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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참을 수가 없어! 반격 시작!

  • “한진서, 너 이건…”
  • 나는 온 힘을 다해 분노를 참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의아하게 물었다.
  • 한진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시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고 당당하게 나에게 말했다.
  • “진서가 가엽잖아. 이렇게 큰 변고를 당하고 하니 몸져누웠대. 사람도 야위었고. 진서는 너의 친한 친구잖아. 배도 부르고 혼자 의지할 곳도 없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우리 집에 데려다 돌봐줬어.”
  • 그 순간 나는 정말 옆에 있던 가방을 들어 이 집식구들의 머리를 마구 내리치고 싶었다.
  • 이 연놈이 내 감정을 속이고 또 버젓이 내 집에까지 들어와서 살다니. 사람을 업신여겨도 분수가 있지!
  • 유형진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여보, 기분 나쁜 건 아니겠지? 엄마가 이렇게 하시니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 이 쓰레기 같은 놈, 결국엔 책임을 모두 엄마한테 미루면서 한진서를 내보내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다!
  • 그런데 잠깐만…
  • 그렇게 인색한 그의 어머니가 어떻게 이렇게 인심이 좋을 수 있지. 그러니까 그의 어머니도 한진서 뱃속의 씨가 유형진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 세상에! 젠장,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 “기분 나쁘긴. 진서도 내 친한 친구야. 친구끼리는 의리가 중요하니까 반대하지 않을거야.”
  • 나는 타는듯한 오장 육부의 분노를 억누르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 “내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 쓰레기 같은 놈은 듣더니 기뻐하며 짐짓 내 비위를 맞추었다.
  • “진서야, 이겨내야지!”
  • 나는 화를 억누르며 관심 어린 얼굴로 한진서에게로 다가갔다.
  • 한진서의 눈이 빨개지더니 눈물 두 방울이 떨어졌다.
  • “아람아, 나는 왜 이렇게 팔자가 사나울까.”
  • “진서야, 너는 임신 중이니 쓰레기 같은 그 집식구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 그 개자식이 계속 너와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정말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잖아. 어차피 그 사람은 죽었으니 너도 낙태하고 잘 살아야 돼. 네가 왜 그 인간 쓰레기를 위해 덤받이를 낳으려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
  • 유형진을 개자식이라고 욕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한 집안을 모두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욕하고 또 한진서더러 낙태하라는 나의 말은 유형진의 부모로 하여금 철저하게 참을 수 없게 했다.
  • 유형진의 어머니는 즉시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 “너! 진서도 이미 충분히 슬프니까 더 이상 이런 말을 꺼내지 마라!”
  • 이 몹쓸 할망구는 아마 내가 한진서더러 그녀의 손자를 지우라고 할까 봐 겁이 난 거 겠지.
  • 나는 속으로 냉소를 짓고 얼굴에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왜 그러세요. 어머니. 나도 진서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요. 당신들이 진서를 개의치 않지만 진서는 내 친구인데 내가 그녀를 해치겠어요? 그녀가 지금 덤받이를 낳는다면 나중에 누가 그녀를 데리고 살겠어요?”
  • “진서야. 낙태하자. 네가 낙태를 하겠다고 하면 내가 언제든지 병원에 같이 가줄게!”
  • 나는 아주 의리있게 말했다.
  • 시어머니와 유형진은 두려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시어머니는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유형진의 눈빛에 제지당했다.
  • 그런데 한진서가 갑자기 통곡하기 시작했다.
  • “내가 천박하다고 생각해. 아람아, 네가 나와 아이를 용납할 수 없다면 나는 지금 갈게. 더 이상 네 기분을 나쁘게 만들지 않을게.”
  • 그녀가 가겠다고 하자 시어머니는 당연히 승낙하지 않았고 바로 그녀를 붙잡고 나를 꾸짖었다.
  • “아람아, 너는 지금 진서를 죽이겠다는 거냐?”
  • “한진서, 네가 이처럼 의리가 있는 사람인줄 몰랐어!”
  • 나는 감탄했다. 내 말속의 야유를 그들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 한진서 그 망할 년은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나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 “됐다 됐어. 딴 생각 말고 그냥 여기서 지내.”
  • 나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는 척을 했지만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깨달았다…
  • 내 남편이랑 불륜을 저지른 파렴치한 년이 주동적으로 집에 들어왔는데 내가 어찌 잘 다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허허. 과연 하늘도 내 편이구나.
  • 나는 이 집안사람들에게 내 것을 탐했던 것, 차지했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게 할 것이다!
  • “아람아, 이제 출장 다녀왔으니까 피곤할 테지. 먼저 샤워부터 하고 쉬어.”
  • 아마도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었는지 내가 한진서에게 이토록 진심으로 대하자 유형진 이 나쁜 놈도 민망해졌다.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저분한 거실 바닥에 시선을 옮겼다.
  • 집에 막 들어왔을 때 나는 이곳이 어제와 상황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 아마 유형진의 부모와 한진서는 한참 전에 이사를 왔을 것이다.
  • 어제 내가 돌아왔을 때 유형진의 부모는 집에 없었고 유형진과 한진서는 이 어려운 기회를 틈타 제대로 즐겼을 것이다.
  • 내가 거실 바닥을 내려다보자 유형진은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
  • “아람아, 엄마 아빠보고 청소에 신경 쓰라고 할게.”
  • 나는 유형진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어머니 아버지도 연세가 계신데 살고 싶은 대로 사시라고 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 내가 이렇게 사리 밝은 것을 보자 유형진은 또 감동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 나는 이 망할 놈들과 더 이상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피곤하다고 말하고는 몸을 돌려 침실로 들어갔다.
  • 유형진도 따라 들어와 콜라를 따라주고는 욕실로 가서 목욕물을 받아주었다.
  • 침실 문이 닫히자 한눈에 침실 안의 커다란 침대가 보였다. 머릿속에는 바로 어제 들은 것이 생각났고 속이 울렁거렸다.
  • 자, 이왕 싸울 바에는 지금부터 싸워보자!
  • “아!”
  • 나는 갑자기 땅에 풀썩 주저앉아 일부러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