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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꽃병을 든 노인

  • 심민희는 별로 개의치 않으며, 문을 열 때 마침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 비서를 보았다.
  • 이 비서는 드레스를 입은 심민희를 보고 잠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사모님께서 이 드레스를 입으니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소윤정 씨가 입은 것보다 더 잘 어울리세요."
  • 소윤정의 이름이 언급되자, 박시언은 이 비서를 한 번 쳐다보았다.
  • 이 비서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 "괜찮아요."
  • 심민희는 이 일에 개의치 않았고, 차에 올랐다.
  • 박시언은 이 비서를 한 번 더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번 달 보너스는 없다!"
  • 이 비서는 억울했지만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 어쨌든 그가 잘못한 일이었다.
  • 클럽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박시언은 심민희를 부축해 차에서 내렸다.
  •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놀라움과 부러움의 시선을 보냈다.
  • "박 대표님 옆에 있는 여자가 누구야?"
  • "박 사모님인 것 같아."
  • "예전에 박 대표님과 박 사모님이 함께 참석한 적이 없었는데,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린다."
  • 박시언은 자연스럽게 심민희의 손을 잡았다.
  • 심민희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박시언에게 협조했다.
  • 심민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전생에 보았던 많은 얼굴들을 다시 보았다.
  • 박시언은 상업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국제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업계 최고의 기업가, 자선가, 또는 부동산 거물들이었다.
  • 전생에 심민희는 박시언을 기쁘게 하기 위해 금융 분야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결국 쓸모가 없었다.
  • 그때,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 한 정원사 복장을 한 노인이 실수로 장미꽃병을 깨뜨렸고, 클럽의 매니저는 그 노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 매니저는 거칠게 말했다.
  • "어디서 온 늙은이야! 빨리 그를 쫓아내!"
  • "잠깐만요."
  • 심민희가 앞으로 나서서, 바닥에 떨어진 장미꽃을 주웠다. 그녀는 이 장미꽃들이 모두 가시가 제거되고, 정성스럽게 다듬어졌으며, 품종도 매우 희귀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 "박 사모님, 이 노인이 조 선생님이 준비한 꽃을 망가뜨리고,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그를 쫓아내겠습니다."
  • "실수로 망가뜨렸다면, 이 할아버지께서 다시 새로운 꽃을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 심민희는 말했다.
  • "이 장미꽃들이 조 선생님이 특별히 준비한 것이라면, 그냥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너무 아깝습니다. 차라리 여기 계신 여성 손님들께 한 송이씩 나누어드려서 조 선생님의 정성을 느끼게 하는 게 좋겠어요."
  •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매니저는 눈치를 보며 노인에게 손짓했다.
  • 박시언이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네가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잘 조성할 줄은 몰랐어."
  • 심민희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 "조 선생님을 기쁘게 하려는 거야."
  • 클럽 밖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은 소윤정이 택시에서 내렸다.
  •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 소윤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클럽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입구의 경비원이 소윤정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방금 떠난 택시를 한 번 더 쳐다보며 말했다.
  • "아가씨, 초대장이 있습니까?"
  • 클럽에 들어가려던 소윤정은 순간 멈칫했다.
  •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 전에는 항상 박시언과 함께 다녔기에 초대장이 필요 없었다. 보안 요원에게 막힌 것은 처음이었다.
  • "죄송하지만, 아가씨.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저는 박시언 씨를 찾으러 왔어요. 저는 그의 파트너입니다."
  • 소윤정은 거짓말을 했다. 경비원은 소윤정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 "박시언 씨는 이미 박 사모님과 함께 들어가셨어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자, 소윤정의 얼굴은 붉어졌다.
  • 클럽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 비서가 소윤정을 보고 바로 앞으로 나섰다.
  • "죄송합니다. 이 분은 저희 회사의 직원입니다."
  •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소윤정을 들여보냈다.
  • 소윤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 비서는 엄숙하게 말했다.
  • "소윤정 씨, 여기 왜 오셨어요?"
  • "저… 저, 저는 단지 이곳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박 대표님께서 전에 제가 너무 소심하다고 하셨잖아요. 몇 달 후에 유학을 갈 텐데, 이런 자리를 스스로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이 비서님, 저를 들어가게 해줄 수 있나요?"
  • 이 비서는 잠시 망설였다.
  • "저도 빨리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박 대표님을 돕고 싶어요. 지난번에 박 사모님께서 2조를 들여 구입한 그 땅은 크게 손해를 볼 거예요. 박 사모님은 금융을 잘 모르시겠지만, 이번에는 많은 금융계 인사들이 모였어요. 저는 박 사모님이 박 대표님의 곁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
  • 소윤정의 진심 어린 말에 이 비서는 마침내 동의했다.
  • 심민희는 금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박시언의 곁에는 항상 소윤정이 있었다. 그는 소윤정을 매우 존경했고, 소윤정은 이 분야에서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 소윤정은 기쁜 마음으로 클럽에 들어갔고, 첫눈에 멀리서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시언을 발견했다.
  • 소윤정은 드레스를 살짝 들어올리며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만 한 노인과 부딪히고 말았다.
  • 노인은 들고 있던 꽃병을 떨어뜨렸고, 안에 있던 물이 소윤정의 드레스 끝자락에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