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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팀장님이 당신을 해고하려고 해요

  • 우진은 임예향에게 자기가 돈을 마련해 왔다고, 앞으로는 더 이상 그녀를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말하려 했다.
  • 하지만 그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임예향은 싸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우진, 너 어디 갔었니? 방금 병원에서 또 병원비를 재촉하러 왔어. 판 본부장님이 먼저 내주시지 않았더라면 지언은 쫓겨났을거야!”
  • 우진이가 돌아온 것을 보자마자 임예향은 화가 솟구쳤다.
  • 우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실망이 가득했다.
  • 이런 상황에서도 우진은 그 가엾은 자존심 때문에 그녀에게 분풀이를 하며 뛰쳐나가고 딸조차도 뒷전이다. 자신이 예전에 이런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니, 눈이 먼 것이 틀림없다.
  • “엄마, 아빠를 탓하지 마세요. 제가 떡을 먹고 싶다고 해서 아빠가 사러 나간 거예요. 아빠도 사실 힘들 거예요.”
  • 부모님이 또 싸우려 하는 것을 보자 지언은 아양을 떨며 말했다.
  • 우진은 화가 났었지만 딸의 말을 듣자 눈가의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몸을 쭈크리고 애지중지하는 눈빛으로 지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살며시 웃었다.
  • “지언이가 착하네, 아빠는 힘들지 않아. 며칠만 있으면 아빠가 너와 일치한 골수를 찾아낼 거야. 그때 되면 우리 귀여운 지언은 회복돼서 퇴원할 거야.”
  • “아빠, 정말인가요?”
  • 지언은 신나서 물었다.
  • “응, 아빠는 널 속인 적이 없어.”
  • 우진은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너무 좋아요, 지언이가 드디어 퇴원 할 수 있네요. 엄마, 이것 봐요, 아빠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제 말이 거짓말 아니죠?”
  • 지언은 환하게 웃으며 임예향을 바라보았다.
  • 딸의 시선을 느끼며 임예향의 얼굴에는 순간 웃음꽃이 피었다.
  • 하지만 우진에게 던져진 곁눈질은 여전히 매서웠다.
  • 딸의 병세가 위독하여 치료비도 엄청 나는데 우진의 능력으로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딸을 회복시켜 퇴원하게 할 수 있겠는가?
  • 그녀가 보기에 우진은 그저 실행이 없는 빈 약속을 하는 것뿐이다!
  • 만약 시간이 지나서 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딸에게 설명하는지 두고 볼 것이다!
  • “예향아, 신경 쓰지 마. 우진이가 나가서 돈을 빌려오지 못했지만 지언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을 거야.”
  • “우진아, 비록 네가 돈을 빌려오지 못했지만 내가 이미 너희 대신 지언의 병원비를 냈어. 어쨌든 지언이도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잖아.”
  • 판명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우진을 보며 경멸의 눈빛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 우진은 말을 듣고 천천히 일어나 싸늘한 눈빛으로 판명을 바라보았다.
  • 우진이가 싸늘한 표정으로 판명을 노려보는 것을 본 임예향은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 쳤다.
  • “우진아, 너 뭐하는 거야? 판 본부장님이 우리 대신 그 6000만 원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나와 지언은 병원에서 쫓겨났을 거야. 얼른 판 본부장님한테 사과하지 못해!”
  • “내가 왜 그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고작 6000만 원이잖아, 나 있어.”
  • 우진은 코웃음을 쳤다.
  • “네가 6000만 원이 있다고?”
  • 판명은 하하 하고 웃더니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 우진은 그저 회사의 보잘것없는 경비원인데 누가 감히 그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빌려주겠는가.
  • 임예향은 차가운 얼굴로 더욱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우진을 노려보았다.
  • 판명의 비웃음에 맞서 우진은 콧방귀를 끼더니 두말없이 손에 쥔 검은 가죽가방을 열어 한 뭉치의 현금을 판명 앞에 펼쳐서 보여주었다.
  • “여기 마침 6000만 원이야, 돈 갖고 당장 꺼져.”
  • 우진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 그는 판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이기에 판명을 쌀쌀맞게 대했다.
  • 판명은 멍해졌다. 가죽가방에 가득 찬 현금을 보자 얼굴의 표정이 굳어졌다.
  • 그는 우진 같은 보잘것없는 경비원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6000만 원을 빌려올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누가 이렇게 대범하게 월급이 1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경비원에게 6000만 원을 빌려줬단 말인가?
  • 임예향도 의아했다. 우진의 매달 월급은 1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가 어디서 6000만 원을 빌려왔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 “이 돈은 어디서 빌렸어? 사채를 빌리러 간 거야?”
  • 놀라움도 잠시일 뿐 임예향은 화난 표정으로 우진을 노려봤다.
  • 지금 상황은 이미 충분히 어렵다. 만약 우진이가 사채를 빌리러 간다면 이 집은 정말 우진의 손에 아작 날것이다.
