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끝낸 심재민은 여승현이 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심가희는 가슴이 덜컹하였다.
“넌 남자아이가 다른 남자 잘생겼는지는 왜 쳐다보는 거니? 가자.”
심가희는 심재민을 안으며 말했다.
심재민은 심가희가 더는 자기랑 말하기 싫어하는 걸 눈치채고 슬퍼했다.
그는 심가희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저는 그냥 엄마한테 남자친구 찾아 주려고 그런 거예요.”
“이 녀석, 어른들 일에 신경 쓰지 마. 이번에 수영 이모한테 유치원 자리 알아보라고 했어. 먼저 유치원 다니고 있어. 수영 이모가 있으니 엄마도 마음이 놓여.”
심재민을 안고 밖으로 나가는 심가희의 손은 떨고 있었다.
‘방금 심재민은 왜 여승현이 멋있어 보였을까?’
비록 두 부자가 많이 닮았지만 심가희는 심재민이 첫눈에 여승현을 맘에 들어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심재민이 자기가 목숨 걸고 낳은 자식이고 여승현이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승현이 심재민을 빼앗아 가게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심가희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찼지만 심재민의 걱정 어린 눈빛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린 그였지만 밤마다 엄마가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을 보며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비록 여승현이 엄마한테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얘기를 하지 않고 그가 모르길 바라는 눈치여서 그냥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엄마의 누명을 벗겨 줄지에 대한 계획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엄마와 아들 둘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공항을 빠져나왔다.
심가희는 택시를 타고 바로 나수영의 집으로 향했다.
5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아직 살던 집에 살고 있었고 키도 원래 놓던 자리에 있었다.
심가희는 심재민과 함께 자연스레 키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3개짜리 크지 않은 집이었지만 아주 따뜻한 느낌으로 장식된 집이었다.
심재민은 간단히 둘러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엄마 방은 어디예요?”
“오른쪽 두 번째. 나 예전에도 그 방 살았었어.”
심가희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녀와 나수영은 대학교 동창이며 아주 친한 친구였다. 그녀가 새엄마한테 괴롭힘당할 때마다 나수영은 그를 자기 집으로 불러 보살펴 주었다. 이 집은 심가희한테 본가 같은 곳이었다.
심재민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와 심가희의 방문을 열었다.
방에 심가희의 젊은 시절 사진이 걸려 있었지만 심재민이 태어나서부터 본 가희의 모습은 현재 이 모습이었기에 그 사진을 보고 엄마인지 알아볼 리가 없었다. 순간 심가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진 속의 모습은 현재보다 예쁘진 않지만 현재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청춘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심가희는 시린 마음으로 옛 사진을 어루만졌다.
심재민은 심가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엄마, 이분은 누구예요? 수영 이모예요?”
“이니, 이건 엄마 젊었을 때 사진이야.”
심가희는 떨리는 목소리를 참으며 말했다.
자기가 슬퍼하는 모습을 아들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예민한 감성의 심재민은 엄마의 감정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심가희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엄마, 저 배고파요. 주방에 먹을 거 없나 봐 주세요. 빨리요. 배고파 죽겠어요.”
심재민은 심가희를 밖으로 떠밀며 말했다.
심가희는 슬픔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심재민이 많이 먹지 않은 것을 떠올리고는 겉옷을 벗고 팔을 걷어 올리며 말했다.
“알았어. 엄마가 밥해 줄게. 너 혼자 놀고 있어. 수영 이모 방 어질러 놓지 말고.”
“네, 알겠어요.”
심재민은 입을 비쭉 내밀며 방문을 닫았다.
그는 벽에 걸린 심가희의 사진을 빠른 속도로 찍고 방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핸드폰에 찍은 심가희 사진을 컴퓨터에 올리자 바로 그녀에 관한 정보들이 검색되었다.
8년 전의 심가희와 여승현의 혼인 정보부터 5년 전 심가희가 몰래 애인을 만나다 애인이 화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정보까지 모두 검색되었다.
심재민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엄마가 올래 애인을 만났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 마음속에 여승현이라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엄마의 마음이 원망으로 가득 찬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여승현이 엄마한테 미안한 일을 했을 거야.’
심재민은 재빨리 여승현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심가희가 잠꼬대로 여승현이란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은 다음부터 심재민은 그에 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그의 배경, 세력, 혼인 상황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던 중 심재민은 여승현이 한 남자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아이의 나이는 심재민과 비슷해 보였고 여승현이랑 많이 닮아 있었다. 또한, 여승현의 눈빛에서 그 아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아이는 누구일까?’
심재민은 무언가 떠오른 듯 그 남자아이를 조사하였다. 조사 중 그 아이는 여씨 가문의 장손 여준이고 현재 4살 10개월, 자기보다 4개월 일찍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