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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다른 사람은 안돼!

  • “하늘이 무너졌어? 사무실에 들어올 때 노크하는 것도 몰라? 우희가 그렇게 가르쳤어?”
  • 소영미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사람들에게 호통쳤다.
  • 생산팀 부장은 이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다급히 보고했다.
  • “대표님, 지금 중요한 납품업체가 저희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 “그럼 업체 바꾸면 되지. 설마 돈이 있는데 납품 업체 하나 찾지 못하겠어?”
  • 소영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 생산팀 부장은 어이가 없었다.
  • “대표님, 이 납품업체가 납품하는 금실은 희귀 재료로 전국에 이곳 한 곳밖에 없어요.”
  • “력셔리가 옷이랑 화장품 회사 아니야? 금실이 왜 필요해?”
  • 소영미는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 생산팀 부장이 다급히 설명했다.
  • “대표님이 모르시나 본데 며칠 전에 운성 최고 권력가의 부인이 우리 회사의 디자인을 보고 마음에 든다면서 비서를 보내 오더를 내렸습니다. 그분의 사이즈대로 디자인과 똑같은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고 하시면서요. 드레스는 거의 끝났는데 마지막 단계만 남았습니다. 금실로 소매 끝을 박음질하는 단계 말이죠. 내일이 납품일인데 금실 납품업체가 저리 나오니 우리더러 죽으라는 게 아닙니까?”
  • “뭐라고? 주씨 사모님의 오더 말이야?”
  • 소영미의 안색이 대뜸 창백하게 변했다.
  • 그녀는 대표로 위임되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 운성 최고 권력가의 부인이라니. 절대 만만히 볼 수 있는 고객이 아니었다.
  • 내일에 납품하지 못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갖은 이유를 대면서 력셔리를 망가뜨리려고 할 것이다.
  • 그때가 되면 력셔리의 대표인 그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 “얼른 그 납품업체에 전화를 걸어. 내 직접 얘기해야겠어!”
  • 소영미가 급히 말했다.
  • 생산팀 부장은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소영미는 바로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력셔리 대표 소영미인데요…”
  • “소우희 씨는요? 소우희 씨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얘기하지 않을 거니 그리 아시오!”
  • 팍!
  • 전화는 그대로 끊어지고 말았다.
  • 소영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상대 대표가 새 대표인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소우희만 찾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 “젠장, 소우희 그 년이 나보다 뭐가 잘났다고?”
  • 소영미는 욕을 퍼붓은 뒤, 전화를 걸어 유 대표에게 따지려고 했다.
  • “대표님, 유 대표는 군부대에 배경이 빵빵해요. 그러니… 말씀 가려 하세요…”
  • 생산팀 부장이 소영미의 기세를 보고 조심스럽게 일깨워 주었다.
  • ‘군부대 배경?’
  • 소영미는 흠칫 놀랐지만 그래도 번호를 눌렀다.
  • 그런데 상대가 그녀를 차단했을 줄이야!
  •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오늘 첫 출근인데 왜 나한테 이래!”
  • 소영미는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었다.
  • “대표님, 유 대표가 전 대표님을 불러오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소우희 대표님을 다시 모셔온다면 상황이 좀 달라질 것 같은데…”
  • “그래, 그런 거였어!”
  • 부장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소영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 “소우희 그 년, 분명 유 대표와 무슨 썸씽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자리를 빼앗긴 게 분해서 나 엿 먹이려고 유 대표더러 협력을 중단하라고 한 거지. 지금 소우희에게 전화 걸 테니까 딱 기다려!”
  • 소영미는 핸드폰을 꺼내 소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상대가 전화를 받자 소영미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 “소우희, 더러운 년, 납품업체 사장이랑 붙어먹고 일부러 나 엿 먹인 거지?”
  • “엿은 내가 먹인 거지, 우희 씨와 상관없어.”
  • 그러자 상대쪽에서 서강묵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소영미는 어리둥절해졌다.
  • “왜 너야? 소우희 그 년 어디 갔어?”
  • “소영미, 어제 따귀를 두 번이나 맞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야?”
  • 서강묵이 냉소하며 물었다.
  • 그러자 소영미는 갑자기 뺨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 팍!
  • 또 전화가 끊겼다.
  • 소영미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 “이 바보 멍청이, 감히 내 전화를 끊어? 들었지? 소우희 그 년, 겁이 나서 이 멍청이를 내세우고 자기는 쏙 피한 거야. 력셔리를 망치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군!”
  • 소영미는 부장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 부장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설득하려고 했다.
  • “대표님, 회사에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났으니 얼른 회장님께 말씀드려요. 그분께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 “그래, 알았으니까 나가 봐.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봐야겠어.”
  • 소영미 혼자서 이렇게 큰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 소부옥에게 전화를 건 소영미는 먼저 울음부터 터뜨린 다음 소우희를 실컷 까내렸다. 그런 뒤에야 소부옥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 내일이 바로 납품일인데 고객은 소씨 가문이 밉보일 수 없는 거물이라는 말에 소부옥은 깜짝 놀라 심장이 떨렸다.
  • 퇴임 파티가 가져다주는 위엄은 시간이 흘러야 드러날 것이지만 드레스를 제때에 완성하지 못한다면 소씨 가문은 내일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없었다.
  • “지금 쓸데없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야. 우희 걔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전화를 걸어서 내가 허락했으니 다시 력셔리를 맡으라고 해. 너는 부대표로 강등하고 말이야. 그렇게 되면 드레스의 일이 잘못되어도 다 걔가 책임질 거 아니야?”
  • 소부옥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 “할머니… 왜 걔가 제 위에 있어야 하는데요?”
  • 소영미는 내키지 않았다.
  • 그러자 소부옥은 버럭 화를 냈다.
  • “지금이 어느 땐데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고 있어? 당장 우희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해. 나도 셋째에게 얘기할 테니까!”
  • “네…”
  • 소영미는 입을 삐죽 내민 뒤, 소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소우희, 할머니가 너더러 회사에 출근하러 오래. 드레스 오더는 네가 받은 거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 “우희 씨 아파!”
  • 서강묵이 말했다.
  • 또 서강묵의 목소리를 듣자 소영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 “서강묵, 너 저리 꺼지고 소우희더러 전화 받으라고 해.”
  • “우희 씨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너, 소국진, 그리고 소부옥까지 직접 찾아와서 사과해. 안 그러면 네가 퇴임 파티에 참가하기도 전에 소씨 가문은 망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 서강묵의 코웃음소리와 함께 전화가 또 끊겼다.
  • 소영미는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
  • “제 핸드폰으로 뭐 하고 있어요?”
  • 소영아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외출할 준비를 하던 소우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 “소영미가 전화 와서 회사로 다시 출근하라고 하는데요.”
  • 서강묵이 말했다.
  • 그러자 소우희의 얼굴은 바로 환하게 펴졌다.
  • “할머니가 마음이 바뀌었대요?”
  • “그런가 봐요!”
  • 소우희가 다급히 말했다.
  • “그럼 저 대신 영아 좀 유치원에 데려가줘요. 저는 회사로 가볼게요.”
  • “제가 이미 거절했는데요.”
  • 서강묵이 말했다.
  • “뭐라고요?”
  • 소우희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 “제가 다시 회사로 나가면 할머니는 우리 가족을 내쫓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왜 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거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