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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한 아이에게 농락당하다

  • 송연은 이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 ‘이렇게 보잘것없는 아이가 설마 일부러 나를 골린 것이겠어?’
  • “응, 화나지 않아. 나는 네 엄마랑 친한 친구야. 너희 엄마는 왜 보이지 않아?”
  • 송연은 몸을 구부리고 쪼그리고앉아 송규석과 시선을 맞추었다.
  •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 송규석은 송연이가 엄마랑 친한 친구라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 송민이 지금 없다는 말에 송연은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 “그럼 넌 아빠랑 같이 온 거야?”
  • 말하면서 송연은 손을 뻗어 송규석의 머리를 만지려 했다. 그녀는 기회를 타서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가져가서 검증하려고 했다.
  • 하지만 그녀가 손을 내밀자 송규석은 경계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 순간 송연의 손은 허공에 떨어졌다.
  • “네, 저는 아빠랑 함께 왔어요.”
  • 송규석은 송연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
  • 원래 아빠라는 단어는 그저 탐색적인 질문이었는데 송규석에게 정말 아빠가 있을 줄이야. 송연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 ‘설마 내가 잘못 의심한 건가?’
  •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황급히 캐물었다.
  • “네 아빠의 이름은 뭐야? 어디 있어?”
  • 송규석은 송연의 표정을 은근히 주의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을 보자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그녀를 떠보았다.
  • “아줌마, 우리 엄마랑 친하다면서요? 왜 우리 아빠를 몰라요?”
  • 송규석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천진한 말투로 물었다.
  • 송연의 입가에 미소가 약간 굳어졌다. 그녀는 잠시 머뭇하더니 얼버무리며 말했다.
  • “아, 네 엄마가 결혼할 때 난 가지 않았어.”
  • 송규석은 그녀가 뻔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그는 엄마가 결혼식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하지만 송연의 반응을 보니 송규석은 그녀가 무언가를 좀 알고 있다고 의심이 갔다.
  • 그러나 그는 자신이 머무른 시간이 길어 엄마가 벌써 걱정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송규석은 기지를 발휘하여 영리하게 말했다.
  • “저희 아빠는 바로 밖에 있어요. 제가 불러올게요.”
  • 그리고 송연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뛰어나갔다.
  • 송연은 제자리에서 2분 동안 기다렸다. 송규석이 돌아오지 않자 송연은 밖으로 나가 보았는데 오가는 사람들 중에서 송규석은 진작 자취를 감췄다.
  • 얼룩이 묻은 드레스를 힐끗 쳐다본 송연은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 ‘내가 뜻밖에도 한 아이에게 농락당하다니!’
  • 반대편.
  • 송규석은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그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다그쳤다.
  •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코너를 돌다가 사람과 부딪쳤다.
  • “아저씨, 죄송해요.”
  • 송규석은 고개를 쳐들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 소리를 들은 도시언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
  • 그의 서늘한 눈빛은 송규석의 작은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흔들렸다.
  • 그의 생각 또한 흔들렸다.
  • ‘이 얼굴이 왜 이렇게 낯익지?’
  • 뒤를 따르던 성진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왜냐하면 이 꼬마는 그의 사장님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친 뒤 송규석은 상대방이 자기를 탓할 뜻이 없어 보이자 이내 도망쳤다.
  • 그때서야 도시언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걸음을 내딛고 떠나갔다.
  • 그러나 반쯤 달려간 송규석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도시언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 한 쌍의 날카로운 눈썹은 저도 모르게 치켜세워졌다.
  • ‘방금 부딪힌 아저씨가 나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 백화점의 시찰을 마치고 도시언은 차를 타고 도씨 그룹으로 돌아갔다.
  • 그는 의자에 기대어 창밖을 보았지만 창밖의 경치는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줄곧 방금 전에 만났던 남자아이에게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