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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돌려줄게

  • 너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야. 세상에 모든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어.”
  • “네가 원한다면 나 엽범은 너에게 이 세상을 선물할게.”
  • 엽범은 뒷짐을 지고 미소를 지었다.
  •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엽범의 여윈 몸은 태양보다도 더 빛났다.
  • 서 있는 그녀의 눈가에는 놀라움이 가득찼다.
  • 기쁨과 놀라움은 파도같이 그녀의 마음을 휩쓸었다. 추목등은 자기의 눈을 믿지 못했다.
  •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 침묵……
  • 대청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 슈퍼카의 으르렁소리 만이 울리고 있었다.
  • 그리고는 묵직한 ‘웽’소리가 울렸다.
  • 추목등을 태운 차가 쏜살같이 빨리 달려나갔다.
  • 피처럼 빨간 꼬리날개는 번개처럼 어둠을 갈랐다!
  • 사람들은 멍해 서 있었고 추목영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져 창백했다.
  • 추 영감도 어안이벙벙해 뺨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 “이……이건, 진짜 엽범이 추목등한테 준 예물이야?”
  • “오 마이 갓!”
  • “이럴 리가 있나!”
  • “몇십억 원이 되는데!”
  • 사람들은 다 놀랐다.
  •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을 부릅떴다.
  •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 ‘3년 동안 무능력한 촌놈이, 어느 날 몇십억 원의 예물을 줄 줄이야!’
  • “뻥이지!”
  • 추씨 집안 대청에는 시글시글했다.
  • 추 영감은 고개를 돌려 초문비를 바라봤다.
  • “문비야. 이 슈퍼카와 예물들은 너희 집에서 보내온 것이라며!”
  • “어떻게 된 거야?”
  • “이……이건……”
  • 초문비는 어쩔줄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 그의 얼굴은 빨갛게 질렸다. 창피하고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 초문비도 웬일인지 잘 몰랐다.
  • 이 예물을 자기 아버지가 자기한테 준 선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 초문비와 추목영은 차의 시동을 걸지 못했는데 엽범부부가 시동을 걸었고 또 드라이브까지 하러 갔으니 말이다.
  • 초문비는 체면이 깎여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 추 영감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 아까 논리정연하게 결혼 예물은 문비네 집에서 보내온 것이라고 분석까지 했는데, 지금은……
  • “이게 가능할까?”
  • “엽범은 데릴사위로 추씨 집안에 들어왔고 3년동안 무능력한 촌놈이였는데.”
  • 이런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결혼 예물을 줄 수 있을까?”
  • “3년동안 연기 한 것이야?”
  • “추씨 집안의 진용이였어?”
  • 대청에는 추측이 가득 찼다.
  • 이렇게 생각하니 사람들의 마음에는 황공과 후회가 생겼다.
  • ‘이것이 사실이면 몇 년 동안 추목등 한집안을 모욕했는데, 엽범이 복수하지 않을까?’
  • “진용은 무슨 개뿔!”
  • “엽범은 그냥 촌놈이야!”
  • 오늘의 예물이 진짜 엽범이 보낸 것이라고 해도 빌려 온 것일 거야!”
  • “맞아. 엽범과 추목등의 꾸민것일 거야. 우리 집 목영이보다 잘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자고, 이목을 끌기 위해 한 것이야!”
  • 왕교옥은 욕설을 퍼부었다.
  • “우리 엄마 말이 맞아, 꼭 연기일 것이야. 그 골동품도 가짜야. 금실봉황자수도 동실로 만든 것이야! 슈퍼카는 빌려 온 것이야. 내가 남편을 잘 만났으니 질투해서, 나를 망신시키자고 연기 한 것이 분명해!”
  • “할아버지, 셋째 언니는 뱀보다도 더 독해요. 할아버지 시비를 가려주세요!”
  • 자기 엄마의 말을 듣자 추목영은 엽범과 추목등이 꾸민 것이라고 확신하고는 억울하다는 듯이 추 영감에게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 추 영감은 생각에 잠겼다.
  • “그만해. 지금 말해 봤자 추측뿐이지 사실은 누구도 몰라.”
