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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당신은 환자 가족인가요?

  • 처음 이런 상황에 부딪히니 어쩔 수 없이 긴장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송민은 곧 진정하고 먼저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강유진에게 연락하여 두 아이를 데려가라고 했다.
  • 그녀는 이런 일로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
  • 강유진이 달려왔을 때 구급차도 도착했다.
  • “이건 칼에 베인 상처 같은데?”
  • 달려온 의사가 남자에게 간단한 처치를 해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송민은 비록 이 말을 들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 그녀는 의료진을 도와 남자를 차 위로 옮겼다.
  • 송민은 구급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남자의 생김새를 보았다.
  • 들것에 누운 남자는 몸매가 늘씬하고 피부가 희고 깨끗하며 오관이 뚜렷하여 그의 생김새에서 어떠한 결점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그의 온몸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귀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 또한 송민은 남자가 입고 있는 피 묻은 남색의 슈트는 핸드메이드인 것을 발견했다.
  • 시중에서는 파는 곳이 아예 없다!
  • 순간 송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내가 설마 무슨 부잣집 도련님을 친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이 일은 생각보다 처리하기 힘들 텐데. 이런 사람은 틀림없이 배상을 하찮게 여길 것이야. 그런데 이런 남자가 왜 시골길에 나타났지?’
  • 덜컹거리는 지점을 지나며 남자의 복부 상처가 찢기자 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흐리멍덩한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 이런 점에서 송민은 이 남자의 성격이 자기 아들과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 아들을 떠올리는 순간, 송민은 문득 이 남자의 생김새도 아들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 너무 아픈지 남자의 이마에 콩알만 한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 이를 본 송민은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땀을 닦아주었다.
  • 그녀의 손끝이 남자의 피부에 닿았을 때 남자는 갑자기 의식을 회복한 듯 손을 들어 송민의 손을 덥석 잡았다.
  • 송민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숙여 보니 남자가 눈을 떴다.
  • 하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남자는 또다시 기절했다.
  • 그러나 그녀를 잡고 있는 손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 송민은 몇 번이고 뿌리쳤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해 그저 그대로 두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격하게 움직이면 남자에게 2차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 그렇게 송민은 줄곧 남자에게 끌려갔는데 심지어 수술실에서 상처를 봉합할 때에도 남자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 남자의 이토록 놀라운 집착력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 옆에 있던 의료진들은 저마다 두 사람이 깊은 관계라고 추측했다.
  • 하지만 오직 송민만이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분명 그녀가 도망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 30분간의 봉합수술을 거쳐 생명위험을 벗어난 남자는 수술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 그제야 남자는 손의 힘을 풀었다.
  • 한 시간 가까이 붙잡힌 송민은 손이 저릿했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통증도 느꼈다.
  • 이 과정에 이 남자가 도대체 얼마나 큰 힘을 썼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 “당신은 환자 가족인가요? 여기에 서명해 주세요.”
  • 간호사는 진료서를 가지고 걸어와 곧장 송민에게 말했다.
  • “저는...”
  • 송민은 부인하려 했는데 병상 위의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남자를 힐끗 보더니 펜을 들고 서명했다.
  • 어쨌든 그녀는 사고 당사자로서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 또한 남자의 몸에는 그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물건도 없었다.
  • 송민은 당분간 그의 가족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걱정되는 마음에 좁은 나무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밤새 그의 곁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