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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큰 화를 부르다

  • “당... 당신은...”
  • “존... 존주님?”
  • 엽범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서었었다.
  • 방안에는 여전히 성난 목소리가 메아리쳤고 영롱한 옥패는 바닥에서 반짝였다.
  • 이이는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 두 눈이 휘둥그레서 앞에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 한참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 아무도 지금 이이가 가슴속으로 얼마나 놀라워하고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 무엇을 존주라 하는가?
  • 용신의 주님, 바로 존주님이다!
  • 맞다, 그 말을 듣고, 옥패에 새겨진 글자를 보고, 이이는 깨달았다. 존주님이다, 그가 오셨다!
  • “어험, 기억은 하나 보네?”
  • 엽범의 말투는 얼음같이 차가웠다.
  • 이이의 늙은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 당황하고 송구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엽범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 그러더니, 운주시를 주름 잡는다는 이 호랑이가 글쎄 엽범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그리고는 이이의 더없는 공경스러움과 존경스러움이 가득 찬 목소리가 술집에서 울려 퍼졌다.
  • “소인 이이가 오늘 드디어 존주님의 진면목을 뵙습니다!”
  • “존귀한 존주님, 소인의 절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펑~
  • 이이는 이마를 찧고, 엽범을 향해 절을 했다.
  • “저 소인이 눈이 없어 존주님한테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만 번을 죽억도 죄를 씻을 수 없습니다.”
  • “소인의 잘못을 알았으니 절을 한번더 받아주세요.”
  • 펑~
  • 또 굵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 이이는 바닥을 박살내려는 격으로 절을했다. 이마에 피가날 정도였다.
  • “아니~”
  • “이... 이건...”
  •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사람들은 믿기지 않았다. 모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서 멍하니 서 있었다.
  • 심비는 더더욱 놀랐다.
  • 이이가 엽범한테 절을 하는 순간 멘붕이 왔다.
  •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 이이 아저씨가 이렇게 경배한다고?
  • 세상에!
  • 방금 대체 누구를 건드린 거지?
  • 심비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술집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음산한 찬 바람만 불고 있었다.
  • 후~~
  • ——————
  • ——————
  • 30분 후.
  • 엽범은 다시 술집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이이 등은 공손하게 그를 배웅했다.
  • 심구억 부자도 있었다.
  • 사실, 오늘 밤 이이와 심구억은 한 차례의 술잔치가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엽범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됐다.
  • 좀 전에, 심구억 부자는 계속해서 엽범에게 사과했다. 심비의 반쪽 얼굴은 아직 부어 있었지만, 감히 엽범 앞에서 더는 까불지 못했다.
  • “존주님, 제가 차로 모셔다드릴까요?”
  • 엽범이 작은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이이 등은 공손하게 물었다.
  • 엽범은 손사래를 쳤다.
  • “필요 없어.’
  • “아까 내가 말한 일만 너희가 잘해 주면 돼.”
  • 엽범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 집에 돌아왔을 때, 추목등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엽범은 굳이 귀찮게 굴지 않았다.
  • 엽범는 오늘 밤의 일이 그녀에게 큰 타격이였다는걸 안다.
  • 모욕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그 땅도 매입하지 못했으니.
  • 모든 기대가 무너졌는데 속상한 건 당연한 거다.
  • “목등아, 내가 다 혼내줬어, 내일 두고 봐.”
  • “너의 것은 다 되찾아준다고 내가 약속했어!”
  • 후~
  • 밖에는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휘날렸다.
  • 엽범은 문 앞에 서서 속으로 속삭였다.
  • 온 저녁, 아무 얘기도 없었다!
  • 다음 날, 추가네 저택.
  • 추 영감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추광과 추락 등 추씨 집안에서 중임을 맡은 사람들은 다 있었다.
  • 오늘은, 추가네 정기회의 하는 날이다, 고층 임원들은 당연히 모두 모였다.
  • 게다가, 추 영감과 추목등의 3일간의 약속도 끝나는 날이다.
  • 성공했든 실패했든, 추목등은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했다.
  •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실망하게 해드렸죠?”
  •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추목등은 얼굴을 숙이고 추 영감께 죄송하다고 했다.
  • “흥~”
  • “단지 실망뿐이겠어?”
  • “추목등,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 추목등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추 영감은 바로 노하시며 호된 소리로 꾸짖었다.
  • 추목등은 어리둥절했다.
  • “할아버지, 제가 뭘 잘못했나요?”
