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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재혼 플랜

그 남자의 재혼 플랜

채송화의휴식

Last update: 2024-05-21

제1화 별 다섯 개

  • 크고 깨끗한 호텔 침대에서.
  • 한지윤은 가느다란 하얀 목을 거듭 올리며 가파르게 숨을 쉬었다. 그녀의 뺨에는 붉은색이 예쁘게 물들었고 아름다운 몸매가 몇 번이고 천장으로 높이 던져졌다.
  • 이번 생에서 차진우 외에는 더 이상 다른 남자를 찾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 남자의 숙련된 스킬은 매혹적이었지만, 단점을 하나 말하자면 힘이 지나치게 강렬했다. 마치 그녀를 부서지게 하려는 듯, 힘을 다해서 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그녀는 다음에는 자신을 부드럽게 대해주는 남자랑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다음 날, 시끄러운 벨 소리가 곤히 잠든 한지윤을 깨웠다.
  • 핸드폰을 보니 비서로부터 온 전화다. 3시에 사모님들이 주최하는 다과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 그녀는 이제 막 이혼한 상태인데, 이 타이밍에, 다과회에 초대하는 이유는 뻔했다.
  • 시계를 보니 벌써 1시다.
  •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이 그녀를 꽉 조여 품에 안았다.
  • 한지윤은 누군가와 이렇게 살을 맞대고 잠을 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불편했다.
  • 그래서 그녀는 손을 뻗어 팔을 밀었다. 예상치 못한 촉감에 한지윤은 멈칫했다.
  • 근육이 다부진 팔.
  • 한지윤은 자연스레 잊혀진 어제의 파편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팔에 의해 몇 번이고 천장으로 던져졌다.
  •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한지윤은 어젯밤 난리 때문에 쑤신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났다.
  • 남자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그의 얼굴 절반이 베개에 가려져 있어, 두꺼운 눈썹과 오뚝 솟은 코만 보였다.
  •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남자는 이미 깨어 있었다.
  • 그는 허리에 목욕 타월 하나만 두른 채 창문 앞에 서서 그녀를 등지고 담배를 피웠다.
  • 한지윤의 눈은 그에게 머물 수밖에 없었다.
  •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예쁜 엉덩이. 역시 일루젼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인기남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 그녀는 황급히 수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어젯밤은 꽤 좋았어요. 별 다섯 개 드릴게요. 그리고 다음에는 제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
  • 남자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뒤돌아보았다.
  • 수표를 집어 가볍게 튕기며 피식 웃었다.
  • “다음… 이라고?”
  • 호텔에서 나오자 이미 입구에 주차하고 기다리는 송세희를 보았다.
  • 한지윤을 본 송세희의 눈은 동그래졌다.
  • “대표님, 목이…”
  • 한지윤은 세희가 가리키는 게 뭔지 알았다. 실은, 목뿐만 아니라 얼굴 외 몸 전체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 스킬은 참 좋은데 힘이 너무 세단 말이지…
  • 다음에는 너무 세게 키스하지 말라고 경고해야겠다. 그녀의 피부는 원래 하얘서 자국이 너무 쉽게 남기 때문이다.
  • “호들갑을 떨기는. 옷은?”
  • 세희는 서둘러 조수석에 있는 쇼핑백을 건넸다. 다행히도 오늘은 날씨가 조금 선선해서 스카프를 두 개 준비해 두었다.
  • 그러나 한지윤은 스카프를 옆으로 던져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 날카로운 아이라인과 빨간색 립스틱, 그리고 화려한 다이아몬드 귀걸이까지.
  • 한지윤은 순식간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대표님이 되었다.
  • 그녀가 다시 꾸벅꾸벅 졸자, 세희는 조심스레 조언했다.
  • “대표님, 스케줄 취소할까요? 어차피 그 사람들도 좋은 뜻으로 초대하는 자리는 아닐 텐데.”
  • 한지윤은 눈을 감으며 답했다.
  • “가야지. 남자 없이는 살아가지도 못하는 여편네들이잖아. 내가 도와줘야지.”
  • 1시간 후, 클럽 앞에 멈춘 차.
  • 다이아몬드가 박힌 샴페인 색 새틴 홀터 드레스가 그녀의 곡선미 넘치는 완벽한 몸매를 드러냈다. 그녀는 고급스러운 검은색 블레이저를 어깨에 살짝 걸쳤다.
  • “한지윤? 저 여자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이혼하지 않았어?”
  • “서울시 최고의 미녀? 웃기네, 그래도 결국 남자한테 버림받았잖아. 뭐가 저렇게 자랑스러운지.”
  • 와인잔을 들고 걸어가는 한지윤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오늘 기분이 좋네요, 제가 쏘겠습니다. 다들 맛있게 드세요.”
  • 그러자 누군가가 일부러 그녀를 골탕 먹이려고 물었다.
  • “한지윤 씨,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 한지윤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 “자유를 되찾았으니 축하할 만한 일 아닌가요?”
  • 가장 큰 소리로 그녀의 뒷담화를 하던, 남편이 내연녀와 바람을 피웠지만 여전히 이혼을 거부한 한 사모님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 그녀가 여흥을 즐기고 있을 때 세희가 휴대전화를 들고 오며 말했다.
  • “대표님, 차진우 대표님의 전화입니다.”
  • 그녀보고 집으로 오라는 전화였다.
  • 그녀는 아리송했다. 전에 그렇게 울고불고해도 집에 오지 않던 남자가 이혼을 한 이 타이밍에 집으로 오라고 먼저 전화한다고? 이혼도 했고, 이혼 증명서도 금고에 넣어 뒀고, 재산도 이미 명확하게 분할했는데? 무슨 용건이지?
  • 집이었던 곳으로 돌아가 보니 차진우는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