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9화 연을 끊고 가슴 가득 회한을 품는다!

  • “한낱 데릴사위 주제에, 어디 감히 추씨 집안의 높은 자리를 넘봐?”
  • “꿈 깨!”
  • “아까 자세히 안 봤는데, 이 금사 남목, 가짜인 게 틀림없어.”
  • “아니면, 너 같은 촌놈 따위가, 이걸 2천만 원이나 주고 살 능력이 어딨어?”
  • 사람들이 아직 놀라워하고 있을 때, 왕교옥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이곳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 “맞아.”
  • “이 금사 남목은 빛깔이 너무 곱고 반짝이잖아, 난 처음부터 진짜 같지가 않았어.”
  • “그리고, 만약에 이 상자가 진짜 일품 금사 남목이 맞는다면, 상자 안에 무조건 억 소리 나는 물건을 담았겠지.”
  • “어떻게 이 귀한 거로 이딴 싸구려 다구 세트나 담고 있겠어?”
  • “다구 세트가 금이나 은으로 된 것도 아니고, 도자기로 된 거네, 기껏 해봤자 20만 원밖에 안 될 거야.”
  • “2천만 원짜리 상자에, 싸구려나 담는다는 게, 말이되?”
  • “이건 논리에 안 맞아!”
  • 삽 시에, 사람들은 이나무 상자의 진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 눈앞의 이 장면을 보고, 엽범은 오히려 웃었다.
  • “아까, 추목영 부부가 내 선물을 사칭할 때, 당신들 하나같이 아부하면서, 이 물건이 값진 물건이라고 하더니.”
  • “지금 내가 선물한 거라고 하니, 다들 가짜니, 쓰레기니, 싸구려니, 말이 많네.”
  •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보세요, 당신들 자신이 우습지 않아요?”
  • 엽범은 사나운 눈초리로 냉담하게 사방을 훑었다.
  • 사람들은 머리를 숙였다.
  • “엽범, 너 함부로 여기서 시끄럽게 굴지 마, 무고한 척 불쌍한 척.”
  • “진짜인지 가짜인지, 할아버지께 보여드리면 돼.”
  • “할아버지는 박식하고 식견이 넓으셔, 지팡이도 금사 남목으로 된 거라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야.”
  • “너 진짜 자신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보여드릴 수 있겠어?”
  • 추목등은 차갑게 웃으며 엽범을 향해 물었다.
  • 전혀 좀 전에 엽범의 선물을 사칭한 거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 “못할 게 뭐 있어요?”
  • 엽범은 흔쾌히 승낙한 후, 그 나무상자를 추 영감님께 건네주었다.
  • “할아버지께서 봐주세요.”
  • 영감님은 한번 보고, 만지작거리더니, 휙 하고는 나무 상자를 탁자 위에 던져버렸다.
  • “엽범 네 이놈, 거짓말로 진실을 어지럽히는구나, 설마 나 추정륜이 노망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 ‘네?’
  • 추 영감님의 이 한마디에 엽범은 벼락 맞은듯했다.
  •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얘기했다.
  • “그럴 리 없어요, 할아버지, 이게 가짜일 리 없어요, 다시 한번 봐주세요!”
  • “됐어!”
  • 추 영감님은 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 “설마, 내가 널 모함이라도 하겠어?”
  •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거짓말하고, 마음 같아선 너희 가족 모두를 벌하고 싶지만, 오늘 생일날이라서,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주지.”
  •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 영감님은 아주 위엄 있으셨고, 전혀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 “하하~”
  • “이 병신아, 웃음거리가 됐네?”
  • “영감님이 꺼지라 하잖아!”
  • “꺼지지 않고 뭐해~”
  • 추목영 모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까는 나무상자가 진짜 일가 봐 많이 두려워했다.
  • 필경, 정말 최상급인 금사 남목이 맞다면, 오늘 생일잔치에서 그들 집안의 인기는 셋째 집안에 밀려날 것이고. 부회장 자리는 추목등에게 빼앗길 것이다.
  • 그러나 지금은, 엽범이 가짜를 가지고 영감님을 속이려 했으니, 추목등한테도 미움이 쌓였을 것이다.
  • 셋째 일가의 처지는 더욱 심각해졌다.
  • 추목영 모녀는 자연히 깨 고소해 하고 이 상황을 즐겼다.
  • 엽범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한동안 멍해졌다.
  • 그렇지만 결국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 “할아버지, 할아버지한테는 사실과 공평이 이처럼 가치가 없는 것인가요?”
  • “저와 목등의 존엄이 이토록 보잘것없고 하찮나요?”
  • “초문비 집안의 그 더러운 돈과 비교가 안 되나요?”
  • 이 순간, 엽범의 눈엔 조롱과 풍자가 가득했다.
  • 추 영감은 정말 상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아보지 못한 것일 가?
  • 당연히 아니다!
  • 그는 단지 초문비 일가의 체면을 더 중하게 여겼을 뿐이다.
  • 필경, 추가 집안이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초가 집안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초문비의 집안은 운주시의 대가족이고, 부동산 거물이며, 재력도 있고 세력도 있다.
