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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다니!

  • 이 생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이에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얼굴을 두드리며 스스로에게 경고했다. 그렇게 많은 걸 생각할 것 없어. 나의 유일한 임무는 바로 그 쓰레기 같은 남자와 망할 년한테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이다!
  • 다음 며칠 동안, 나는 여전히 허비아의 집에 있었다. 유형진은 매일같이 빠짐없이 안부전화를 걸어왔다.
  • 나도 처음에는 전화를 받기 싫어하던 데로부터 차츰 유형진과 차분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 내가 유형진과 상대하는 것을 볼 때마다 허비아는 옆에서 묵묵히 나한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 나의 연기력이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이른바 출장 일자는 며칠 남지 않았고 밖에 이렇게 오랫동안 숨어있었더니 나도 가람이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 가람이가 너무 보고 싶어 나는 하루 앞당겨 나와 유형진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나는 특별히 가람에게 줄 선물을 샀다.
  • 동네에 들어서서 머리를 들어 우리 집을 보니 문득 뭔가 생각났다.
  • 나와 유형진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엄마가 몰래 준 돈으로 산 것이다. 유형진은 내가 엄마의 돈을 가져온 것을 알고는 나한테 엄청 화를 냈었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내 부모님한테 꼭 갚는다고 장담했었다.
  • 그러나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그는 한 번도 돈을 갚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창업 자금 8억 5천만이 있기 전에도 내 부모님께 갚는다고 말한 적은 있었지만 행동한 적은 없다.
  • 지금 보면 나는 정말 엄청 미련했던 것 같다.
  • 고개를 저으며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안전 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오랜만에 구빈을 만났다.
  •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시 나는 유형빈에게 꽂혀 그를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그 이후로 그와는 거의 연락한 적이 없다.
  • 그는 왜 여기에 있을까?
  • “여기에 무슨 일로?”
  • 내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 “나 여기서 살아.”
  • 이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구빈이 나랑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서 산다고. 그것도 나랑 아래위층으로.
  • “언제 이사 왔어? 여기에 집을 산 거야?”
  • 구빈이 머리를 끄덕였다.
  • “산지 얼마 안 됐어. 방금 인테리어가 끝났으니까 보러 온 거야.”
  • 말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8층에서 멈췄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며 구빈에게 예의상 물었다.
  • “우리 집은 8층인데 들렀다 갈래?”
  • “그래.”
  • 원래는 예의상 던져본 말인데 구빈이 진짜 나를 따라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는 혀를 깨물 정도로 후회스러웠지만 차분한 척하며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 문을 열면서 나는 어떤 핑계로 그를 쫓아내야 할지 고민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았고 그가 나의 생활을 아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 문을 여는 순간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이유를 찾았다.
  • “집이 좀 지저분해.”
  • 구빈은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
  • “애들이 있으면 다 이래.”
  • 나는 짜증을 참으며 구빈에게 앉으라고 하고는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일단 앉아있어. 내가 치울게.”
  • 그러나 이때 이상한 소리가 침실 쪽에서 흘러나왔다.
  • 그 소리는 성인이라면 무엇을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