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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마무리

  • “당신 차례네요.”
  • 임수연이 재촉했다.
  • 이 순간조차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고 그에게 빨리 끝내자는 눈빛을 보냈다.
  • 법원 직원들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주변을 지나가던 다른 직원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 심유찬은 임수연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 ‘저렇게 쿨하게 이혼을 수락한 건, 내가 유라 때문에 자기를 잡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임수연이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내 생각이 맞았군. 역시 이 여자는 나랑 밀당을 하는 거야!’
  • 물론 임수연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초조한 표정으로 심유찬이 빨리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힐끗거리는 시선도 불편했다.
  • 심유찬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확인 버튼을 눌렀다.
  • 그는 이렇게 하면 임수연이 꼬리를 내리고 멈추라고 빌 줄 알았다. 하지만 끝까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 그리고 이때, 뒤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찬아.”
  • 꽃처럼 예쁜 미소를 머금은 한은정이 그에게 다가왔다.
  • 법원 직원이 서류에 마지막 도장을 찍고 서류를 접수하자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두 사람… 정말 이혼한 거야?”
  • 임수연은 그 모습을 보자 헛웃음만 나왔다.
  • 조금 전까지 뭔가 못마땅한 표정이던 심유찬은 한은정이 나타나자마자 확인 버튼을 누른 모습도 웃겼다. 얼마나 소중했으면 저렇게까지 할까.
  • 한은정은 이혼에 대해 더 언급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그의 팔짱을 꼈다.
  • “급하게 오느라 아침도 안 먹었잖아. 근처에 괜찮은 한정식집이 있는데 같이 가서 밥이라도 먹을까?”
  •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지겨워진 임수연은 조용히 걸음을 돌렸다.
  • “임수연 씨도 같이 갈래요?”
  • 등 뒤에서 한은정이 그녀를 불렀다.
  • 그녀는 심유찬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혼했지만 친구로 지낼 수는 있잖아요.”
  • 임수연은 마치 승자라도 된 것처럼 자신을 자극하는 한은정의 태도가 한심해서 담담하게 대꾸했다.
  • “저는 됐어요. 이혼하고 전남편과 친구로 지낼 생각은 없어서요.”
  • “아니면 우리 연락처라도 교환해요.”
  • 한은정의 뒤를 따르던 그녀의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 “은정이가 인맥이 좀 넓거든요. 알고 지내는 사장님들도 많아서 앞으로 좋은 취업 기회가 생기면 도와줄 수도 있어요. 이혼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한은정은 난감한 표정으로 매니저를 말렸지만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 임수연은 그녀의 발 연기를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 한은정 같은 삼류 연예인은 몇백 명 데려와도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지?
  • “수연이 삶의 질은 한은정 씨가 걱정할 필요 없어요.”
  • 임수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뒤에서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 뒤에서 다가온 남자가 임수연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 “내 한 달 매출만 해도 휘양 엔터 건물 열 채 정도는 살 수 있으니 수연이 하나 먹여 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죠.”
  • 휘양 엔터는 한은정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였다.
  • 남자는 대놓고 한은정이 주제도 모르고 설친다고 무시하고 있었다.
  • “진해준 씨…?”
  • 눈앞의 남자를 알아본 한은정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눈은 동그랗게 커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 “두 사람은 어떻게…?”
  •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심유찬도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 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임수연의 어깨에 올린 남자의 손을 쏘아보았다.
  • 그제야 이혼하자고 했던 임수연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 당연히 눈앞의 이 남자 때문이겠지!
  • 하루 이틀 사이에 이 남자와 깊은 관계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명백한 바람이었다!
  • 심유찬은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자신과의 결혼을 추진했던 당시보다 더한 분노였다!
  • 한은정도 그의 분노를 느끼고 가슴이 철렁했다.
  • “가자.”
  • 진해준은 그들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임수연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 임수연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 두 사람은 심유찬 일행을 지나쳐 어딘가로 향했다.
  • 등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저 사람 유명 비제이 진해준 아니야?”
  • “저 사람이 방송에서 언급한 상품은 일 분 만에 매진이잖아! 소속사인 스타업 엔터는 작년에 저 사람 덕분에 몇천억을 벌어들였다는 소문도 있어!”
  • “나이를 막론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야. 한 달 매출액만 해도 수십억일걸!”
  • “게다가 아버지는 그 유명한 대웅그룹 회장님이시잖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거지!”
  • 물론 심유찬의 스펙이 더 화려하지만 진해준도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았다.
  • ‘임수연은 방금 유성그룹 대표와 이혼하고 다시 재벌 2세와 깊은 만남을 가지게 된 걸까?’
  • 한은정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
  • 4년 전에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 결혼한 여자였다. 4년 뒤에 드디어 통쾌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혼하자마자 금수저에 유명 비제이인 진해준과 교제라니!
  • “너도 진유가 보낸 거지?”
  •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임수연은 진해준을 밀치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 진해준은 그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 “걔랑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오고 싶어서 왔어. 내가 한 말 농담 아니야. 너만 원한다면 바로 결혼할 수도 있어!”
  • “됐거든. 난 너희 아빠한테 맞아 죽고 싶지 않아. 삶이 얼마나 소중한데, 오래 살고 싶어.”
  • 임수연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거절했다.
  •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낸 사이였기에 말하는 태도에 거침이 없었다.
  • 진해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에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걸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한참 뒤에야 헤어졌다.
  • 임수연은 곧바로 스타업 엔터로 가서 진유를 찾았다.
  • “진해준 저 녀석 언젠가는 큰일 칠 거 같아. 잘 지켜보고 있어.”
  • 진유가 손에서 아이패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이미 늦었어. 큰일은 벌써 나버렸지.”
  • 아이패드를 집어 든 임수연은 기사 내용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 성급한 누군가가 벌써 그들의 사진과 함께 진해준이 그녀에게 고백했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던 것이다.
  •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는 했지만 이미 네티즌들은 들끓고 있었다.
  • 20분도 지나지 않아 작성자의 게시물은 조회수가 30만이 넘었다!
  • 임수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 “진해준 이 녀석, 왜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야!”
  • 진유는 대범하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 “우리 스타업 엔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도 알잖아. 걱정하지 마. 큰일은 없을 거야. 그보다 너, 이혼도 했는데 이제 슬슬 복귀해야 하지 않아?”
  • 진유는 슬쩍 화제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원래 하던 거 계속하는 게 어때? 팬들이 너 엄청 기다리고 있어.”
  • 그 말을 들은 임수연도 눈을 반짝 빛냈다.
  • “좋아. 하지만 이번에는 유라도 함께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