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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의 공격!

  • 나는 소리를 지르며 시큰둥하게 컵 속의 콜라를 침대 위에 뿌렸다.
  • 나의 비명소리에 유형진은 곧 욕실에서 뛰쳐나왔다.
  •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것을 보고 그는 얼른 나를 일으켜 세웠다.
  • “여보, 어디 다친데 없어? 아파?”
  • “엉덩이가 좀 아플 뿐이야. 괜찮아.”
  • 나는 유형진의 손을 잡고 일어나 침대를 바라보며 애석해하며 말했다.
  • “그런데 매트리스가 아깝게 됐어.”
  • 유형진은 내 눈길을 따라 보더니 말했다.
  • “콜라를 엎지른 거야. 괜찮아.”
  • “이렇게 더러워져서 못쓰겠어. 내가 조심하지 않은 탓이야.”
  • 나는 자책하는 척했다.
  • 유형진은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 “여보, 매트리스가 더러워지는 건 작은 일이지만 당신이 다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야.”
  • “당신이 너무 좋아.”
  • 나는 애교스럽게 그의 품에 기대어 그의 말을 따라 빨리 매트리스를 바꾸자는 말을 꺼냈다.
  • “그런데 이런대로 밤에 잘 수 없잖아. 가구회사에 매트리스 하나 보내달라고 전화해 줘.”
  • “매트리스를 바꾼다고? 여보, 이 매트리스는 우리가 결혼때 산거야.”
  • 유형진은 멍해졌다. 내가 이로 인해 매트리스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할 줄은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 그의 모습을 보니 나는 그가 매트리스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모두 싸구려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더러워진 이 매트리스만 해도 몇백만 원에 산 독일 수입제이다.
  • 허, 이 사람은 지금 부자가 되어서 밖에서 애인을 키우고 사생아를 키우는 데에 돈을 팍팍 쓰면서도 나한테는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 나는 속으로 원망하면서도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그의 팔을 꽉 껴안고 애교 부리며 말했다.
  • “나도 이 매트리스가 우리 결혼 때 산거 알아. 하지만 당신도 내가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잖아. 아니면 업체에 똑같은 걸로 보내달라고 하는 건 어때.”
  • 나는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이건 유형진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모처럼 부드러운 나의 모습에 그는 순간 어쩔 수 없어 전화를 꺼내 가구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 내가 욕실에 가서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 저녁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다.
  • 야채와 고기가 함께 곁들인 좋은 음식이 식탁에 가득했다. 정교하고 영양이 있어 보이는 이 음식들은 분명히 임산부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 내가 식탁 위의 요리들을 보고 있을 때 시어머니와 시누이도 한진서를 부축하며 나와 앉았다. 시어머니는 직접 한진서에게 밥과 국을 담아주었고 시누이도 가끔씩 한진서에게 요리를 집어주었다.
  •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정신은 모두 한진서에게 쏠려있었다. 모두가 그녀에게 아이를 위해 많이 먹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 나와 가람한테 신경 쓰는 사람은 전혀 없다. 우리 둘은 마치 식탁에서 필요 없는 외부인과 같았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꽉 쥐었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진서는 요즘 입맛이 없어 하는데 나는 요리할 줄도 모르고 또 영감도 돌봐야 하잖아. 집에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은 형진뿐인데 형진은 출근해야 하니 진서를 돌볼 겨를도 없어. 그러니까 차라리 가사도우미를 부르는 게 어때?”
  • 나는 그녀가 감히 이렇게 노골적으로 한진서 이 망할 년에게 내 돈을 쓰게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나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유형진에게 애매한 태도로 말했다.
  • “어머니 말씀이 맞아. 가사도우미 한 분을 불러서 진서를 전문적으로 돌봐야 해.”
  • 말이 끝나자 유형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한진서도 얼른 입을 열었다.
  • “사람을 부를 필요 없어. 나는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
  • “너만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밥을 먹는 것이 문제이니 반드시 사람을 구해야 돼.”
  • 시어머니는 역시 눈치가 없으신 분이어서 가사도우미의 일만 생각하고 있다!
  • “그래요.”
  •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 “이 일은 어머니께 맡길게요. 수고하세요. 어머니!”
  • 한창 시끌벅적하게 말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유형진이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유형진을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매트리스 배달 기사입니다.”
  • 침대 매트리스를 배달하러 온 사람이었다.
  • 나도 따라 일어나 식당에서 나왔다. 뒤에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매트리스 배달이라고? 무슨 매트리스?”
  • 그사이 매트리스를 배달 기사분은 이미 새 매트리스를 침실에 들여놓았다. 나는 그더러 낡은 매트리스도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다.
  • 시어머니와 같이 있던 사람들도 모두 따라왔다. 기사분이 낡은 매트리스를 꺼내는 것을 보자 시어머니는 황급히 앞으로 나와 가로막았다.
