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위험한 함정
고인물
Last update: 2025-03-28
제1화 남자와 동영상
- “너 남자랑 자본 적 있어?”
- 밤이 깊어지고 출장을 와서 술을 조금 마셨던 허청아는 자려고 눈을 감았지만 머리에는 절친 박가희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 “그냥 좋다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거든. 너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남자를 찾아서 시도해 봐. 아니면 스스로 해도 상관없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이 언니한테 다양한 영상들이 있거든. 내가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줄게.”
-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 기억이 나지 않는다.
-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허청아는 술기운에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고 풍성한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 이제 한 달만 있으면 26살을 맞이하게 되는 이미 성숙한 여인이지만 지금까지 남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다. 첫 키스는 물론이고 잠자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사실 박가희가 그런 얘기를 처음 한 것도 아니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해댔다. 그런데 유난히 오늘따라 이상하게 신체의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술기운에 더욱 잠들 수 없었던 것이다.
- 허청아는 몸을 뒤척이다가 여전히 몸 안의 뭔가가 꿈틀거리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렌즈도 착용않은 상태고, 또 술까지 먹은 탓에 화면이 흐릿하긴 했지만 연락처에 적은 첫 글자가 박 씨인 것을 보고 생각 없이 클릭하고 말았다.
- [동영상 몇 개 보내줘. 나 보고 싶어.]
- 상대방은 빠르게 답장으로 물음표 하나를 보내왔다.
- 허청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술기운을 빌어 좀 더 농도 짙은 농담을 던졌다.
- [뭘 모른척 하고 그래! 남자 아니면 야한 동영상 말이야. 나 지금 1501호에 있으니까 둘 중 하나만 골라서 보내 줘.]
- 마지막에 입술 이모티콘까지 덧붙였다.
- 허청아가 문자를 보내고 한참이 지났지만 답장이 없자 물이라도 마시려고 침대에서 내려온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문으로 향했다. 설마 박가희가 정말 남자를 보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문을 열자마자 허청아는 순간 술이 반쯤 깨고 말았다.
- “박… 박 대표님?”
- 그는 금방 샤워를 마쳤는지 짧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검은색 실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 허리에 느슨하게 걸쳐있는 끈 덕분에 그의 쇄골에 패인 부분에 숫자로 새겨진 문신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그 아래엔 탄탄하게 자리 잡은 복근을 언뜻 볼 수 있었다.
- 키가 크고 체구가 큰 탓에 문을 아예 막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뚜렷한 이목구비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 평소의 싸늘한 눈빛과는 달리 마치 오랫동안 자신의 사냥감을 노리고 있던 포식자처럼 그녀를 주시했다.
- “여긴 어쩐 일로… 읍!”
- 그녀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그녀의 뒷머리를 강하게 잡더니 모든 소리를 차단해 버렸다.
- 허청아는 그의 입술에서 전해지는 자신과는 또 다른 술 냄새를 맛보며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천장이 빙빙 도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그녀는 어느새 침대에 눕혀졌고, 흰색 잠옷과 검은색 잠옷이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무한한 상상을 자아냈고, 이 방 안에도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박시혁은 많이 취한 것 같았다. 아니면 성세그룹의 대표란 사람이 어찌 비서의 방으로 찾아올 수 있겠는가?
- 무의식적으로 몇 번 몸부림을 치던 허청아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 생각해 보면 자신의 순결을 이렇게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에게 주는 것도 손해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어차피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와는 예전에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1년간 짝꿍이었는데도 말이다.
-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것이다. 자신의 상사조차 회사에서 그를 만나볼 기회가 거의 없는데 더구나 자신의 신분으로 박시혁과 잤다고 얘기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
- 몇 초 동안 고민해 보던 그녀는 창가에 쏟아져 내리는 달빛에 용기를 얻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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