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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시어머니가 유형진을 호되게 꾸짖다

  • 이 말이 나오자 밖은 잠시 조용하더니 이어서 시어머니의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고약한 놈! 아들이 감히 엄마를 쫓아내다니! 나 못 살아!”
  • 시어머니가 억지를 부리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밖에서 대성통곡하는 소리는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한진서도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있었고 시누이도 설득하고 있었다.
  • 누군가가 설득하자 시어머니는 오히려 더욱 신이 나서 울며 유형진을 양심이 없다는 둥 유형진을 위해 얼마나 정성을 들였다는 둥 이 집을 위해 얼마나 애썼다는 둥 하면서 욕했다.
  • 유형진은 늘 효성스러웠지만 그는 체면치레를 제일 중히 여졌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이를 눈치재지 못한 모양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나무라니 그는 정말 화가 났다.
  • “그렇게 많이 정성을 들였는데 무슨 보답이 필요한지 바로 말해.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줄 테니까.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내 목숨이라도 가져가!”
  • 나는 가람이를 안고 침실에 앉아 밖에서 하는 말들을 똑똑히 들었다. 나는 그들이 계속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게 꾸짖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 “웬 난리야? 이 여편네야, 빨리 방으로 꺼져. 창피해 죽겠네!”
  • 계속 잠자코 있던 시아버지가 끝내 말을 꺼냈다.
  • 시어머니는 줄곧 시아버지를 무서워했다. 시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자 밖에서 울고 있던 소리도 뚝 그쳤다.
  • 좋은 연극이 끝나자 나는 좀 아쉬운 마음에 눈을 드리웠다.
  • 때마침 침실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 “아람아, 오늘 일은 네 시어머니의 잘못이야. 그 사람 대신 내가 사과할게. 화내지 마라!”
  • 시아버지의 사과에 나는 너그러운 척 대답했다.
  • “아버님, 저 화 안 났어요. 유형진의 부모님이면 저의 부모잖아요. 부모 자식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에요. 저는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 “네가 좋은 아이라는 것을 안다. 형진이가 너 같은 아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우리 유 씨 집안의 몇대에 걸친 복이다.”
  • “아버님, 형진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제가 닦은 복이에요.”
  • 듣기 좋은 말을 누가 못할까.
  • 시아버지는 응하고 흐뭇하게 가버렸다.
  • 곧이어 유형진이 문을 열고 들어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나를 안으려고 했다. 그러나 내 품 안에 있는 가람이가 잠든 것을 보고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 이날 밤 유형진이 딴 생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가람이를 우리의 침실에서 재웠다. 유형진은 내가 시어머니 때문에 마음이 상한 줄로 알고 줄곧 미안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 밤새도록 아무 말도 없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씻고 나와 가람이를 데리고 침실을 나서자마자 시어머니를 보았다.
  • 그녀는 거짓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며 말했다.
  • “아람아. 죽도 끓이고 만두도 사 왔어. 얼른 와서 아침 먹자.”
  • “어머니, 고마워요.”
  • 나도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대답하고는 가람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시아버지는 이미 먹고 있었고 한진서는 죽을 담고 있다가 나를 보자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 “좋은 아침!”
  • “좋은 아침!”
  • 나는 대답하고 의자를 당겨 가람이를 앉혔다. 한진서는 곧 죽 한 그릇을 담아 가람이 앞에 놓았지만 가람이는 한진서가 담아준 죽을 밀어내며 말했다.
  • “엄마, 나는 우유 마실래.”
  • “죽 먹는 게 낫지 않니? 우유를 왜 마셔?”
  • 시어머니는 한진서를 위해 의연히 나섰지만 시아버지의 눈빛 하나에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아이들은 우유을 마시면 좋은 점이 많아요.”
  • 나는 가람이에게 유유를 한잔 따라주고 나에게도 한잔 따랐다. 그들이 우유를 잘 마시지 못하는 것을 알고 또 바로 한마디 덧붙였다.
  • “아 참,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우유를 많이 마셔야 돼요, 몸에 좋아요.”
  • “나는 그게 잘 안 먹힌다. 비린내 나.”
  • 시어머니는 시큰둥하게 대답하고는 자리에 앉아 죽을 먹기 시작했다.
  • 나는 우유 한 모금 마시고 한진서를 보았다. 그녀는 자꾸만 다이닝 룸 문 앞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진서야, 너도 먹어.”
  • “나는 예쁨이와 형진을 기다려서 같이 먹을게.”
  • 한진서가 대답했다.
  • 한진서가 관심하는 사람은 유형진이지 결코 유예쁨은 아닐 것이다. 죽에 몰두하던 시아버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말했다.
  • “예쁨이는 10 시전에는 일어나지 않아. 그 애를 기다려서 뭘 해?”
  • “맞아. 그리고 형진 씨도 너무 피곤하다고 좀 더 잔다고 했어. 기다릴 것 없어.”
  • 나는 말속에 말이 있게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한진서의 눈에 스쳐 지나가는 원망을 느꼈지만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 과연 내가 예상한 대로 이 망할 년이 지금 유형진에 대한 마음은 보통이 아니다. 그녀는 지금 어젯밤에 유형진이 나랑 뭔가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웃었다. 한진서 너 질투해봐. 엄청 괴롭겠지.