  • “이건 어디로 가져가는 거예요?”
  •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고 했어요.”
  • 내가 대답했다.
  • “이렇게 좋은 매트리스가 필요 없다고?”
  • 시어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 매트리스는 몇백만을 주고 산 것인데 그냥 필요 없다고 버리는 거냐?”
  • 유형진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옹졸한 시골 아낙네이니 내가 이 몇백만 짜리 매트리스를 버린다는 것을 알면 정말 가슴이 아파 죽을 것이다.
  •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예상했던 결과이다.
  • 한진서는 즐겁게 들어와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닌가?
  • 나는 기어코 그녀로 하여금 첫날부터 편안한 날이 없게 하려고 한다.
  • “매트리스가 더러워져서 못쓰겠어요.”
  •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억울하게 말했다.
  • 과연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시어머니는 언성을 높이며 나한테 소리쳤다.
  • “더러워졌으면 씻으면 되지. 어떻게 버리려고 해? 너희들도 너무 낭비한다! 이게 살림살이를 하는 태도야? 아무리 부유한 가정이라고 해도 이렇게 써대면 금방 바닥이 나!”
  • 시어머니가 성질을 내고 있는데 유형진은 옆에서 가만히 있었다. 나는 즉시 억울한 표정으로 그의 뒤에 숨었다.
  • “형진아, 어머니가 너무 무서워…”
  • 유형진도 방법이 없었다. 그제야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 “매트리스 하나 바꾸는 것뿐인데 뭘 그리 놀라는 거야?”
  • “이게 매트리스의 문제야? 이건 몇백만 짜리라고!”
  • 시어머니는 다짜고짜 소리 질렀다.
  • “나는 파 한 단을 사도 고민하며 사는데 너희들은 몇백만 짜리 물건을 그냥 버린다고?”
  • “맞아. 새언니는 낭비가 너무 심한 거 같아!”
  • 시누이가 곧 맞장구를 쳤다.
  • “봐라. 나 혼자 네가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잖아. 이렇게 비싼 물건이 조금 더러워졌다고 버릴 필요까지는 없잖아? 안 그래, 진서야?”
  • 시어머니는 한진서를 같은 편으로 만들어 맞장구를 치게 했다.
  • 한진서는 난감하게 제자리에 서있었다. 그녀는 그렇다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그랬다.
  • 한진서가 맞장구를 쳐주지 않자 시어머니는 기분이 나빠 다시 목표를 나에게 겨누었다.
  • “내가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야. 아람아. 너도 생활을 너무 못하는 거 같아. 옷과 화장품을 그렇게 많이 사는 것도 그렇고 가람에게도 장난감을 한 무더기씩 사주잖아. 형진이가 돈을 잘 벌어오니 다행이지 안 그러면 이 집안이 어떤 꼴이 되겠냐.”
  • 이 몹쓸 할망구는 어떻게 이렇게도 파렴치할 수 있지?
  • 그녀는 유형진이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게 다 누구 때문인지 왜 생각하지 않는가?
  • 나와 유형진이 결혼해서 지금까지 사용한 생활비는 하나같이 내 돈으로 산 것이다. 유형진이 지금은 돈을 잘 벌고 있지만 그는 번 돈을 나한테 한 푼도 주지 않았다.
  • 나는 마음속으로 극도로 분노했지만 얼굴에는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유형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형진아, 당신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나는 살며시 손으로 홈웨어 주머니 속으로 자신의 허리를 꼬집어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
  • 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자 유형진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엄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람이도 일하잖아. 아람이가 자기 돈을 쓰는데 그것도 안돼?”
  • “돈을 쓰는 문제가 아니라 생활 태도의 문제지.”
  • 글자도 잘 모르는 사람이 생활태도까지 알고 있다니. 나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 “아람은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고치라고 하면 어떻게 고치겠어? 그리고 이 매트리스가 이렇게 더러워졌는데 어떻게 잠을 자?”
  • “다른 사람은 잘 수 있는데 왜 걔는 못 자냐? 남들과 뭐가 다른데?”
  • 시어머니는 유형진이 나를 감싸주는 것을 보자 마음이 불편했는지 더욱 흥분했다.
  • 가람이도 내가 서러움을 당하는 것을 보자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 “우리 엄마를 괴롭히지 마!”
  • 가람이 이처럼 나를 감싸는 것을 보고 나는 감동하여 손을 뻗어 가람이를 품에 껴안았다. 눈물이 더욱 크게 떨어졌다.
  • 이번에는 아픈 게 아니라 가람에게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 그들 모자간이 계속 날카롭게 맞서는 것을 보고 나는 즉시 가람이를 안고 침실로 들어가 이 말다툼을 그들 가족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남겨두었다.
  • 내가 가람이를 안고 가는 것을 보자 유형진도 내가 정말 화났다는 것을 알고 체면도 봐주지 않고 말했다.
  •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시골로 내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