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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난 가지 않을 거야

  • “정훈 어르신의 연회야. 다음 주 수요일, 잊지 말고 가.”
  • 강유진은 대답하면서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 초청장에 적힌 내용 보며 송민은 2초 늦어서야 생각났다.
  • 이 정훈 어르신은 그녀의 은사의 절친한 친구이다.
  • 어느덧 연회 날이 되었다.
  • 연회는 남산 정가네 와이너리에서 개최되었다.
  • 현장에 도착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J 시티에서 이름 있는 인물들이다.
  • 송민은 두 아이를 잘 안배한 후 제시간에 이곳에 나타났다.
  • 오늘 밤 그녀가 입은 것은 자신이 디자인한 드레스다. 드레스의 끝자락은 물고기 꼬리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 네이비 컬러의 원단은 그녀의 쿨톤 피부를 더욱 하얗게 비추어 주었고 새까만 긴 머리는 곱게 얹어져 긴 목덜미를 드러냈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녀는 온몸에서 지적이고 우아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 시선들이 오가는 연회장에서 사람들이 드나든다.
  • 그녀의 출현은 많은 사람들을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 “저건 누구야? 왜 본적이 없지?”
  • “정 어르신의 파티에 참석할 수 있으니 신분이 만만치 않을 거야.”
  • “응, 생긴 것도 꽤 괜찮네. 이 몸매와 얼굴은 연예인보다 더 훌륭해.”
  • 사람들의 의론과 추측에 송민은 그저 웃음을 머금은 채 담담하게 웨이터가 건네는 샴페인을 받고 혼자 기다란 테이블 곁으로 걸어가 살짝 들이켰다.
  • 송씨 가문을 떠난 이후로 그녀는 좀처럼 이런 자리에 나오지 않아 오래 되다보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송민은 연회장 밖의 복도로 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바다 건너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근황을 물어보려 했다.
  • “송민?!”
  • 핸드백을 열자마자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 핸드폰을 쥐던 송민은 잠시 주춤하더니 목소리를 따라 몸을 돌렸다.
  •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 반대편에서 그녀를 부른 사람은 송연이었다.
  • 송민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 ‘이 J 시티도 참 작구나. 돌아온 지 보름도 안 됐는데 송연을 두 번이나 만나다니.’
  •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송연은 빠른 걸음으로 송민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다급하게 물었다.
  • “네가 왜 여기 있어? 뭘 하러 온 거야?”
  • 그녀는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정말 송민일 줄이야.
  •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연회에 참가하러 왔어.”
  • 송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 “그럴 리가? 네가 어디서 청첩장을 받았어?”
  • 송연은 믿지 않았다.
  • 이것은 일반적인 연회가 아니다. 이것은 정가네 와이너리이며 J 시티의 최고급 연회 장소중의 하나다.
  • 송민처럼 신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을까?
  • “그건 네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 말을 하는 동안 송민은 송연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놀라움 말고도 두려움이 보였다.
  • 지난번에 만났을 때도 그랬다.
  • ‘설마 송연이가 정말 나를 만나는 것이 두려운 건가? 그런데 왜 그러지?’
  • 송민은 마음속으로 의문이 가득했다.
  • 송연은 연회장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도 이쪽을 주목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힘껏 송민의 손목을 잡았다.
  • “빨리 가,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 그녀는 말하면서 송민을 와이너리에서 끌어내려 했다.
  • 오늘 밤 송민의 메이크업이나 단장은 몹시 화려하다.
  • 만약 송민이 연회장에 나타난다면 무조건 도시언의 주의를 끌 것이다.
  • 이렇게 되면 그녀가 5년 동안 애써 위장을 하던 것이 들통 날 수도 있다.
  • 생각하면 할수록 송연은 더욱 무서웠다.
  • “난 가지 않을 거야.”
  • 송민은 송연의 견제를 떨쳐내고 붉은 입술을 휘며 여세를 몰아 송연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그저 살짝 잡아당겼는데 송연은 주동적으로 앞으로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