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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허즈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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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세운야옹이

Last update: 2022-04-02

제1화 불조심, 물 조심, 친구 조심

  • 한 상장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내 이름은 민아람, 91년생이다.
  • 나는 나보다 한 살 더 많고 홀로 사업을 시작해 수십억의 이익을 내는 회사로까지 키운 사람을 남편으로 두고 있었다. 이름은, 유형진.
  • 우리는 풍족한 재산과 함께 5년간 원만한 결혼 생활을 누려왔다.
  • 유일한 흠은 바로 우리에겐 아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나의 소원을 위해 내 남편 유형진은 집안의 압박을 무릅쓰고 지금의 딸을 입양해왔다. 가람이라고 올해 다섯 살이었다.
  • 늘 곁에 있어주는 가람이와 늘 다정한 남편 덕에 나는 점차 아이가 없다는 마음의 상처를 이겨낼 수 있었고, 난 내가 앞으로도 이렇게 쭉 행복한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 “아람아, 왠지 가람이가 클수록 점점 유형진을 닮아가는 것 같지 않아?”
  • 공원 안에서 노란 새끼 오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가람을 보며 허비아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러는 그녀의 안색이 제법 진중해 보였다.
  • “그러게, 점점 닮아가더라.”
  • 난 그것에 개의치 않았을뿐더러 속으로 질투마저 일었었다.
  • “형진이가 가람이한테 친자식보다 더 잘해줘. 하루 종일 같이 있는데 부부도 닮아가는 마당에 부녀끼리도 닮아가나 보지.”
  • 그러나 허비아는 그렇게 말하는 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그럼 가람이는 왜 넌 하나도 안 닮는데?”
  • “너 그거 무슨 뜻이야?”
  • 나는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허비아를 바라봤다.
  • “아람아, 난 너의 제일 친한 친구지만 네가 결혼을 한 뒤엔 너네 집도 자주 가지 않았었어. 근데 누구는 너네 집을 무슨 자기 집처럼 드나들면서 네 딸을 자기 딸처럼 생각하고 있잖아! 가람이한테 아빠는 하난데 엄마 행세를 하는 사람은 둘이나 있으니 가람이가 당연히 널 안 닮았지…”
  • 그 말에 나는 넋을 잃었다 이내 그녀의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채고는 화가 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허비아,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비록 너와 한진서는 늘 마음이 잘 맞지 않았던 걸 잘 알고는 있었지만 걔도 내 친구이기도 해! 걔한테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그 집안에서 반대한다고 마음이 많이 힘든 상태라 우리 집에 오는 빈도가 늘었다지만 그건 정상적인 거잖아! 넌 왜 늘 걔를 좋게 보지 못해!”
  • “한진서가 가람이에게 잘하고 내 시어머니에게 잘하는 것도 다 날 친구로 생각해서이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파렴치한 이유 때문이 아니야!”
  • 허비아는 입을 달싹이며 뭐라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나는 더는 듣지 않은 채 가람이를 안아 들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 이 허비아가 정말! 내가 사람을 단단히 잘못 봤어. 예전에는 그저 그녀가 한진서와 마음이 맞지 않다고 그런 거라고, 적어도 사람은 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 나는 화가 나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갔고 남편인 유형진은 내가 문을 들어서자 얼른 다가와 가람이를 안아 들어 다정하게 아이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 “허비아밖에 더 있어? 도대체 왜 그렇게 진서랑 못 넘어가서 안달인지 모르겠어!”
  • 내 말에 유형진이 미소를 지었다.
  • “여보, 모든 사람이 다 당신같이 착한 건 아니야. 나와 진서는 가난한 촌 동네 출신이니 허비아가 우리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도 당연한 거지.”
  • “근데…”
  • “화내지 마. 앞으로 왕래를 좀 줄이면 되지. 오늘 고생 많았어 여보, 가서 쉬고 있어. 난 가람이랑 좀 놀아주고 있을게.”
  • 유형진이 다정하게 나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 “화내면 안 예뻐.”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로 가 앉으며 다 큰 어른과 아이가 함께 소파에서 노는 것을 바라봤다. 그러나 왜인지 허비아의 말이 시종일관 머릿속을 가득 채워 괜히 짜증이 일었다.
  • 나는 유형진의 됨됨이를 굳게 믿고 있었다. 나에게 그렇게 잘 해주는 사람인데 날 배신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허비아의 말도 맞았다. 지금의 유형진은 잘생긴 데다 돈도 많으니, 나도 좀 마음을 써야 할 때가 된 건가?
  • 그러다 나의 시선이 느껴졌던 것인지 유형진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 “왜 그래?”
  •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이,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불쑥 질문을 내뱉었다.
  • “당신이 보기에 진서는 어때?”
  • 멈칫하던 유형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 “괜찮은 여자지, 전에 우리 회사에 있는 남자애를 소개해 주려고 했었는데, 아깝게도 이미 임자가 있었지.”
  • 그런 유형진의 대답을 듣자 난 한시름을 놓고 이내 입을 열려는데 가람이 불쑥 끼어들었다.
  • “난 진서 이모 싫어! 이모는 맨날 할머니랑 같이 엄마 험담을 해! 할머니는 언젠간 엄마를 쫓아내고 진서 이모 보고 가람이 엄마 하게 한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