
둘이 뭐라고 했는지 유봉옥은 고개를 끄덕이고만 했다.
전화를 끊은 뒤, 유봉옥은 소우희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희야,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얼른 경찰서로 가서 양해서를 제출해!”
“강묵 씨, 그냥 이대로 할까요?”
소우희는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서강묵도 그녀를 난감하게 할 생각이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우희 씨 말에 따를게요.”
“그럼 전 경찰서에 가서 양해서를 제출하고 올 테니 집에서 영아랑 같이 있어줘요.”
소우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서강묵은 그녀가 사실 속으로는 서운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소씨 가문의 흥망을 두고 그녀를 핍박하고 있었다.
그녀는 억울했지만 소씨 가문의 일원인지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갈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이면 돼요.”
말을 마친 서강묵은 문 밖으로 걸어가 주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에 있는 왕문원과 소영미를 풀어줘.”
“네, 보스!”
주채연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서강묵이 덧붙여서 말했다.
“왕씨 가문이 인맥을 동원해서 퇴임 파티의 초대장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입장 자격을 취소해. 하지만 먼저 알리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주채연은 대답한 뒤, 그대로 이행했다.
방으로 들어온 서강묵은 소우희에게 말했다.
“다 됐어요.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요. 내가 영아 데리고 놀고 있을게요.”
“끝났다고요?”
소우희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서강묵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봉옥: “서강묵, 너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야? 네 전화 한 통에 경찰서에서 사람을 풀어준다는 게 말이 돼? 우희야, 중요한 일이니만큼 이 트러블메이커의 말을 듣지 말고 얼른 가서 양해서를 작성해. 어머님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신대!”
소국림: “그래, 우희야. 직접 갔다 오는 게 좋겠어.”
유봉옥과 소국림 모두 서강묵에게 이렇게 큰 파워가 있을 걸 믿지 않았다.
“저…”
소우희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때, 유봉옥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우희 오라고 하지 마. 경찰서에서 풀려났어.”
소부옥이 말했다.
“저… 정말요?”
유봉옥은 멍한 얼굴로 서강묵을 바라보았다.
소부옥은 할 말만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영미와 왕문원 모두 괜찮대?”
소국림이 물었다.
“아… 아마도요…”
유봉옥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경찰서에서 사람을 풀어줬다는 말에 소우희는 서강묵을 힐끔 보았다. 하지만 소국림과 유봉옥의 앞인지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