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나랑 결혼해
- “가희야, 비상이야! 지금 박 대표님 연락처 알아봐 줄 수 있어?”
- 허청아는 그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단톡방에서도 나왔기 때문에 지금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박가희밖에 없었다.
- 잠이 덜 깼는지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
- “박시혁…”
- “잠꼬대하는 중이면 잠이나 자.”
- “지금 설명할 시간 없어. 정말 급한 일이야!”
- 프로젝트 담당자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바로 해외로 출국했기 때문에 이 일로 귀국해서 다시 계약서에 사인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박가희도 그녀가 지금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연락처는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차라리 방으로 찾아 가 보는 건 어때?”
- ‘그렇지!’
- 허청아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대충 옷을 걸친 뒤 호텔 스위트 룸으로 뛰어갔다.
- 하지만 스위트 룸이 있는 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비서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 “안녕하세요, 저 박 대표님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요!”
- 비서는 그녀를 살펴보더니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 “사전에 약속은 하셨습니까?”
- “아니요…”
- “그럼 돌아가 주시죠.”
- 돌아온 비서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 “한 번만 사정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대표님한테 허청아가 찾는다고 말씀만 전해주시면 분명 만나 주실 거예요!”
- 그녀의 요구에 비서는 아예 대답도 하지 않고 못 들은 척 무시해 버렸다.
- 허청아가 약간 낙담하고 있을 때 스위트 룸 안에서 박시혁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라고 해.”
- 박시혁의 명령에 비서는 그제야 그녀를 들여보냈다.
- 허청아가 조심스레 스위트 룸 방문을 열자 여전히 그 검은색 실크 가운을 걸친 박시혁이 창가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허청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 “박 대표님, 혹시 그 날 계약서를 주운 적 없으세요?”
- “그 날?”
- 박시혁은 살짝 찌푸리더니 긴 다리로 그녀 쪽으로 걸어오면서 물었다.
- “그날이 언제지?”
- 그 강렬한 압박감에 허청아는 저도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 박시혁이 일부러 이러는 것을 눈치 챈 그녀는 말을 돌려도 소용 없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박 대표님, 그날 저녁엔 제가 문자를 잘못 보냈어요. 그 뒤에 있었던 일은 기억도 나지 않고 오늘은 정말 계약서 때문에…”
- “허청아, 나한텐 결혼할 상대가 필요해.”
- 그녀의 말을 자르고 불쑥 내뱉은 그의 말에 허청아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 “네?”
- “결혼할 상대가 필요하다고.”
- 박시혁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깜짝 놀란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한 번 잘 생각해 봐.”
- 그의 말투는 마치 오늘 날씨를 얘기하듯이 자연스러워 허청아는 순간 환청을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 한참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 “박 대표님, 일부러 제 마음을 떠보는 거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 허청아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박시혁이 결혼할 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달려드는 여자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니 그녀에게 기회 따윈 차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그가 그녀의 마음을 떠보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 아마도 그녀의 야심이 어느 만큼인지 시험하는 것이겠지.
- 박시혁은 그녀의 말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 “어머니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이지? 내가 최고의 전문가들로 찾아줄 수 있어. 물론 모든 비용은 내가 부담할 거야. 동의한다면 내일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
-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그의 얼굴은 전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 ‘하지만…’
- “이유가 뭐죠?”
- “방금 얘기했잖아, 결혼할 상대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묻는다면…”
- 박시혁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네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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