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올 거예요
- “우희 씨는 왜 그렇게 단순해요? 아버지가 심장병이 도져도 그들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은 인간이에요. 그들이 왕씨 가문을 포기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소영미 혼자 버거우니까 책임질 총알받이가 필요한 거예요.”
- 서강묵이 웃으며 말했다.
-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회사에 안 좋은 일이 생겼으면 제가 도와줘야죠. 소씨 가문이 망하면 저에게도 좋을 건 없잖아요.”
- 소우희는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모질게 거절할 수 없었다.
- “돕고 싶다면 그들이 사정할 때까지 기다려야죠. 그들이 오라고 간다면 다들 우습게 보지 않겠어요?”
- 서강묵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하지만…”
- “내 말대로 해요!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영아를 유치원부터 데려갑시다.”
- 말을 마친 서강묵은 소영아를 안고 문 밖으로 나갔다.
- 소우희도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
- 셋은 대문 앞에서 마침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는 소국림과 유봉옥과 마주치고 말았다.
- “우희야, 할머니가 전화 와서 그러는데 너더러 다시 회사 나오라고 하더구나.”
- 소국림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 “할머니가 아빠에게도 전화했어요?”
- 소우희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물었다.
- ‘할머니가 이렇게 급히 나서시는 걸 보니 강묵 씨 말이 맞아. 력셔리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봐.’
- “너 얼른 옷 갈아입고 회사로 가지 않고 뭐해?”
- 유봉옥이 재촉했다.
- 소우희는 쓴웃음을 짓고 뭐라고 말하려 했다.
- 이때, 옆에 있던 서강묵이 불쑥 끼어들었다.
- “소영미에게 말해뒀어요. 우희 씨가 다시 회사로 나가길 원한다면 할머니와 그들 부녀가 직접 와서 모셔가라고요.”
- 이 말을 들은 소국림과 유봉옥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 ‘소씨 가문의 집권자들더러 직접 소영미를 모셔가라고 했다고? 이 자식, 정신 나간 거 아니야?’
- “서강묵, 네가 뭔데 우리 소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어? 어머님이 직접 국림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희더러 회사에 내보내라고 하신 건 우리를 별장에서 내쫓지 않겠다는 말이야. 너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야?”
- 유봉옥은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 “올 거예요.”
- 서강묵은 담담하게 한마디만 던진 뒤, 소영아를 안고 차를 탔다.
- “저 자식, 우리 집안을 망하게 하려는 게 틀림없어!”
- 유봉옥은 소우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 “설마 진짜 어머니와 형님이 직접 찾아오게 하려는 건가?”
- 소국림이 물었다.
- 유봉옥은 헛웃음을 지었다.
- “꿈 깨요 좀! 당신 어머니가 소씨 가문을 인수한 뒤로 첫째네만 예뻐하시잖아요. 우리 집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같은 아들인데 당신은 왜 이렇게 무능해요?”
- 유봉옥은 또 화살을 그녀에게 돌렸다.
- 소국림은 아내의 잔소리에 짜증이 나서 괜히 서강묵만 얄밉게 느껴졌다.
- 소영아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온 뒤, 소우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새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 그녀는 소부옥이 그녀에게 사정하러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살길을 도모하는 중이었다.
-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서강묵은 태연하게 옆에 앉아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 소우희는 화가 나 그를 때려주고 싶었다.
-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강묵은 거칠고 허풍을 자주 치지만 항상 그녀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아껴주었다. 결국 소우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 한편, 소국림과 유봉옥은 정원의 채소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었다.
- 이때, 검은색 BMW가 별장 입구에 멈춰 서더니 차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바로 소영미와 소국진이었다.
- “영미와 형님이 정말 우리 집에 왔어!”
- 소국림은 깜짝 놀라 외쳤다.
-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눈은 더욱 크게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 “어머니도 오신 거야?”
- 유봉옥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 소영미와 소국진은 차에서 내린 뒤, 뒷좌석의 문을 열고 소부옥을 부축해서 걸어왔다.
- “어머니, 무슨 일로 직접 오셨어요? 저에게 전화 해서 지시만 내리면 될걸.”
- 소국림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 유봉옥도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어머님. 죄송하게 친히 오셨네요.”
- 소부옥은 둘을 보더니 화제를 돌렸다.
- “우희는 어디 있느냐? 아프다고 해서 보러 왔어.”
- 소국림은 또 깜짝 놀랐다. 소우희는 지금 일 층 거실에서 일자리를 찾느라 바빴다.
- ‘만약 우희가 꾀병을 부린 걸 어머니가 알게 되신다면 가만히 있을까? 우희는 거짓말이라고 할 줄 모르는 앤데 서강묵 그 자식이 잔꾀를 낸 게 분명해.’
- “우희야, 할머니께서 너 아프다고 친히 보러 오셨어. 얼른 내려와!”
- 유봉옥이 큰소리로 외쳤다.
- 소우희더러 아픈 척 하라고 일깨우는 것이었다.
-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서강묵이 걸어왔다. 그는 소부옥을 보고 말했다.
- “우희 안 아파요. 지금 인테넷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 콰르릉!
- 이게 또 무슨 쇼킹한 소식이라는 말인가!
- 서강묵의 말에 소국림과 유봉옥은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
- “서강묵, 여기서 작작 떠들고 썩 꺼져”
- ‘우희가 아프다고 한 것도 이 자식이고,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이 자식이네. 이 자식, 정말 우리가 길거리에 나앉아야 속이 시원할 건가?’
- “어머니, 우희 씨 아픈 거 맞아요. 강묵이 허튼소리를 하는 것이니 절대 믿지 마세요.”
- 소국림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 소부옥은 실눈을 뜬 채, 서강묵에게 물었다.
- “그 말이 무슨 뜻이야?”
- “우희 씨에게 당신 소씨 가문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죠.”
- 서강묵이 싸늘하게 말했다.
- 소부옥은 피를 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녀는 지팡이로 서강묵의 뒤통수를 갈기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
- “서강묵, 할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 소영미가 화를 냈다.
- 소국진도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
- “서강묵, 우리 소씨 가문은 아직 네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어.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소씨 가문의 집안일에 끼어드는 거야?”
- “서강묵, 어서 꺼져버려.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잤다고 네가 사위라도 된 것마냥 굴지 말고 얼른 나가라고!”
- 유봉옥도 덩달아 욕설을 퍼부었다.
- 그들이 얼마나 흥분하든 서강묵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 “할머니, 이렇게 급히 오신 걸 보니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우희 씨가 나서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요!”
- 소부옥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 “너희의 농간이 맞았어! 이렇게 해서 너희에게 돌아가는 게 뭐야? 다 너희가 살아야 할 집이 아니냐? 집안이 망하면 너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 “저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지만 할머니가 소씨 가문이 망하도록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요.”
- 서강묵이 말했다.
- “그래서 날 제멋대로 쥐락펴락하겠다?”
- 서강묵은 웃음을 터뜨렸다.
- “할머니, 저는 그냥 우희 씨의 능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인데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 소부옥은 입가를 실룩였다. 이는 병 주고 약 주는 게 아닌가?
- ‘서강묵 이 자식, 보통 놈이 아니야.’
- “우희 어디 있어? 걔 뜻도 같은지 물어봐야겠어.”
- 소부옥은 말을 마치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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