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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우물 안 개구라와 말 할 필요가 없다

  • “아이구……”
  • “나 한려는 왜 이렇게 재수없을까?”
  • “남편이 무능력하지, 사위까지 멍청이라니.”
  • “넷째 집안의 사위는 돈도 많고 재능도 많은데, 우리 집 사위라고는 개보다도 못해!”
  • 추목등은 이미 출근을 했다. 엽범은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있었다.
  • 한려와 추뢰 부부는 여전히 거실에 있었다.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
  • 한려는 일부로 엽범에게 들으라고 한듯이 말을 할때 고개를 돌려 주방쪽을 향해 보기까지 했다.
  • 엽범이 뭐라 할 줄로 알았는데 주방에는 조용했다. 솰솰 흐르는 물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 “추회야, 우리 집 이 멍청이 좀 봐.”
  • “반나절 욕했는데 아무 반응도 없어.”
  • “세상에 왜 이런 멍청이가 있을까.”
  • 기다려봐, 내일 수연에서 이 바보 때문에 우리가 망신 당할 거야!”
  • “우리 집 목등이가 정말 기막히게 운수 사납구나. 이런 멍청이 남편을 만나다니.”
  • “아이고! 능력이 부족한데다, 자신이 분발하지 않으니 무슨 소용 있겠어.”
  • 부부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듣기조차 민망한 소리가 방에서 울렸다.
  • 엽벙은 아직도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있었다.
  • 거실에서 들려오는 욕소리를 듣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 마지막엔 엽범은 참을 수가 없었다.
  • 펑~
  • 손에 쥐고 있던 쇠 대야를 바닥에 던졌다.
  • 펑펑~
  • 쇠 대야가 땅에서 뒹굴 때 엽범은 묵직한 소리로 화를 냈다.
  • “입 닥쳐!”
  • 그 소리는 우레와도 같았다.
  • 3년을 참아온 엽범이 지금 소리를 지르니 마치 방망이로 정수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 한려와 추뢰부부는 멍해서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쇠 대야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한려는 깜짝 놀랐다.
  • “어디서 감……감이 큰소리야!”
  • “쇠 대야를 왜 떨어뜨려?”
  • “이 멍청이야, 어디서 감히!”
  • “3년 동안 키워줬더니만 지금은 우리 앞에서 난리야!”
  • 한려는 분통이 터졌다.
  • 놀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 ‘놀란 것은 당하기만 하던 멍청이 데릴사위가 지금은 감히 장모님의 위엄에 거역하다니.’
  • ‘노한 것은 이 멍청이가 자기를 존경해 하지 않다니!’
  • “감히 우리 앞에서 화를 내!”
  • “왜? 내가 틀리게 말을 했어?”
  • “3년 동안 우리 집 목등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 “수연 때마다 목등이는 너 때문에 추씨 집안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어. 우리 온 집안이 다 너 때문에 낯 면이 깎였어!”
  • “스스로가 멍청이 인데, 우리에게 화를 내?”
  • “능력있다면 내일 수연에서 목등이의 체면을 세워줘!”
  • 한려는 심하게 욕을 했고 그녀의 안색은 분노로 인해 몹시 어두웠다.
  • 어제 추씨 집안의 댁에서 엽범이 그 슈퍼카를 시동을 건 것을 보고, 한려는 자기네 집안이 운수가 트여 잘 나갈 줄로 알았는데.
  • 오늘 아침에 목등이에게 물어보니 그 차는 빌려온 차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 어젯밤의 휘황은 물거품 이었다.
  • 이 일을 알게 되자 한려는 엽범에 대한 혐오가 더 심해졌다.
  • 하지만 엽범은 한려의 분노를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대답했다.
  • “목등은 저의 아내입니다. 저는 꼭 그녀의 체면을 세워줄 것입나다.”
  • “여기서 더 말을 하지 않아도 돼요.”
  • 말을 끝내고는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떠났다.
  • 한려부부의 분노에 질린 욕소리 밖에 남지 않았다.
  • 떠난 후 엽범은 하룻밤 돌아오지 않았다.
  • 하지만 저녁에 추목등은 엽범의 문자를 받았다.
