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교활함

• 곧이어 유형진이 등장했다. 바닥에 쏟아진 반찬들과 접시 조각들, 그리고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 쓴 나를 보자 유형진의 얼굴은 이내 일그러졌다. 유형진은 오영희에게 부탁했다.
• “영희 누나, 바닥 정리 좀 부탁할게요. 그리고 여보, 이걸 다 뒤집어썼으니 당신은 나랑 같이 옷 갈아입으러 가자.”
• 한진서도 다가왔지만 방에 들어서지 않고 문밖에 서서 안쪽을 들여다 보기만 했다. 온몸에 반찬의 기름을 뒤집어쓴 채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을 본 한진서는 속으로 통쾌했을 것이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내 불행을 즐기는 듯한 시선이 언뜻 스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진서의 얼굴에는 짙은 걱정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