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 하루 종일 지언을 데리고 밖에서 놀고 밥도 먹었다. 그래도 제때에 집으로 돌아와 임예향에게 밥을 해주었다.
“안 먹어. 너를 보기만 해도 배불러.”
임예향은 언짢은 듯 말했다.
우진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요즘 임예향과 자주 다투어서 이젠 그녀와 말싸움도 하기 싫어졌다.
“그럼 내가 먹여줘야 돼?”
우진은 농담으로 임예향의 기분을 누그러뜨리려고 했다.
“너는 고작 여자에게 밥을 먹이는 능력밖에 없지. 우진아, 너도 좀 남자답게 행동하면 안 돼?”
임예향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임예향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는 무턱대고 화를 낼 리가 없다.
“다 네가 판명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잖아. 요즘 나더러 한 고객의 계약을 따오라고 하는데 만약 따오지 못하면 이번 달 상여금을 차감하겠대.”
임예향은 분에 넘쳐 말했다.
“그럼 고객이 너를 곤란하게 하는 거니?”
우진이가 물었다.
“곤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보고 함께, 함께 호텔로 가자고...”
임예향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진도 이 말을 듣더니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목소리를 깔고 물어보았다.
“누구야? 내가 이 업무를 해결할 수 있어.”
“네가 해결해준다고?”
임예향은 차가운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보며 비꼬는 듯 말했다.
“네가 무슨 능력인지 판단이나 잘해. 가서 그를 한바탕 때리면 될 줄 알아? 우진, 네가 제대로 된 직업을 찾는 것이 나한테 제일 도움이 되는 일이야. 그리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단념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너 때문에 내가 고객을 잃으면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어.”
“그럼 그 사람과 호텔가서 방을 잡으려고?”
우진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너!”
임예향은 어이가 없어서 우진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우진, 네가 만약 이런 것조차도 나를 의심한다면 차라리 이혼 해!”
임예향은 씩씩거리며 손을 내팽개치고 지언의 방으로 갔다.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고 음식을 거두고는 거실에 앉아서 TV를 보았다.
다음 날, 우진은 지언을 유치원에 보내고 DG전자로 향했다.
DG전자를 인수한 후 그는 딸을 돌보느라 회사에 온 적이 없었다. 마침 오늘 와서 상황도 보는 겸 임예향의 고객이 누구인지 조사해볼 것이다.
회사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몇 명의 경비원들이 우진을 가리키며 수군거렸다. 경비원들의 말을 듣더니 그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놈은 해고 당한 거 아니야, 왜 또 왔어?”
“해고? 그럴 리가.”
“아, 내 기억으로는 전에 오 팀장이 그를 해고할 뿐만 아니라 월급도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맞아, 애초에 판 본부장님이 시킨 일이라 나도 이놈이 더 이상 회사에 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하 대표님이 그를 지켜주고 판 본부장더러 그에게 사과하도록 했어. 왜 그런 줄 알아?”
“왜?”
“저놈의 아내 임예향과 하 대표님이 은밀한 관계래.”
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몇 명의 경비원들을 힐끗 보았다. 수군거리던 경비원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떠날 때 우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우진은 다소의 심기가 불편한 채 하군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군은 부랴부랴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