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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임수연의 주변 인물

  • “이혼한 마당에 그냥 무시해 버려!”
  • 진유는 발신자에 찍힌 손의령 세 글자를 보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임수연은 핸드폰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 “손의령 여사가 나한테 먼저 연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그럴만한 용건이 있을 거야. 일단 나가보는 게 좋겠어.”
  • 진유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말없이 임수연을 약속 장소까지 데려다주었다.
  •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손의령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임수연을 본 그녀가 찻잔을 들며 차갑게 말했다.
  • “앉거라.”
  • 나쁜 말은 전혀 입 밖으로 내지 않고도 임수연에게 극도의 모욕감을 선물하는 대단한 여자였다.
  • 임수연도 예전처럼 고분고분 명령을 들을 생각이 없었기에 당당하게 말했다.
  • “할 말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
  • 손의령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교양 없이 어른 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는 눈빛이었다.
  • “강 변호사.”
  • 옆에서 대기하던 강 변호사라는 사람이 다가와 임수연에게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 “유찬 도련님과 이혼하셨다고 하니 아이 양육권에 대해 정리할 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 “아이요? 내 아이니까 당연히 내가 책임져야죠.”
  • 임수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 “유라는 내 손녀라는 걸 잊지 마!”
  • 손의령이 가소로운 표정으로 꾸중하듯 말했다.
  • 그 말에 임수연은 헛웃음만 나왔다.
  • “유라를 손녀로 생각한 적도 없으셨잖아요.”
  • 유라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이를 한번 안아 준 적 없는 손의령이었다. 매번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유라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임수연의 대답에 화가 났는지 손의령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 그것도 잠시, 그녀는 마치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 “유라는 우리 가문 핏줄이다. 우리가 키우는 게 당연해!”
  • “제가 유라 엄마예요! 유라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저라고요!”
  • 임수연이 말했다.
  • “유라 의사는 물어는 보셨어요? 유라가 저를 선택하면 어차피 양육권은 저에게 돌아오게 돼 있어요!”
  • “유라 겨우 세 살이다. 아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야.”
  • “아이를 출산할 때 많이 고생한 점을 고려해서 충분한 위자료는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정리하시죠. 어차피 법원까지 가면 임수연 씨 재력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 강 변호사가 협박하듯이 말하더니 수표 한 장을 건넸다.
  • 금액을 확인한 임수연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 아이를 건네는 대가로 고작 2억!
  • ‘이 사람들이 나를 대리모로 아나!’
  • 손의령은 그녀와 양육권 협상으로 나온 게 아니었다. 그냥 돈으로 그녀에게 모욕감과 상실감을 선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 “수연이가 능력 없다고 누가 그래요?”
  • 임수연이 괴롭힘을 당할까 봐 몰래 뒤따라왔던 진유가 참다못해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 그녀는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며 핸드폰을 내보였다.
  • “스타업 엔터에서 유라 앞으로 4백억으로 투자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유라가 쓰는 돈은 이 계좌로 빠져나갈 겁니다. 4백억으로 유라가 대학에 가고 취직할 때까지 충분하지 않겠어요?”
  • “그건…”
  • 강 변호사는 경악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 아까부터 무표정한 표정만 짓고 있던 손의령의 얼굴에도 당황함이 스쳤다.
  • “이제 수연이는 유라를 양육하기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네요. 유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살핀 사람도 수연이고요. 유라도 수연이만 따르죠. 그러니 강 변호사님? 법정까지 가면 누가 이길 것 같나요?”
  •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임수연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 강 변호사는 난감한 얼굴로 손의령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 그들과 더 말 섞기조차 싫어진 임수연과 진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 “스타업 엔터에서 임수연한테 4백억이나 투자하겠다니!”
  • 집으로 돌아온 손의령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 사람을 시켜 조사했고 진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재벌 사모님의 단정하고 우아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잔뜩 일그러진 표정만 남았다.
  • “소문에 진유는 대표 대리인이라는 말도 있어. 스타업 엔터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고! 임수연 이년 이번에 스타업 대표한테도 꼬리친 거 아니야? 너무 이상하잖아.”
  • 옆에 있던 심유월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 이 정도의 거액이면 회사 대표의 승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심유월은 짜증스럽게 발을 굴렀다.
  • “임수연 이년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이혼하자마자 남자가 끊이지 않아?”
  • 백현이 그녀를 위해 2백억을 주고 티아라를 구매한 것도 기가 차는데 이번에는 스타업 대표가 직접 나서서 4백억을 투자하다니!
  • 정말 하나 같이 스케일이 남달랐다.
  • 심유월의 예쁘장한 얼굴이 질투로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은 임수연의 들러리나 될 것 같았다.
  • ‘나는 유성그룹 막내딸이라고! 어떻게 소박맞은 임수연 그것이랑 비교당해?’
  • 심유월은 생각할수록 짜증만 더 치밀었다.
  • 그녀는 다급히 절친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 좀 도와줘! 임수연 그년 때문에 짜증 나 미치겠어!”
  • 심유월은 상황을 간략해서 설명했다.
  • “임수연이랑 스타업 엔터 대표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이지?”
  • 하예진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 “재밌네. 내가 알기로 스타업 엔터 대표는 4년 전에 결혼했어. 그게 사실이면 임수연 걔 불륜녀잖아.”
  • “결혼했다고?”
  • 그 말을 들은 심유월은 조금 전까지 꽉 찼던 짜증이 눈 녹듯 사라졌다.
  • 그리고 머릿속에 새로운 계획이 떠올랐다.
  • “예진아, 네가 나 좀 도와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