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남자 친구 있어요
- “박 대표님.”
- 허청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답했다.
- “저 남자 친구 있어요.”
- 이런 행운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 믿을 수 없었다.
- 자신을 떠보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어떤 이유로 결혼할 여자가 필요한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짓말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 말에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박시혁의 눈빛이 조금 어둡게 가라앉았다.
- “진짜야?”
-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허청아가 먼저 몸을 살짝 굽혔다.
- “그럼 박 대표님 휴식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계약서만 돌려주시죠.”
- “그래.”
- 박시혁은 싸늘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 그저 계약서는 비서한테 있다고 얘기하고 스위트 룸 방문을 닫았다.
- 허청아는 계약서를 껴안고 급히 자리를 떠나며 방금 나눴던 대화가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 ‘박시혁이 나랑 결혼하겠다고? 터무니없는 일이잖아.’
- 계약서를 손에 넣은 허청아는 바로 안나를 찾아가는 대신 진 부장을 찾아갔다.
- 이 프로젝트는 그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인데 갑자기 다른 사람한테 넘기라고 하니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물론 상사로서 진 부장도 자신의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이 일을 위해 사과를 해야 한다.
- 진 부장은 허청아를 보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 “무슨 일이죠?”
- “죄송합니다, 진 부장님… 어제는 화 많이 나셨죠?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허청아는 웃는 얼굴로 앞으로 다가갔다.
- “하지만 화성그룹의 계약 건은 지금까지 제가 책임져왔는데 세부 사항들을 안나 씨한테 인계하는 상황에 실수가 생겨서 프로젝트에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이에요. 그러니 부장님 화 푸시고 한 번만 제게 기회를 주세요.”
- 그녀는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진심 어린 어조로 진 부장한테 부디 감정적으로 일 처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태도로 얘기했다.
- 이번에 한양그룹의 일로 이사진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화성그룹의 계약마저 문제가 생긴다면 허청아를 해고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게 된다.
- 잠시 고민하던 진 부장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 “그러니까 화성그룹의 프로젝트가 청아 씨가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인가요?”
- “그럴 리가요! 저는 진심으로 화성그룹과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랄 뿐이에요. 이 계약서를 보시면 제가 담당자와 몇 차례 미팅을 진행하면서 수치를 최대치로 올렸어요.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 진 부장이 계약서를 훑어보니 확실히 허청아가 따낸 계약은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았다.
-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 청아 씨도 어제 봤겠지만, 박 대표님이 회사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엄격한지 알죠? 만약 화성그룹과의 계약에도 차질이 생기면 당장 사직서 써야 할 겁니다.”
- 허청아는 진 부장의 말에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 “열심히 할게요. 감사합니다, 부장님.”
- 호텔의 구석 쪽에 서 있던 키가 훤칠한 남자가 시선을 거두더니 싸늘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비벼껐다.
- 그 곁에서 구경하고 있던 주현택은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웃었는데, 온몸엔 건달 기질이 다분해 보였다.
- “쯧, 확실히 예쁘장하게 생겼네. 그러니 네 마음에 들었겠지. 걱정하지 말고 이 일은 나한테 맡겨. 자기 여자로 만드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 네가 말만 하면 오늘 밤 당장 네 침대로 보내줄게!”
- 박시혁은 어둠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가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주현택은 더욱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 “저런 말단직원은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애들 몇 명을 찾아서 겁만 주면 돼.”
- “저 여자 건드렸다간 대한민국에 발을 붙일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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