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계획적인 접근

계획적인 접근

딸기샤워

Last update: 2024-02-09

제1화 쥐도 새도 모르게

  • 새벽 3시, 송민이 눈을 떴다.
  • 곁에 있는 남자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었고 옆으로 몸을 기울여서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 그러나 그가 하룻밤에 다섯 번이나 했던 것을 생각하자 송민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 ‘어떻게 체력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어?’
  • 송민은 아픔을 참고 이를 악문 채 로얄 스위트룸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한 그림자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 “어때? 일은 잘 해결 했어?”
  • 그녀의 이복 여동생 송연이었다.
  • “응.”
  • 송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가 너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확실해?”
  • 송연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 어찌되었건 이 남자는 이번 패션대회의 수석 심사위원인 유영철이기 때문이다. 그는 곧 쉰 살이 되는 영감이다.
  • 그는 송연이가 자신과 하룻밤만 지내면 무조건 그녀를 대회 우승자로 만들 수 있다고 명확하게 말했었다.
  • 마침 송민이 돈이 모자라서 그녀는 “2억”을 대가로 송민과 거래를 하였다.
  • “돈은 가져왔어?”
  • 송민은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는 동생만을 생각했다.
  • 송연은 입 꼬리를 올리며 가방에서 2억 원이 예치된 은행 카드를 꺼내 송민에게 건네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 “너의 사랑하는 동생이 괜찮길 바라.”
  • 송민은 건네받은 은행 카드를 힐끗 보고는 더는 그녀와 말을 섞기 귀찮아서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 만약 동생의 병을 고치려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로 자신의 몸을 팔지 않았을 것이다!
  • 송민을 떠나보내고 송연은 어둠 속을 더듬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먼저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로 올라가 남자의 곁에 누웠다.
  • 날이 곧 밝아질 때 송연은 곁에 있는 남자를 밀치며 아양을 떨었다.
  • “참 나빴어요, 전 너무 아팠어요.”
  • 어둠 속에서 남자는 눈을 번쩍 떴다. 숙취 때문에 머리는 아직도 흐리멍덩했는데 그는 희미하게 한 여인의 몸을 짓눌렀던 것이 기억났다. 그녀는 매우 향기롭고 몸이 부드러웠다.
  • “난 너에게 책임을 질 거야.”
  • 나지막하고 중후한 목소리는 고즈넉한 방에서 더욱 듣기 좋았다.
  • ‘이 목소리는!’
  • 송연은 벌떡 일어나더니 재빨리 침대 머리맡에 있는 등을 눌렀다.
  • 눈에 들어온 남자는 젊고 용모가 비범했다!
  • 그는 얼굴이 주름투성이인 영감 유영철이 아니었다!
  • 충격의 순간, 송연은 그 남자의 얼굴을 알아봤다.
  • 그는 뜻밖에도 도시언이다!
  • 그는 J 시티에서 가장 권세가 있는 남자이고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인물이다.
  • “네가 나를 살려줬으니, 난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게.”
  • 송연이가 넋을 잃고 있을 때 도시언은 이미 몸을 일으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단정한 차림으로 걸어 나와 그녀에게 금박 명함을 건넸다.
  • “위에 내 전화와 주소가 있어.”
  • 어두운 눈매, 옅은 색 입술, 완벽한 실루엣. 슈트를 팔에 걸친 그의 표정은 매우 덤덤했다.
  • 송연은 이불을 더욱 꽉 쥐더니 어리둥절하게 명함을 받았다.
  •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도시언은 이미 발걸음을 내디디고 떠났다.
  • 손에든 명함을 보며 송연은 몹시 설렜다. 송민이 이렇게 운이 좋게 도시언과 잘못 잤을 줄이야.
  • 하지만 그녀의 운이 더 좋다. 왜냐하면 도시언은 상대를 그녀라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 고작 한 시합의 우승은 고사하고 앞으로 J 시티 전체는 모두 그녀의 것이 될 것이다!
  • ......
  • 병원.
  • 수술실의 불이 켜진 지 근 네 시간 만에 마침내 꺼졌다.
  • 송민은 초조하게 마중 나갔다.
  • “의사선생님, 규석이는 어떻게 됐나요?”
  • “수술은 아주 잘됐어요. 앞으로 잘 휴식하면 돼요.”
  • 이 말을 듣자 송민은 가슴이 뭉클해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렇다면 그녀의 헌신은 헛되지 않았다. 동생을 구할 수 있다면 그녀는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