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참을 수가 없어!

  • 그 말을 듣자 순간 멈칫했다. 마음 어딘가가 불편했다.
  • “형진이 오늘 출장이야, 진서는 그 사람 비서고. 둘이 같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뭘 그렇게 놀라?”
  • “둘이 간 곳이 공항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 허비아가 코웃음을 치더니 말을 이었다.
  • “너 걔네 둘 어디로 간 건지는 알아?”
  • 내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은 허비아가 옆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서류를 내게 건네줬다.
  • “내가 걔네 조사를 해봤는데, 봐봐.”
  • 나는 놀란 눈으로 허비아를 보다 손을 뻗어 서류를 건네받았다.
  • 비록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나의 손은 나도 모르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 서류를 꺼내니 순간 나의 마음이 산산조각이라도 난 것 같았다.
  • 이 서류들은 무려 4년 전의 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짧디짧은 4년간, 십수 장의 기록을 남긴 그들이었다. 날 시체 취급한 것이 아니고서야!
  •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눈이 멀어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 마음이 복잡해져 무슨 심정인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감히 어떠한 단어로도 지금 내 심정을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 그러다 머릿속을 번쩍 스치는 생각에 불쑥 허비아를 향해 한진서에게 정말로 남자친구가 있는 것인지 물었다. 허비아는 아직 찾지 못해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 그러나 그녀는 유형진과 한진서가 알고 지낸지 이렇게 오래 지났고 유형진도 한진서가 나에게 소개시켜 준 것이라 유형진이 처음부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나를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 어쩌면 그가 나를 만나려 했던 것은 사실 나의 집안을 보고, 나를 자신의 발판으로 삼아 개천남이 되고 싶어 그런 것일 거라고.
  • 그녀의 말을 들으니 가슴속이 울렁거렸다.
  • 나는 S 시에 있는 대표적인 한 모범 기업 총수의 딸이었다. S 시에서 한 손에 꼽히는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이 유형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결혼 당시 그와 결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부모님과 연을 끊었었다.
  • 그러나 나중에 그가 사업을 하면서 부모님의 집을 파는 모습을 더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를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깐 채 몰래 엄마에게 손을 벌려 8억 5천만 원을 빌렸었다. 그리고 그의 회사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아버지의 친구분들을 찾아가 사업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 유형진의 회사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다 아버지의 그 친구분들의 도움이 컸다.
  • 매일 나를 향해 달콤한 말들을 하던 다정한 남편이 알고 보니 전부 다 연기였다니!
  • 순간, 마음이 저릿해지며 온갖 감정들이 내 안에서 뒤엉켰다. 분노, 절망, 허망, 불신…
  • 허비아는 우유부단한 나를 보더니 한바탕 혼을 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경고했다.
  • “만약 이대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경제권을 단단히 틀어잡아야 해!”
  •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돈이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고.
  • 허비아는 그런 나를 보며 멍청하다고 속 터져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손에 곱게 자라 경제관념이 없어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른다고.
  • 그녀는 한참을 말해도 내가 반응이 없자 다른 방법으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아람아, 만약 유형진이 돈을 위해서 너랑 같이 있었던 거라면 그 사람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잖아. 지금 그 사람은 돈이 있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돈이 없어져봐, 그럼 반드시 그 돈 좀 꽤나 있다는 친구들한테 무시당하고 멀어지겠지. 그때가 되면 분명히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텐데 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어?”
  • 그녀의 말을 듣자 마음속에서 복수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 당연히 이대로는 못 참지!
  • “너 유형진의 계좌를 제대로 알아봐야 해, 함부로 재산 못 빼돌리게!”
  • 허비아는 한바탕 걱정을 쏟아내다 잠시 숨을 골랐다.
  • “이참에 한진서도 한번 알아보고. 걔가 받는 월급으로 어떻게 집을 사고 차를 살 수 있었겠어. 게다가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죄다 명품이던데. 걔 남자친구가 그렇게 돈이 많다고? 분명히 뭔가 있을 거야.”
  • 허비아의 말은 나로 하여금 목이 죄여오게 만들어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
  • 그리고 이때,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건너편에서 아가씨인 유예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새언니, 큰일 났어. 우리 아빠 심장병이 재발해서 기절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