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4화 박시혁은 오지 않았다
- 허청아는 피고인석에 앉은 하희진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과거 세련되고 유능했던 대산 그룹의 수석 변호사는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피고인석에 앉아 있지 않았다면, 허청아는 자신과 어딘가 닮은 그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하희진에 비하면 최부진은 훨씬 귀티가 흘렀지만, 그녀 역시 몸이 한 줌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게 소송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머리를 빳빳하게 든 채, 허청아에게는 눈길 한번 주는 것조차 아깝다는 듯 오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허청아 역시 기대하지 않았다.
- 재판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제출된 증거가 방대했다. 법정에서 바로 확정해야 하는 증거도 일부 있어 증인 신문이 쉽지 않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