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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살아있는 염라대왕

  • 남자의 등장에 시끄럽던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 도시언은 입술을 꾹 닫은채 홀로 동떨어진 송민에게 시선을 고정한 뒤 기다란 다리를 내딛으며 걸어갔다.
  • 이쪽 각도에서 바라보면 사람들은 모두 도시언이 송연을 찾아왔다고 여기며 길을 비켜주었다. 송연도 몹시 설레어 하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쭉 펴고는 도시언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송민 앞에서 멈췄다.
  • “송 아가씨, 우리가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요.”
  • 비록 지난번에 성진이가 송민을 만나지 못했지만 간호사에게서 그녀의 이름을 알아냈다.
  • 도시언이 송민에게 말을 걸자 모두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 이 여자가 뜻밖에도 도시언과 아는 사이라니!
  • 게다가 이 여자도 송 씨라니!
  • 송민도 내심 상대방이 자신의 성씨를 부르는 것을 몹시 의아해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하게 대답했다.
  • “저도 여기서 당신을 만날 줄은 몰랐네요. 당신의...”
  • 송민은 상대방의 부상에 대해 물어보려 했는데 도시언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받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 송민이 이렇게 똑똑한 걸 보니 도시언은 은근 마음에 들었다.
  • 방금 그는 2층에서 송민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원래 이 일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하지만 이 여자에게 신세를 진 것이 있어서 나섰다.
  • 도시언은 발끝을 돌려 정설아를 마주하며 너른 어깨로 송민의 아담한 몸을 뒤로 감쌌다.
  • “정 아가씨, 그녀가 당신의 물건을 훔쳤다고 하셨는데 증거가 있나요?”
  • 도시언은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 그의 온몸에서 무언의 위압감이 뿜어졌다.
  • 증거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증인이다. 그들은 모두 송민의 가방에서 물건이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 하지만 지금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 도시언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 도시언은 도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며 도씨 그룹의 현 사장님이다.
  • 그는 18세부터 상업계에서 싸우기 시작한 남자이며 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염라대왕이라고 부른다.
  • 그를 건드리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것이다.
  • 사람들이 꼼짝도 못하는 모습을 본 송민은 옆에 있는 이 남자의 신분이 그녀의 상상보다 더욱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어쩐지 그가 병원에 있을 때 아무 말도 없이 가버렸다 했더니, 그는 아예 나의 배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네.’
  • “저는 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요.”
  • 이때 송민은 나서기로 결정했다.
  • 아까 사람들이 마구 떠들어댔기에 그녀는 자신을 위해 변명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이 남자의 후원이 있으니 그녀는 스스로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
  • 송민의 말은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 만약 도시언이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사람들은 나서서 그녀가 발버둥 친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 맨 뒤에 서있던 송연은 송민의 말을 듣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 ‘내가 매수한 웨이터도 지금은 와이너리를 떠났어. 송민은 증거가 있을 리가 없어!’
  • 송연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송민과 도시언이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 ‘그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지?’
  • 여기까지 생각하자 송연은 긴장해서 쓰러질 것 같았다.
  • 그러나 그녀는 겉으로는 조그마한 이상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의심을 살 수 있다.
  • 송민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정설아의 마음속 의심은 조금 느슨해졌다.
  • “어떻게 증명해?”
  • 송민은 웃으며 말했다.
  • “아주 간단해요. 정 아가씨의 몇 십억 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만질 수 있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에 그 위에 저의 지문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어때요?”
  • 송민은 무심코 맨 끝에 서있는 송연을 흘겨보았다.
  • 그녀는 송연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은 틀림없이 즉흥적인 발상으로 손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추측했다.
  • 송민의 말을 들은 송연은 역시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눈가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