  • “이틀 지나면 나의 생신이야.”
  • “오늘 이 예물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엽범은 진용 인지 아니면 벌레인지, 수연에서 어떤 축하 선물을 올릴지 보면 알아!”
  • “첫째야, 나를 부축해. 나는 힘드니 가서 쉬겠어.”
  • 추 영감은 손짓한 후 큰아들 추광이가 부축하여 대청을 떠났다.
  • 하지만 자리에 남아있는 추씨 집안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 “영감님의 말이 맞아.”
  • “만약 엽범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면 영감님 수연에서 귀중한 예물을 올릴 거야.”
  • “그때면 진용인지 촌놈인지 알릴 거야.”
  •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 “흥. 멍청이가 진용으로 될 리가!”
  • “웃음거리일 뿐이야.”
  • 왕교옥은 코웃음을 했다.
  • 사람이라면 다 승부욕이 있으니 왕교옥도 자기 사위가 남보다 못하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문비야. 영감님 수연에 신경 많이 써줘!”
  • “지금 추수 물류 총지배인의 자리가 비었으니, 이번 수연에서 영감님의 환심을 받으면 이 자리는 목영이의 것이야.”
  • “어머니 근심하지 마세요. 저도 안면을 고려해서, 예물은 남보다 못하지는 않을 거에요.”
  • 초문비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
  • ————
  • ————
  • 이때 엽범은 추목등을 집까지 데려다 줬다.
  • 하지만 엽범은 들어가지 않고 마세라티 슈퍼카를 운전하여 결혼 예물들을 가지고 운무호숫가에 차를 세웠다.
  • 운무호수는 운주시내에서 제일 큰 내륙호였다.
  • 운무호수의 물결이 태양을 반사해 반짝거리고 있었다.
  • “나오세요. 여기 있는 것 알아요.”
  • 엽범은 차에서 내려 감정 담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잠시 후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나왔다.
  • 얼굴은 칼로 깎은 듯이 강직한 위풍당당한 중년남성이었다.
  • 하지만 지금 이 위엄있는 남자는 엽범을 보자 눈시울이 빨개졌다.
  • 초씨 집안의 사람들이 봤다면 놀랬을 것이다.
  • 냉혹하고 무정한 “초염왕”이 이런 면이 있으랴!
  • 기나긴 침묵 후에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범아, 10년이 지났어. 키도 많이 컸고 몸도 건장해졌구나.”
  • “더 의외스러운 건 네가 장가갔다니.”
  • “아버지가 잘못했어. 아들이 장가 간 줄도 모르고.”
  • 남자는 자신을 조소했다.
  • “그만 하세요!”
  • 엽범은 소리 질렀다.
  • “저에겐 아버지란 없어요.”
  • “당신은 나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어요!”
  • 남자의 가슴이 아파 나 깊게 한숨지었다.
  • “범아, 그때는 내가 너희 모자한테 잘못했어. 그러나 이해해줘. 나도 사정이 있었어.”
  • “허~ 사정이요?”
  • 엽범은 우스운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웃었다.
  • “솔직히 말해서 무슨 사정이 자기 아내, 아들의 목숨과 존엄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 엽범은 분노로 인해 눈이 빨개서 전신을 떨고 있었으나 인차 진정되었다.
  • “됐어요. 더 말할 필요가 없어요. 가서 그따위 사정이나 지키세요.”
  • “예물을 다 돌려줄게요.”
  • “저의 여자는 알아서 챙길게요. 당신 물건 필요 없어요.”
  • “10년 전에 부자 관계는 이미 끊어졌어요. 이번은 마지막이에요. 더 만날 필요가 없어요.”
  • “언젠가는 초씨 집안으로 돌아갈 거에요.”
  • “재산을 물려받고 초씨 집안을 계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수할 거에요!”
  • “초씨 집안이 우리한테 빚진 건 제가 꼭 받아낼 거에요.”
  • 차가운 말들은 마디마디 우렁차고 호쾌했다.
  • 결혼 예물을 돌려준 후 엽범은 소매를 뿌리치고 떠났다.
  • 조용함 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