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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 자리를 내놓게 될 거야

  • 소우희는 이를 악물었다.
  • “할머니, 왕문원 그 인간은 아빠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렇게 악독한 사람과 어떻게 결혼하라는 거예요?”
  • 소부옥은 지팡이를 짚은 채, 욕을 퍼부었다.
  • “너는 지금 내가 너랑 좋게 얘기하는 거로 보여? 네가 왕문원과 결혼하지 않으면 수십 년간 쌓아온 소씨 가문의 사업이 모두 망하게 돼. 너 때문에!”
  • “싫어요!”
  • 눈시울이 빨개진 소우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미혼모로 살아오면서 그녀는 줄곧 집안사람의 무시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가문의 흥망을 그녀에게 떠민다는 말인가?
  • “그래, 좋아!”
  • 소부옥은 화가 나 몸을 덜덜 떨었다.
  • “네가 소씨 가문이 망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면 지금 당장 꺼져! 내일부터 력셔리를 영미에게 줄 거야!”
  • 소영미는 활짝 웃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소우희의 자리를 탐냈던 것이다.
  • “할머니…”
  • 소우희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 이때, 서강묵이 소영아를 안고 그녀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 “우희 씨, 우리 가요! 소씨 가문이 없어도 당신과 영아가 잘 지낼 수 있게 해줄게요!”
  • “엄마, 영아 배고파요…”
  • 소영아가 울먹이며 말했다.
  • 소우희는 마음이 욱신거렸다. 그녀는 서강묵의 손을 잡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 “어머님, 다 저 서강묵 탓이에요. 우희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우희가 정신을 못 차리지 뭐예요. 정말 탓하시려면 서강묵을 탓해야지 우리 국림 씨 잘못으로 보시면 안돼요…”
  • 유봉옥이 소부옥에게 말했다.
  • 그러자 소부옥은 버럭 화를 냈다.
  • “소국림, 멍청한 놈, 딸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 사흘간의 시간을 줄 테니 그때도 우희가 이렇게 나오면 둘 다 꺼져!”
  • 이 말만 남긴 채, 소부옥은 소국진과 소영미를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 소국림과 유봉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 소우희가 서강묵을 집으로 데려온 것을 보고 유봉옥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 소국진 역시 상황이 좋지 못했다.
  • 서강묵이 입을 열었다.
  • “걱정하지 말아요. 이틀만 지나면 소씨 가문이 모두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게 해줄 테니까요.”
  • “썩 꺼져! 하는 말마다 허풍이고 허세야! 너는 우리 가족이 모두 거리로 나앉아야 속이 후련하지? 정말 우리 우희를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 멀리 꺼져! 아까 병원에서 못 들었어? 소영미와 왕문원 모두 사령관님의 초대장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어? 그 둘에게 모두 미움을 샀으니 이제는 우리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야? 그런데 남 부럽지 않게 해준다고?”
  • 유봉옥이 바락바락 악을 썼다.
  • 옆에 서 있는 소국림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
  • 서강묵이 그의 목숨을 살려줬다고 하지만 오늘의 소동 역시 서강묵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 소씨 가문은 그를 쭉 무시해 왔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집안이 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 서강묵은 맞은편의 소우희를 보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우희 씨가 제 증표를 받고 제 프러포즈를 받아준 순간부터 저는 우희 씨에게 평생 영광만 안겨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소씨 가문이나 왕씨 가문은 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는 초대장도 별거 아닙니다. 우희 씨만 원한다면 저는 우희 씨를 그 파티의 주인공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 유봉옥은 화가 나 눈을 흘기며 말했다.
  • “허풍이 아주 하늘을 찌르네! 너 같은 인간이랑 말도 섞기 싫어. 여보, 당신 딸이 친 사고 좀 보세요. 그런데 왜 말도 없이 가만히 있어요!”
  • 말을 마친 유봉옥은 고개를 홱 돌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 소국림은 서강묵과 뭐라고 하기 민망해서 소우희의 옆에 앉아 말했다.
  • “우희야, 서강묵의 의술은 뛰어나나 왕 원장의 제안을 거절한 걸 보니 높이 올라가기는 그른 인간인 것 같구나. 또 지난 5년간 영미에게 월급을 다 보냈으니 남아 있는 돈도 없을 게 아니야? 이렇게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널 퇴임 파티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말이냐? 왕문원은 거만하긴 하나 가문이 빵빵하지 않니? 네가 영아를 데리고 왕씨 가문에 들어가 산다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야.”
  • 소우희는 냉소를 하며 말했다.
  • “아빠, 잊지 마세요. 방금 전 병원에서 아빠를 죽이려고 했던 인간이 바로 왕문원이에요.”
  • 소국림은 얼굴이 시뻘게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됐어, 오늘은 지쳤으니까 영아 데리고 씻고 자. 얘기는 내일 다시 하자고!”
  • 한참 뒤, 이렇게 말한 소국림은 방으로 들어갔다.
  • “우희 씨, 할머니가 회사를 떠나라고 한 거 말이에요. 괜찮아요?”
  • 서강묵이 불쑥 물었다.
  • 소우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3년 동안에 저는 력셔리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렸고 소씨 가문에서 가장 돈 잘 버는 기업으로 키웠어요. 제가 얼마나 애썼는지 누구도 모를 거예요. 그런데 할머니가 말 한마디로 그걸 빼앗아 가려고 하시니 당연히 괜찮지 않죠. 그런데 다른 수가 있겠어요?”
  • 서강묵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당신이 원한다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든 소영미가 그 자리를 내놓게 할게요!”
  • 소우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허풍이에요?”
  • 서강묵: “…”
  • ‘자꾸 내가 허풍을 떤다고 그래서 일부러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겸손하게 말한 건데…’
  • 사실 그가 소씨 가문을 망하게 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 “영아 씻기고 올 테니 좀 기다려요. 이따 옆방을 치워줄게요. 할머니가 우리를 언제까지 이 별장에서 살게 놔둘 건지는 알 수 없지만요.”
  • 소우희는 한숨을 내쉬고 아이를 안은 채, 욕실로 걸어갔다.
  • 서강묵은 핸드폰을 꺼내 주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 “력셔리의 업무 상황을 모두 알아봐서 나한테 보내.”
  • “네, 보스!”
  • 주채연은 대답한 뒤, 바로 그가 시킨대로 알아보러 갔다.
  • 몇 분 뒤, 서강묵은 주채연이 보내온 서류를 받게 되었다.
  • 력셔리의 업무상황을 제외하고 소씨 가문의 다른 기업의 자료도 모조리 보내왔다.
  • 서류를 대충 훑어본 서강묵은 무언가 떠올랐다.
  • 그는 주채연에게 두 번째 지시를 내렸다…
  • 이튿날 아침.
  • 소영미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높은 킬힐을 신고서 의기양양하게 력셔리 대표 사무실에 들어섰다.
  • 소우희가 앉았던 자리에 앉는 순간,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 “각 부문의 부장 이상 임원들에게 지금 당장 회의실로 오라고 전해.”
  • 소영미가 비서에게 지시했다.
  • “회의의 주제가…”
  • 비서가 물었다.
  • 소영미는 눈을 흘기더니 대답했다.
  • “새 대표의 첫 출근인데 환영식이 없어서야 되겠어? 뭐 먹겠는지나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