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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목화에 주먹을 꽂다

  • 이렇게 하면 송민을 화나게 만들 줄 알았는데, 그녀는 오히려 싱긋 웃더니 매우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 “관심 줘서 고마워. 우리 가족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어.”
  • 송연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계속 비아냥거렸다.
  • “네가 하루아침에 부잣집 아가씨에서 집 없는 촌뜨기가 되어 값싼 옷을 입고 평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네가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 비록 풍자하는 말을 했지만 송연은 여전히 송민에 대한 질투를 감추지 못했다.
  • 왜냐하면 그녀는 송민에게서 일말의 초라함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민은 오히려 5년 전보다 더 기품이 있어 보였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은 하얗고 투명했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 이것은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 그에 비해 그녀의 짙은 화장은 너무 뒤떨어져 보였다.
  • 송연의 조롱에 송민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지만 송연은 이러한 웃음 때문에 불쾌했다.
  • “뭘 웃어?”
  • “별거 아니야. 그저 네가 여기서 나를 동정할 시간에 차라리 돌아가서 디자인 원고를 더 그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 송민은 외국에서 송연의 업계 내에서의 소식에 관하여 다소 들은 바가 있다.
  • 그래서 이 말은 한방에 송연의 아픈 곳을 찔렀다.
  • “너!”
  • 송연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에 묻혔다.
  • “엄마! 엄마!”
  • 복도의 다른 한쪽에서 갑자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이 두 명이 나타났다.
  • 자기 집 귀염둥이가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듣자 송민도 더 이상 송연을 상대하지 않고 그녀를 에돌아 두 아이를 향해 걸어갔다.
  • “엄마, 양엄마께서 찾고 계세요.”
  • 동생 송유진은 송민의 품에 뛰어들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 우리 양엄마를 찾으러 가자.”
  • 송민은 딸의 부스스한 작은 머리를 쓰다듬고는 한 손에 한 명씩 잡고 자리를 떴다.
  • 송연은 고개를 돌려 송민이 두 아이를 이끌고 가는 것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 ‘몇 년 못 본 사이에 송민은 벌써 아이가 생겼어?’
  • 송연이가 한참 의혹스러워 할 때 오빠 송규석이 갑자기 머리를 돌려 커다란 눈으로 송연을 바라보았다.
  •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송연은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 그 정교한 작은 얼굴은 도시언과 너무 닮았다.
  • 특히 사람을 보는 눈빛은 판박이였다.
  • ‘이 두 아이는 설마 도시언의 씨는 아니겠지!’
  • 이런 생각이 들자 송연은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그녀는 겨우 하룻밤 만에 송민이 아이를 임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보이지 않는 위협감이 송연을 향해 휘몰아쳤다.
  • ‘안 돼!’
  • 그녀는 분명하게 물어보려고 했다.
  • 송연은 핸드백을 움켜쥐고 몸을 돌려 송민에게 아이에 대해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막 발을 떼는 순간 그녀를 찾아온 조수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 “언니, 드디어 찾았네요.”
  • 조수는 송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발견하고 걱정하며 물었다.
  • “언니, 어디 아프세요?”
  • “난 괜찮아.”
  • 송연은 조금 서툴게 부정했다.
  • 그녀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방금 전의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 송연이가 말하지 않자 조수도 눈치껏 캐묻지 않고 말을 돌렸다.
  • “언니,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있는데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아요.”
  • 서교에서 시내로 가려면 차로 한 시간 가야 한다.
  • 조수에게 손가락질을 당하자 송연은 매우 불쾌했다.
  • “언제부터 네가 마음대로 내 스케줄을 정했어?”
  • 조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 “언니, 도 사장님도 계셔요.”
  • “...”
  • 송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 이 5년 동안 도시언 앞에서 애써 유지한 이미지를 떠올리자 그녀는 절대 오늘 한 번의 실수로 그르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이해득실을 따져 본 후, 송연은 그저 이를 악물고 송민이 떠나는 방향을 힐끗 쳐다보고는 달갑지 않게 조수를 따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