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8화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 ‘내가 어젯밤에 뭘 했지? 무슨 말을 했을까?’
- 허청아는 한순간 게스트룸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돌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생각이 바뀌었다. 본능의 불길에 휩싸인 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허청아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열기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욕실에서 한참 동안 꾸물거린 허청아는 박시혁이 찾으러 오려고 할 때야 우물쭈물하며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박시혁이 가져온 슬리퍼를 질질 끌며 식탁까지 종종걸음으로 걸어왔다. 박시혁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 어젯밤의 일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가려 하는 것 같아서 허청아도 자연스럽게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러나 허청아가 앉자마자, 박시혁은 우유 잔을 앞에 들이밀고는 입술을 실룩거렸다.
- “어젯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