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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심비의 오만

  • 다음 날, 추목등은 어떻게 하면 그 땅을 싸게 매입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 그런데 이틀 동안 사업 얘기는커녕, 추목등은 심 씨 그룹 고위층 인사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 필경, 심 씨 그룹은 자금만 많은 것이 아니라 배경도 어마어마하다.
  • 들은 바에 의하면, 심 씨 그룹의 회장 심구억은 운주에 유명한 이이의 사람이라고 한다.
  • 이이가 누구냐면, 그는 운주시의 하늘과도 같은 사람이다!
  • 돈도 있고 세력도 있으니, 심 씨 그룹이 운주에서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반면 추목등은 중소기업의 직원이고, 회사 내에서 높은 직위를 맡은 것도 아니다.
  •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니, 추목등은 당연히 심 씨 그룹의 고위층 사람들을 만날 길이 없었다.
  • 어느덧, 3일간의 약속을 한 마지막 날이 되었다.
  •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추목등은 급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굴었다.
  • “다 너 때문이야~”
  • “내가 진작에 이건 불가능한 거라고 했잖아.”
  • “굳이 도전해보라고 하더니.”
  • “지금 어떻게 됐나 봐봐.”
  • “3일이 지났는데, 아직 사람 얼굴도 못 봤어.”
  • “내일 가족회의에서 난 분명 웃음거리가 되겠지!”
  • “애초에 너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 밖에서 큰코다친 후 집으로 돌아온 추목등은 울먹이며 엽범을 향해 원망했다.
  • 엽범은 한숨을 내쉬더니.
  • “나 따라와.”
  • “어디 가려고?”
  • 추목등은 물었다.
  • “어디 가겠어? 너 데리고 사업 얘기하러 가지, 걱정하지 마, 심 씨 그룹 회장님이 오늘 밤 어디 가는지 내가 알아냈어.”
  • “단판을 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너한테 달렸어.”
  • 엽범은 태연하게 말을 끝내고는 오토바이 키를 챙기고 계단으로 향해 걸어갔다.
  • 추목등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엽범을 믿고 따라갔다.
  • “칫, 날 속이는 게 아니길 바래, 안 그럼 평생 내 침대에 올라올 생각하지 마!”
  • 길에서, 추목등은 엽범을 협박했다.
  • 엽범은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 “널 속이는 게 아니면 침대에 올라갈 수 있어?”
  • “너~”
  • 추목등은 갑자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 30분 후, 두 사람은 어떤 술집 앞에 도착했다.
  • “여기야, 들어가자.”
  • “이따가 심가네 주인 심구억의 사진을 줄게, 사진 들고 2층 올라가서 찾아봐.”
  • “이변이 없는 한, 오늘 여기서 술자리가 있을 거야.”
  • 엽범은 담담하게 말했다,
  • 추목등은 휘둥 그란 두 눈으로 엽범을 바라보며 물었다.
  • “그걸 어떻게 알아?”
  • “알아봤지, 여기저기 묻다 보니 알게 된 거야, 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오늘 밤이 마지막 기회야, 잘 해봐.”
  • 엽범은 추목등을 응원해 줬다.
  • 추목등은 머리를 끄덕이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술집으로 들어갔다.
  • 엽범은 오토바이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 15분 후.
  • 추목등이 술집에서 뛰어나왔다.
  • 들어갈 땐 화장도 예쁘게 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들어갔는데, 나올 땐 눈시울이 붉은 채 얼굴색이 처량했다. 흰색 양복에는 차 얼룩이 가득 있었다.
  • 심지어 그녀의 얼굴엔 아직 찻잎 찌꺼기가 남아있었다,
  • “목등아, 무슨 일이야?”
  • 엽범은 너무 놀랐다. 다가가 추목등 얼굴의 찻잎 찌꺼기를 떼어내려 했다.
  • “저리 가!”
  • “나 상관하지 마!”
  •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저 사람들이랑 짜고 든 거잖아.”
  • “나쁜 놈, 미워~”
  • 추목등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엽범을 밀치고 눈물을 흘리며 도망갔다.
  • 어둠 속, 그 영롱한 눈물방울은 바람에 맞아 산산 조각이 났다.
  • 엽범은 쫓아가지 않았고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 감히 그의 아내를 모욕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거다!
  • 엽범은 주먹을 꽉 쥐었다.
