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6화 불길한 예감
- 최부진과 만나기로 약속한 전날 밤, 허청아는 술로 잠을 청하는 대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녀는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서, 진통제를 먹어야만 두통을 겨우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 드디어,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 허청아는 옷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마침내 강렬한 붉은색 원피스를 골랐다. 선명한 붉은색은 눈처럼 하얀 그녀의 피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오히려 비현실적인 서늘함을 자아냈다. 매끄러운 실크가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면서도, 요염함보다는 칼날 같은 위태로움이 느껴졌다. 손바닥만 한 정교한 얼굴까지 더해져, 도저히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