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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가 그의 머리를 부딪친 것인가?

  • 이튿날 아침.
  • 밤새 혼수상태에 빠졌던 도시언이 깨어났다.
  •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즉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았다.
  • ‘보아하니 나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난 것 같구나.’
  • 그는 손바닥을 괴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앉자마자 복부의 상처를 건드려 아파서 신음소리를 냈다.
  •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송민은 깊게 자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 바로 깨어났다.
  • 고개를 들자마자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쳤다.
  • 송민은 흠칫하며 말했다.
  • “깨셨어요.”
  • 여자는 정교한 외모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였는데 입술이 하얗고 눈에 핏줄이 선 것이 딱 보아도 이곳에서 밤을 샌 모습이었다.
  • 그리고 그녀의 하얀 상의에 핏자국이 있는 것을 보자 도시언의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일부 장면들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 ‘이 여자가 나를 구했나 보네.’
  • 도시언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 “당신이 나를 구했으니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요.”
  • 송민은 또다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서둘러 설명했다.
  • “제가 아니에요.”
  • 송민은 남자가 입을 열자마자 사건을 오해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그러나 그녀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나중에 상대방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 “어젯밤, 제가 운전하다가 당신을 부딪쳤어요...”
  • 송민은 모든 일의 경과를 설명했다.
  • 그녀는 남자가 화낼까 봐 걱정했는데 눈앞의 남자의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없었고 그윽한 눈빛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 보아하니 그는 치인 일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 송민은 순간 상대방의 태도를 짐작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먼저 배상을 제기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고 싶어서 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제가 얼마를 배상해 드리면 좋을까요?”
  • 송민은 사건이 길어질까 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J 시티를 떠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 도시언이 대답했다.
  • “필요 없어요.”
  •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약간 피곤해 보인다.
  • ‘필요 없다고?’
  • 송민은 어리둥절했다.
  • ‘설마 내가 그의 머리를 부딪친 것인가?’
  • 송민은 속으로 이따가 의사를 불러 다시 남자에게 전면 검사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 “배고프세요? 제가 먹을 것을 사다드릴게요.”
  • 말하면서 송민은 몸을 일으켜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 아침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송민은 강유정에게 전화를 했다.
  • “여보세요? 민아, 지금 일은 어떻게 됐어? 상대방은 지금 괜찮아?”
  • 전화가 통하자마자 강유진은 초조하게 물었다.
  • 그녀는 밤새 몹시 걱정했다. 하지만 송민의 일을 그르칠까 봐 주동적으로 전화를 걸지 못했다.
  • 절친의 목소리를 듣자 송민은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 전화속의 강유진도 감히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두 귀염둥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 송규석: “엄마, 두려워 말아요. 저희가 이따가 병원에 가서 함께 있어줄게요.”
  • 송유진: “엄마, 보고 싶어요.”
  • “응, 엄마도 너희들이 보고 싶어.”
  • 송민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가 두 아이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는 것은 처음이다.
  • 어젯밤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그녀는 두 아이를 달랠 시간이 없었다.
  • 전화를 끊고 나서야 송민은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졌다. 그녀가 아침밥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병상은 텅 비었고 남자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 “안녕하세요, 808호 병상의 환자는 어디 갔나요?”
  • 송민은 급히 간호사실로 달려갔다.
  • “그 분은 방금 퇴원하셨어요.”
  • 도시언은 생김새가 빼어나 이 층의 간호사들은 모두 그를 알고 있다.
  • ‘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