  • 기다리던 사람을 기다릴 수 없게 되자 한진서는 어쩔 수 없이 아침을 먹었다. 몇 숟가락 뜨지도 않았는데 유형진이 들어왔다.
  • 유형진이 들어오는 걸 보더니 한진서는 곧 일어나 유형진에게 죽을 담아주었다. 나는 차갑게 바라보았다. 이 망할 년이 점점 자제할 줄을 모르는구나.
  • 유형진은 나와 가람이가 유유를 먹는 걸 보고 그도 한진서가 담아준 죽을 먹지 않고 혼자 우유를 따라 내 옆에 앉았다.
  • 한진서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쳐 지나갔고 시아버지도 헛기침을 하며 그릇을 밀어내며 일어나 천천히 식당을 나섰다.
  • 시아버지가 나가는 것을 보자 시어머니의 간도 다시 커졌다.
  • “형진이는 왜 죽을 안 먹어? 이 죽은 진서가 끓인 건데 너무 맛있어.”
  • 형진은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 “나는 우유를 좋아하는데 안돼?”
  • 이 말에 시어머니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오늘 가사도우미 구하러 용역시장에 나갈 건데 어떤 사람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가사도우미는 한 달에 얼마를 줄 거야?”
  • 내가 어제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한 것에 비추어 그녀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고 여전히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
  • 그래. 찾지 뭐! 그러나 가사도우미는 당신이 구한 거니까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돈은 아들과 달라면 돼. 나는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쳐다보고는 가람이를 바라보았다.
  • “가람아. 지각하겠어. 얼른 먹어.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줄게!”
  • 내가 말을 잇지 않자 시어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녀의 난감한 얼굴을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어머니, 여보, 진서야. 나 먼저 갈게.”
  • 내가 가람의 손을 잡고 식당을 떠난 뒤 나는 시어머니가 방금 한 말을 반복하고 유형진이 귀찮다는 듯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 “엄마가 알아서 해!”
  • 가람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나는 회사로 갔다.
  • 그동안 유형진과 상대하기 위해 나는 휴가를 냈었다. 내가 출근한 것을 보자 다들 안부를 물었다.
  • 한차례 거창한 인사를 끝낸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내 사무실에 돌아왔고 막 자리에 앉았을 때 홍보팀의 소윤정이 들어왔다.
  • “아람아, 네가 드디어 돌아왔구나.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 “할 말이 있으면 말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 나는 소윤정이 나를 그리워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녀는 귀찮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 “사실은 말이야. 오늘 아주 중요한 손님이 회사에 답사를 온다잖아. 나는 업무능력도 강하고 비주얼도 좋은 디자이너를 찾아서 나와 함께 접대를 하려고 했는데 네가 생각났어.”
  • “네 이 아부는 정말 듣기 좋네. 내가 승낙하기 싫어도 해야겠는걸?”
  • 소윤정이 듣더니 나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나에게 모두 맡긴다는 표정을 짓더니 또 몇 마디 인사를 하고서야 나의 사무실을 떠났다.
  • 며칠 쉬었더니 일이 많이 쌓여서 나는 오전 내내 쌓인 일들을 깨끗이 정리했다.
  • 점심을 먹고 나는 탕비실에서 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방금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탕비실 안에서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 “오늘 회사에 답사하러 온 사람은 예 씨 그룹의 예진성 대표님이래.”
  • “맞아. 나도 들었어. 예진성은 외모가 엄청난 절세미남이라며!”
  • “예 대표는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능력도 보통이 아니라던데. 그 분은 보석을 좋아해서 C브랜드에도 지분을 갖고 있대.”
  • 나는 헛기침을 하며 탕비실로 들어갔다. 나를 보자 의논하던 여자들이 바로 나를 포위했다.
  • “아람아. 나는 정말 네가 질투나. 질투나 죽겠어! 그 예진성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내가 몇 번이나 소윤정에게 부탁한 줄 알아? 윤정이는 사정없이 거절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접대 임무가 너한테로 넘어갔더라고.”
  • 디자인 팀의 장은지가 나를 붙잡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 “왜 너에게 그 임무를 안 맡겼는지 알아?”
  • 유정안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왜?”
  • “그건 네가 미남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예진성을 보고 참지 못하고 덮쳐들어 먹어버릴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아람이는 틀려. 아람이의 남편도 훈남이니 훈남에 대한 면역력이 아주 높을 거라고.”
  • 만약 예전에 다른 사람이 유형진을 이렇게 의논한다면 내 마음속에 약간의 으쓱한 마음도 있을 법도 한데 지금은 그냥 쓴웃음을 지을 뿐 사람들의 의논에 대해서는 평론할 수가 없었다.
  • 이 여인들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급급히 커피 한 잔을 갖고 떠나려고 했다. 탕비실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딩동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고개를 들어보니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늠름하고 잘생긴, 게다가 차갑고 소외감을 가진 바로 그 남자였다. 이 남자가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