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임수연의 말을 들은 심유찬이 생각했다. 그는 임수연이 틀림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하러 온 것이라 확신했다.
심유찬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반면 아무런 답도 받지 못한 임수연은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심란했다.
이혼은 당연한 결말이었으나, 그녀는 속전속결로 얼른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의 회사 아래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차에서 내린 심유찬은 단번에 회사 앞에 있는 가느다란 인영을 알아봤다.
그는 아주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코웃음을 날렸다.
심유찬의 눈엔 그녀가 당장이라도 잘못을 빌지 못해 아주 초조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티를 내면 낼수록 얼마 전에 콧대 높게 당당히 이혼을 들먹이던 모습이 떠올라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가 도착한 것을 본 임수연이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왔어요?”
심유찬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이럴 거였으면 진작에 잘하지 그랬어?”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임수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계속 말을 이었다.
“커피숍 가서 마저 얘기해요.”
심유찬은 더 이상 그녀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
“그렇다면, 좋아요.”
그가 사람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려도 상관없다면 그녀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임수연은 재빨리 태블릿을 꺼내 영상통화를 걸었다.
“요즘 다들 바쁜 걸 아시고 동사무소에서 화상 면담으로 업무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더라고요. 직원이 이렇게 영상통화를 통해 저희 둘의 신분을 확인하고 이혼 절차를 진행할 거예요. 이제 저희가 확답만 해주면 번거롭게 동사무소까지 갈 필요 없이 이혼 증명서를 택배로 집에서 받을 수 있어요.”
‘요즘 공공기관 업무 시스템 너무 잘 되어 있다니까.’
심유찬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임수연이 잘못을 빌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원하던 건 이혼 증명서였다.
“심유찬 씨, 임수연 씨, 두 분 모두 이혼에 동의하십니까?”
태블릿 화면에 한 중년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임수연은 태블릿 상태가 좋지 않아 볼륨을 최대한 높인 상태였다. 그런데 저쪽에서도 마이크를 사용해 말하고 있었던 탓에 대화 내용이 주변에 아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을 지나가고 있던 직원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놀란 표정이 된 사람들의 시선이 둘에게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