  • 바로 몸을 돌려 뒤에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 “심구억, 당장 나와!”
  • 우레 같은 목소리가 술집에서 울려 퍼졌다.
  • 시끄러웠던 술집은 한순간 적막이 흘렀다.
  • 모든 사람은 몸을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엽범을 바라보았다.
  • “겁도 없이!”
  • “감히 우리 아버지의 성함을 함부로 불러?”
  • 이때, 2층에서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엽범이 고개를 들어 보니, 창 측 테이블에 잘생긴 청년 한 명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의 품엠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의 여자친구인 것 같았다.
  • 옆에는 1남 1녀 부부가 있었는데, 엽범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 “목영아, 저기 너희 집안 데릴사위 엽범이 아니야?”
  • 초문비가 놀라며 물었다.
  • “그러게?”
  • 추목영도 의아해했지만, 곧 그녀는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 “저 멍청이 때문에 내가 생일잔치에서 모욕을 당했어, 진작에 이 원수를 갚고 싶었는데, 마침 잘 왔어.”
  • “문비, 너희가 전에 말하던 그 찌질이가 저 사람이야?”
  • 심 씨네 도련님 심비는 의아해했다.
  • 추목등은 머리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저 사람이 엽범이야, 마누라를 위해 나서주려 왔나 봐.”
  • “병신 같은 놈, 그래도 지 마누라라고.”
  • 추목영은 싸늘하게 말했고 마음속으론 고소해 했다.
  • 엽범이 이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심 씨네 주인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심비는 심구억의 아끼는 아들이니, 오늘 엽범을 절대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 재밌는 구경을 하게 생겼다.
  • 추목영은 깐족거렸다.
  • “아이고, 우리 집안 데릴사위 아니야? 왜, 추목등이 망친 사업, 너 같은 찌질이가 와서 성사하려고?”
  • “그렇지만 엽범아, 그냥 포기하는 게 빠를 거야.”
  • “심 도련님은 이미 우리랑 함께하기로 했어, 그 땅 나한테 양도하기로 했고 내일 계약서 쓸 거야.”
  • “넌 이제 기회가 없어.”
  • 추목등은 의기양양하게 엽범을 내려다보았다.
  • 엽범은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 “목등이 옷에 묻은 찻잎, 네가 뿌린 거야?”
  • 추목영을 향해 엽범은 정색하며 물었다.
  • “허, 뭔 일인가 했더니, 진짜 여자를 위해 나서주러 온 거야?”
  • 추목영이 아직 대답을 안 했는데, 옆에 있던 심비가 갑자기 경멸하듯 웃으며 말했다.
  • “좀 이쁘장하게 생긴 것 같길래, 앉아서 술 몇 잔 마시고 밤을 함께 하자 했더니, 세상 물정 모르는 년이 감히 술잔을 던지고 새로 산 내 양복도 더럽히더라고.”
  • “부하들에게 뺨 때리라고 한 게 아니라 얼굴에 차를 부으라고 했으니 내가 특별히 인심 베푼 거지.”
  • “왜, 불만 있어?”
  • 심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말투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 마치 방금 그는 한 사람을 모욕한 게 아니라 개미 한 마리를 모욕한 거처럼 말했다.
  • “세상 물정을 몰라?”
  • “특별히 인심을 베풀어?”
  • 엽범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을 들은 것 같았다.
  • “보아하니, 심 도련님의 눈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벌레와 먼지 같을 뿐, 체면이나 존엄 따윈 없다고 생각하나 봐요. 도련님이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하하~”
  • “야, 너 그래 맞는 말이야. 내 앞에서 너희들은 그냥 벌레이고 먼지일 뿐이야. 나 심비는 너희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내가 오늘 저 여자랑 밤을 함께 보낸들 너 따위 찌질이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 “눈치가 있으면 얼른 꺼져. 안 그럼 오늘 너도 혼내 줄 테니까!”
  • 심비도 화가 났다.
  • 그는 당당한 운주 심 씨네 집안의 도련님이고, 높고 높은 지위에 있는데, 한낱 데릴사위가 감히 그에게 대들어?
  • 겁도 없이!
  • “병신 같은 게, 내가 널 혼내지 못할 거 같아?”
  • 엽범은 이 순간 완전히 정색하고 있었다.
  •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는가 ? 真是反了他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