  • 추가네는 초문비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많다.
  • 그러나 엽범은, 무능한 병신이 운 좋게 진짜 금사 남목을 구해 왔을 뿐이다.
  • 단지 이것 때문에, 넷째 일가네 미움을 살 가치는 없는 노릇이다.
  • “어디 감히!”
  • “너 이 자식, 어떻게 할아버지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 “여기서 할아버지의 흥을 깨지 말고, 너의 잡동사니들을 들고 얼른 꺼져!”
  • 이때다 싶은 추목영은 엽범한테 고함을 지르고 탁자 위에서 금사남목 상사를 집어 들어 엽범에게 던졌다.
  • 와르르.
  • 다구 세트는 상자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 “추 영감, 제가 생신 축하하러 왔어요.”
  • “별거 아니고 민국 옥 조각이에요,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 이때, 문밖에서 한 노인이 웃음을 머금으며 다가왔다, 손에는 골동품을 선물로 들고 왔다.
  • 이 사람을 보자, 추 영감도 바로 일어나 맞이했다.
  • “하하~”
  • “고 영감, 어찌 직접 여기까지 오셨어요?”
  • “나 같은 늙은이가 무슨 덕에 어르신께서 직접 와서 내 생일을 축하하게 하다니!”
  • 고성이란 이 사람은 운주에서 유명한 골동품 감별사이다, 골동품 바닥에서 덕망이 높고 몸값이 어마어마하며 추 영감보다 훨씬 잘나가는 인물이었기에 추 영감은 자연스레 이 사람을 정중히 대했다.
  • “추 영감 별말씀을요, 그 당시에 추가네의 도움과 의리 아니었으면, 저의 첫 자금 또한 마련하지 못했을 거예요.”
  • 두 사람은 한바탕 인사말을 나누었다.
  • 뒤이어 추 영감은 서둘러 고 영감을 모시고 자리에 앉았다.
  • 그러나, 고 영감은 대청을 지나면서 발밑에 있는 갈라진 다구 세트를 보자 흠칫하더니 동공이 오그라들고 손을 떨며 허리를 굽혀 주웠다.
  • “이... 이건?”
  • “죄송합니다, 어떤 사람이 보낸 잡동사니일 뿐입니다. 제가 창피하여 버린 건데 고 영감님의 길을 막을 줄은 생각 못 했습니다. 바로 청소시키겠습니다.”
  • 추목영은 얼른 다가가 죄송하다는 듯 웃었다.
  • 그러나, 고 영감은 듣자마자 엄청나게 노하셨고 바로 일어나 추목영의 뺨을 때렸다.
  • 짝하고 소리가 났다.
  • 뺨 소리에 그 자리에 모든 사람은 얼었다.
  • 추목영은 멍하니 서서 얼굴을 감싸고 억울해하며 울먹였다.
  • “고 영감, 왜 저를 때리시는 거예요?”
  • “짐승보다도 못한 이 멍청이야, 그래 때린 게 바로 너야!”
  • 고 영감은 분노가 극에 달하였다.
  • “이 나쁜 년아, 너 오늘 네가 뭘 깨트렸는지 알아?”
  • “이 다구 세트는 건륭 황실에서만 쓸 수 있었던 진품이야!”
  • “청나라 법랑채!”
  • “어디서 구할 수도 없는 절세의 진품이야!”
  • “국가의 보물!”
  • “몇 년 전에 운주의 갑부 서뢰, 홍기 그룹의 서 회장이 150억 원의 가격으로 낙찰했었어.”
  • “150억 원~”
  • “너 이 멍청한 년 때문에 다 망가졌어!”
  • “이렇게 귀한 국가 보물을 훼손하다니, 넌 맞아도 싸~”
  • 고성은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 뭐?
  • 백... 백오십억?
  • 이 순간, 모두 조용해졌다.
  • 추 영감도 눈이 휘둥그레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 “고... 고 영감, 잘못 본 거 아니에요?”
  • “이건 우리 집안에 아무것도 아닌 젊은 애가 보낸 건데, 몇만 원밖에 안 하는 싸구려일 거예요, 목영이가 깨트리면 깨트린 거죠 뭐.”
  • “어떻게 황실의 보물이고 150억 원이나 할 수가 있어요?”
  • “정신 차려 추 영감, 노망이 났구나!”
  • 고 영감은 분하고 슬펐다.
  • “그 당시에 서 회장이 바로 나한테 맡기면서 감별해달라고 한 거야, 난 이 다구 세트가 깨지고 부스러기가 되어도 알아본다고!”
  • “그런데 너희 추가네는 참 보는 눈도 없지, 우리나라의 보물, 예술의 정수를 망쳤구나.”
  • “절대 용서할 수 없어!”
  • “나는 절대 멍청한 놈들하고 어울리지 않아.”
  • “오늘 이후로 우리 인연을 끊읍시다!”
  • “나 고성은 더 이상 당신의 친구가 아니고 당신도 더 이상 나의 아우가 아니에요!”
  • “그럼 이만~”
  • 고성은 크게 노하며 떠났다.
  • 남은 건 모든 이의 당황한 모습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