  • “10억인 땅을 4억에 매입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돼요. 제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럼 사장 자리를 포기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잘못한 거예요?”
  • “건방진 추목등! 할아버지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 추목영은 추 영감 옆에 서서 화를 냈다.
  • “뻔뻔하게 지금 네가 뭘 잘못했냐고 물어?”
  • “어젯밤, 엽범 그 찌질이한테 그런 일을 시켜 놓고, 몰라서 물어?”
  • “심씨 집안 도련님이야, 대체 무슨 생각 하고 때린 거야?”
  • 추목등은 추목영의 말을 들을수록 의문에 빠졌다.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 “허~ 아직도 시치미 떼는 거야? 어제 문비랑 우리 둘이 다 목격했어, 너 끝까지 인정 안 할 거야?”
  • “할아버지, 어젯밤 문비하고 저는 이미 그 땅을 심 씨네 도련님한테서 싼값에 사기로 했어요. 근데 추목등이 질투심에 엽범을 시켜 심 도련님에게 폭행을 가했지 뭐에요. 이 계약은 아마 그 때문에 깨질 거 같고, 우리 추씨 집안에 재앙을 불러올지도 몰라요!"
  • 추목영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대청에 울려 퍼졌다.
  • 추 영감은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추목등을 향해 물었다.
  • “목등아, 목영이가 얘기한 게 다 사실이야?”
  • 추목등은 놀라 연신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저는 엽범을 시켜 사람 때리라고 한 적이 없어요.”
  • “인정 안 할 거야? 광이야 네가 차를 몰고 넷째네 집에 가서 엽범을 데려오거라. 삼자대면시켜야 겠어.”
  • 추 영감은 조용히 명령했다.
  •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왔어요.”
  • 밖에서 갑자기 엽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엽범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걸어 들어왔다.
  • “나쁜 놈, 간이 부었구나. 심 도련님을 폭행해 큰일을 치더니, 죽을죄를 지어 놓고 어디라고 감히 여기까지 찾아와?”
  • 엽범을 보자마자 추목영은 이를 악물고 욕을 퍼부었다.
  • 계획대로라면, 그와 문비는 오늘 토지 양도 계약을 체결하기로 얘기가 다 끝난 상태이다.
  • 그런데 이놈 때문에 모든 게 다 물거품이 됐다.
  • 엽범은 평온한 기색에, 심지어 한 번 웃기까지 했다.
  • “죽을죄?”
  • “추목영, 너 사람 억울하게 만드는 재주가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 “어젯밤, 심 도련님과 친분을 쌓고 기분 좋게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는 우리 목등이를 엄청 좋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우리 목등이가 담력도 있고 식견이 넓으며 미모와 재주를 다 갖추었다며 엄청 맘에 들어 했어요. 목등의 인솔하에 추씨 집안은 반드시 앞날이 창창할 거라고 했어요.”
  • “그러면서 심 도련님은 목등이를 알게 된 기념으로 10억짜리 땅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어요. 오로지 목등이랑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서라고 하면서요.”
  • 뭐?
  • 좋게 생각한다고?
  • 10억짜리를 공짜로 준다고?
  • 엽범의 이 말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추목영은 낄낄거리더니,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 “하하~”
  • “엽범아, 너 바보 맞지?”
  • “아니면, 우리가 바보로 보여?”
  • “심 도련님이 어떤 신분인 사람인데 너 같은 거랑 친분을 쌓아?”
  • “그리고 뭐 추목등은 좋게 봐? 10억짜리를 선물해줘?”
  • “꿈 깨세요!”
  • “네가 한 말들 추목등 본인도 못 믿을걸?”
  • 추목영의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가 메아리 쳤다.
  •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추목등은 본인도 믿지 못한다.
  • 추가네 사람들은 엽범이 진짜로 바보라며 비아냥거렸다.
  • 추 영감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는 놀림을 당하는 거 같아 엄청나게 분노했다.
  • “작작 해!”
  • “추목등, 이 쓸모없는 인간한테 헛소리나 하게 시키고, 내가 정말로 노망이라도 든 거 같니?”
  • “오늘부로, 추목등은 회사 모든 직무에서 철수하고, 모든 자금 지급은 일률로 정지한다!”
  • 추 영감의 명령이 떨어지자, 추목등의 얼굴은 갑자기 창백해졌다.
  • 그런데 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차 소리가 났다.
  • 곧이어 문 앞에서 부하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 “심 씨네 태자, 심 도련님이 오신다!”
  •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