  • “목등아, 나 선물 준비하러 왔어, 할아버지 수연전에 돌아갈게.”
  • “근심하지 마.”
  • 한밤이란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 그 다음 날, 추씨 집안의 댁은 인파로 붐볐다.
  • “아유, 셋째 언이 아니에요?”
  • “왜 전동차를 타고 오셨어요?”
  • “남편이 선물한 마세라티 슈퍼카는요?”
  • 문 앞에, 추목등 집안이 도착하자 뒤에서는 괴상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 추목영과 초문비 부부는 화려한 옷을 입고 BMW차에서 내려왔다.
  • “허. 엽범같은 멍청이가 슈퍼카를 선물할 리가!”
  • “빌린 차가 분명해!”
  • “지금 돌려줬으니 운전하여 올 수 없지.”
  • 부부는 맞장구를 치면서 비웃었다.
  • 한려 부부는 얼굴이 시뻘게서 속으로 엽범을 욕했다. 돈도 없으면서 억지로 허세를 부려 지금 민망하게 굴었으니.
  • “응?”
  • “셋째 언니, 언니의 데릴사위는요?”
  • “오늘 할아버지 생신인데, 창피해서 안 오는 것은 아니겠죠?”
  • “하긴 그렇지. 멍청이는 와도 창피하기만 했지 무슨 낯으로 오겠어요.”
  • “하지만 손자사위가 안 왔으니, 조금 있다 할아버지한테 어떻게 해석할지 참 기대되네요.”
  • 추목영은 냉소를 짓고는 초문비의 팔짱을 끼고 댁으로 들어갔다.
  • 추목등 집안은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
  • “목등아, 더는 기다리지 마.”
  • “그 멍청이가 창피해서 오지 않을 거야.”
  • “이런 멍청이도 남자라니. 책임감이 일도 없어.”
  • 한려는 고개를 흔들고는 추목등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 추목등은 다시 한번 먼 곳을 바라봤지만 엽범은 보이지 않았다.
  • 추목등은 더는 기다리지 않고 숨을 길게 드리쉬고는 댁 안으로 들어갔다.
  •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엽범한테 완전히 실망하였다.
  • “목등아, 미안해, 내가 늦었어.”
  • 하지만 이때, 먼 곳에서 엽벙의 소리가 들려왔다.
  • 추목등은 다시 몸을 돌려 보니 엽범은 빨간 비닐봉지를 들고 큰 걸음을 하면서 다가왔다.
  • “응, 왔으면 됐어.”
  • 추목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차가웠다.
  • 하지만 엽범이 쥐고 있는 빨간 비닐봉지를 볼 때,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 “이게 바로 네가 준비한 할아버지 생신 선물이야?”
  • 엽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 추목등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그녀의 말투는 차가웠다.
  • “하루 동안 준비했는데, 고작 이거야?”
  • “비닐봉지로 무슨 좋은 선물을 담았겠어.”
  • 추목등은 기가 막혔다.
  • 이번에 엽범은 그녀에게 서프라이즈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기대가 너무 컸다.
  • “’이번 수연에서 할아버지의 환심을 얻어, 회사의 총지배인 직무를 맡아 우리 집안 처지를 변경하려고 했는데.”
  • “지금은 물거품으로 돌아갔어.”
  • “됐어, 더는 말하기 싫어.”
  • “우물 안 개구라와 말할 필요가 없어.”
  • “말해 봤자 너는 이해하지 못해.”
  • 추목등은 실망을 가들 안고 들어갔다.
  • 엽범 혼자 남겨둔 채 가버렸다.
  • “우물 안 개구라와 말할 필요가 없다?”
  • 아까의 말을 되생각하자 엽범은 고개를 흔들고는 웃었다.
  • 사대 용신이 이 말을 들었다면 마찬가지로 웃을 것이었다.
  • 3년동안 참아왔으니, 모두 엽범을 멍청이로 생각했다. 추씨 집안의 치욕이고 사람들의 웃음거리였다.
  • 추목등마저 그를 우물 안 개구리로 여겼다.
  • 하지만, 엽범의 진짜 신분은 암야 속에 숨겨있는 진용이라는 것은 누가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