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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녀의 이름으로 기부하다

  • 심유월은 이런 수모가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 행사의 주최 측은 스타업 엔터였기에 여기서 더 행패를 부리면 상황을 수습하기 힘들었다.
  • “엄마, 가자.”
  • 해명할 기분도 아니었던 그녀는 손의령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 임수연은 담담하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 잠시 후, 심유찬과 한은정이 자리에 착석했다.
  • 마침 그들의 옆자리였다.
  • “저 여자 임수연 아니야?”
  • 드디어 그녀를 알아본 누군가가 뒤에서 수군거렸다.
  • “심 대표와 결혼한 거 아니었어? 왜…”
  • 4년 동안 두문불출했지만 한은정의 남자 스캔들로 의도치 않게 심유찬과 함께 기사에 오르내리게 된 그녀였다.
  • 한동안 열기가 뜨거웠던 뉴스였기에 사람들도 어렴풋이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 네 사람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었다.
  •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지만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
  • 임수연은 대범하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사실을 해명했다.
  • 백현 여자친구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안 좋은 스캔들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다.
  •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심유찬의 표정이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차갑게 굳었다.
  • 그는 임수연이 이혼하자마자 엘리트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그의 생각에 관심조차 없는 임수연은 자리에 다시 앉아 백현과 함께 경매품 리스트를 살폈다.
  • 잠시 후, 경매 행사가 시작되었다.
  • “유찬아, 나 저 티아라 마음에 들어.”
  • 경매 진행자가 상품을 가렸던 천을 벗겨내자 한은정이 작은 소리로 심유찬의 귓가에 대고 졸랐다.
  • 오늘 밤 가장 비싼 경매품으로 이미 소문이 난 유명 디자이너 제품이었다! 그리고 임수연이 점 찍은 제품이기도 했다!
  • 그녀는 티아라를 머리에 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게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 비록 꿈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티아라를 향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
  • 한은정도 도발적인 눈빛으로 임수연을 힐끗거렸다.
  • ‘내가 티아라를 보고 있었던 걸 눈치챈 건가? 내 남편을 빼앗아 간 것도 부족해서 이젠 내가 점 찍은 상품까지!’
  • 당연히 양보할 마음은 없었다.
  • 한은정이 번호패를 들자 그녀도 같이 들었다.
  • “8억 천만 원 나왔습니다 8억 2천만 원…”
  • 무대에 선 경매 진행자는 침착하게 금액을 읊었다.
  • 유명 디자이너 제품이고 한정판이었기에 시작가부터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경쟁자도 한은정과 임수연 둘뿐이었다.
  • 사람들의 묘한 시선이 두 여자에게 쏠렸다.
  • 경매가는 어느덧 40억까지 올라갔다.
  • 딩동!
  • 이때 임수연의 핸드폰에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 문자를 확인한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 상대는 심유찬이었다.
  • ‘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어?’
  • 임수연은 적잖이 놀랐다.
  • 문자 내용은 그의 성격처럼 거만하고 간결했다!
  • [주제도 모르고 날뛰지 마!]
  • 그는 그녀에게 이 티아라를 구매할 돈이 없으면서 오기로 가격만 올린다고 생각한 듯했다.
  • ‘그래!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뭐!’
  • 임수연은 다시 번호표를 들었다.
  • “80억이요!”
  • “와!”
  • 갑자기 두 배로 치고 올라간 가격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 계속 번호표를 들던 한은정은 천천히 손을 내렸고 아쉬운 표정으로 눈물까지 글썽였다.
  • “85억.”
  • 이때 조용히 있던 심유찬이 한은정의 손에서 번호표를 빼앗아 치켜들었다.
  • 그러자 또다시 탄성이 터져 나왔다.
  • 80억이면 웬만한 건물 한 채 값인데 이걸 도전하다니!
  • 임수연도 심유찬에게 고개를 돌렸다.
  • ‘사랑하는 여자가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 양보하기 싫다는 건가? 저 남자도 사랑을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한은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만큼 그녀도 양보할 이유는 없었다.
  • 임수연은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번호패를 치켜들었다.
  • “백억이요!”
  • 그 뒤로 경매가는 10억 단위로 계속 추가되더니 어느덧 180억까지 치솟았다!
  • 이미 티아라 자체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은 가격이었다.
  • “임수연 씨, 우리 얘기 좀 할래요?”
  • 한은정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이 티아라는 내가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제품이거든요. 결혼식에 이걸 쓰고 식장에 들어갈 생각이에요. 그러니 임수연 씨가 좀… 양보해 주실 수 없을까요?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없겠어요.”
  • 그녀는 굉장히 예의 바르고 겸손한 말투로 부탁했고 말하는 와중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심유찬을 힐끗거렸다.
  • 임수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여기서 물러서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녀가 한은정을 질투해서 그들의 결혼을 방해한다고 오해할 것이다.
  • ‘그래봐야 티아라지 뭐.’
  • 임수연은 더 이상 경쟁할 마음이 없어져서 흔쾌히 번호패를 내렸다.
  • “더 없으시면 경매 확정하겠습니다…”
  • “이백억!”
  • 모두가 한은정의 승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또 번호패를 들었다.
  •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