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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첫 만남

  • 옆에서 친구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 반택주는 혀를 차며 말했다.
  • “하지만 박시언의 취향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심민희 같은 미녀를 두고, 뼈만 앙상한 여자를 좋아하다니. 태오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 반택주가 뒤돌아보니, 주변에 조태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야! 조태오! 이 자식아!”
  • 반택주는 욕을 하며 조태오의 뒤를 따라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 회장 안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윤정은 박시언의 팔짱을 끼고 다소 소심하게 말했다.
  • “저, 저 이런 자리에 처음 와봐요. 저 그냥 돌아갈까요?”
  • 박시언은 담담하게 말했다.
  • “너는 천천히 익숙해져야 해. 앞으로 이런 자리에 자주 오게 될 테니까.”
  • 소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박시언이 소윤정을 데리고 회장에 들어가려 할 때, 이 비서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 “박 대표님, 사모님을 기다리지 않으시겠습니까?”
  • 박시언은 눈살을 찌푸렸다.
  • “내가 오늘 오지 말라고 통보하라고 하지 않았나?”
  • 이 비서는 소윤정을 한 번 쳐다봤고, 소윤정은 급히 말했다.
  • “이 비서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이 비서님께, 민희 언니에게 통보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 신분으로 대표님 곁에 있으면 사람들이 수근거릴까 봐서… 그래서 민희 언니가 대표님과 함께 들어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 소윤정은 고개를 숙이며 겁에 질린 작은 토끼 같은 모습이었다.
  • 박시언은 미간을 문질렀다.
  • 이 순간, 그는 심민희가 나타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 “박 대표님…”
  • 소윤정은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 “됐어, 네 잘못 아니야.”
  • 박시언은 소윤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비서에게 말했다.
  • “밖에 나가서 심민희가 오면 바로 돌려보내.”
  • 군중 속에서 감탄의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 이 비서가 고개를 돌려 보더니, 놀라 입을 떡 벌렸다.
  •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 박시언도 이 비서의 시선을 따라갔다.
  • 그 붉은색 드레스는 군중 속에서 매우 눈에 띄었다.
  • 심민희는 와인 레드 색상의 긴 드레스를 입고, 한 번의 미소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체의 카메라가 심민희를 집중적으로 찍었고, 순간 심민희는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인기 스타처럼 보였다.
  • 심민희?
  • 박시언은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심민희를 알아보았다.
  • 이전의 심민희는 항상 연한 화장을 하고, 수수한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렇게 화려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 소윤정의 낯빛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심민희를 처음 보았다.
  • 심민희의 섹시하고 매혹적인 모습과 비교하면, 소윤정은 지나치게 수수해 보였고, 마치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 학생 같았다.
  • “민희 언니… 정말 예쁘네요.”
  • 소윤정의 목소리에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질투가 섞여 있었다.
  • 그곳에서 심민희도 박시언과 소윤정을 보았고, 그녀는 두 사람에게로 똑바로 걸어갔다.
  • 소윤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심민희가 그녀와 박시언을 함께 보고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심민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 “박 대표님 부인이 여기 있는데, 박 대표님 옆에 있는 저 여자는 누구죠?”
  • 어떤 매체 기자가 조용히 수군거렸다.
  • 심민희는 박시언의 팔짱을 끼고 소윤정에게 손을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 “당신이 시언이 얘기한 학생 소윤정이죠? 안녕하세요, 저는 심민희입니다. 저를 박 사모님이라고 부르세요.”
  • 소윤정은 당황스럽게 박시언의 팔을 놓고, 심민희와 가볍게 악수했다.
  • “안녕하세요, 박 사모님.”
  • 박 사모님이라는 네 글자는 소윤정에게 가시처럼 느껴졌다.
  • 심민희는 말했다.
  • “시언에게 들었어요, 당신이 그가 지원한 학생이라고. 요즘 해외 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고요?”
  • 소윤정은 몰래 박시언을 힐끗 보았다.
  • 박시언은 말했다.
  • “윤정이는 학업이 우수해서 올해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 하지만 겁이 많아서 오늘 내가 데리고 와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야.”
  • 그래, 이번에는 소윤정을 데리고 세상을 구경시키려는 것뿐이었다.
  • 이때 박시언은 아직 소윤정을 완전히 사랑하지 않았다. 소윤정이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박시언은 비로소 그녀에게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 하지만 지금도 박시언은 크고 작은 행사에 소윤정을 데리고 다녔고, 이로 인해 해성 전체가 박시언이 한 여대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
  • 그녀가 경매장에 온 이유는 소윤정과 박시언을 두고 다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 “그럼 시언, 소윤정 씨를 잘 돌봐줘. 나는 먼저 들어갈게.”
  • 심민희는 박시언의 팔을 놓았다.
  • 박시언은 잠시 멍해졌다.
  • 그는 절대 심민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심민희는 이미 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 박시언은 눈살을 찌푸렸다.
  • 항상 말썽을 부리던 심민희가 언제 이렇게 순순해졌지?
  • 심민희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앉았다. 경매장 안에는 해성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번 경매에서 한 작은 상인이 아무도 원하지 않던 폐허 같은 땅을 사들였고, 나중에 이 땅은 주변의 고급 아파트 단지들 덕분에 값비싼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