  • 우진은 임예향을 무시하고 그저 냉랭하게 판명을 바라보았다.
  • “돈을 갖고 당장 꺼져!”
  • 판명은 바로 가지 않고 냉소적인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6000만 원은 그에게 있어 별것 아니다. 그가 우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임예향에게 그녀의 남자가 얼마나 쓸모없는 놈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우진을 비웃기 위해서였다.
  • 하지만 우진이가 진짜 6000만 원을 빌려올 줄 몰랐다. 그는 좀 뜻밖 이였고 또 내키지 않았다.
  • 그러나 임예향의 말을 듣더니 그는 눈을 반짝였다. 이것은 임예향과 우진이가 이혼하도록 부추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 “우진아, 네가 감히 사채를 빌리다니 앞으로 어떻게 갚으려고 그래? 이렇게 하면 너희 가정을 망치고 예향을 망칠 수 있다는 걸 몰라?”
  • 판명은 음흉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 “쓸데없는 말이 많네.”
  • 우진은 코웃음을 치더니 판명의 옷깃을 잡고 곧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 “너... 손 떼!”
  • 판명은 우진이가 힘이 이렇게 센 줄 모르고 깜짝 놀라서 호통을 쳤다.
  • 임예향도 우진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우진은 이미 판명을 끌고 병실을 나갔다.
  • “앞으로 다시 병원에 오면 너도 남아서 입원하게 만들 거야.”
  • 우진은 콧방귀를 끼며 판명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가죽가방을 그에게 던졌다.
  • “우진아, 너 미쳤어. 얼른 판 본부장님께 사과해!”
  • 임예향은 쫓아와서 우진을 노려보았다.
  • 판명은 바닥에서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보며 냉소했다.
  • “우진아, 너 잘 났다 그래, 내일 우리 회사에서 보자!”
  • 그는 말을 마치고 가죽가방을 들고 떠났다. 우진은 고작 경비원일 뿐이다. 회사로 돌아가면 그는 수백 가지 방법으로 우진을 괴롭힐 수 있다.
  • “판 본부장님...”
  • 임예향은 뒤쫓아 가서 우진 대신 사과하려 했지만 생각해보더니 결국 가지 않았다.
  • 그녀는 돌아서서 우진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 “우진아, 너 왜 이렇게 경솔해? 판 본부장님이 우리를 도와주셨는데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이렇게 거칠게 대하다니, 세상 물정을 전혀 몰라?”
  • 우진도 돌아서며 임예향을 바라보는데 눈에서 분노가 번득였다.
  • “내가 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지 말라고 했는데 네가 기필코 그 사람한테서 돈을 빌렸잖아. 그가 무슨 속셈인지 짐작이 안가?”
  • 임예향은 흠칫하더니 곧바로 화를 냈다.
  • “우진, 너 무슨 뜻이야? 나라고 좋아서 그에게 기회를 준 줄 알아? 전에 병원비를 내지 않았더라면 병원에서는 지언을 퇴원시켰을 거야. 네가 좀 더 일찍 돈을 빌렸더라면 내가 그에게 빌렸겠니? 나도 엄청 힘든 거 몰라?”
  • 임예향은 매우 울분이 났다. 딸의 병세가 아니었다면, 우진이가 이렇게 쓸모없지 않았다면 그녀가 어찌 자기가 혐오하는 남자에게 가서 돈을 빌렸겠는가? 어찌 그의 비위를 맞춰주었겠는가?
  • 우진은 임예향을 보더니 말했다.
  • “먼저 지언이랑 같이 있어, 난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갈게.”
  • “뭐 하러 가는데? 그리고 아까 돈은 진짜 사채를 빌린 거야?”
  • 임예향이 따지며 물었다.
  • “아니, 친구한테서 빌렸어.”
  • 우진은 말을 아끼고 돌아서며 나갔다.
  • 요즘 두 사람은 자주 싸워서 그도 좀 싫증이 났다.
  • 그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 원래는 임예향에게 진실을 말해주려고 했는데 오늘 그녀의 태도를 보니 순간 흥이 가라앉았다.
  • ...
  • 다음날, 우진은 회사에 가서 사직하고 병원에서 딸을 돌볼 계획이였다. 그는 우준이가 나서면 신속하게 지언과 일치하는 골수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 DG전자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전자회사이며 주로 방범문의 전자 도어 스코프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 우진이가 창업에 실패한 후 임예향과 함께 이곳에 와서 영업팅에 지원했는데 판명은 그가 말재간이 없다며 그를 경비원으로 추천했다.
  • 나중에야 그는 판명이가 임예향에게 관심이 있어 그를 영업팅에 남기려 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 이스트 빌딩은 총 10 층으로 모두 20명의 경비원이 배정되어 있다. 업무 범위는 주로 층간 순찰, 대문 당직, 주차 지휘 그리고 여러 가지 잡일이 있다.
  • “진이 형, 딸은 어떻게 됐어요?”
  • 우진이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대문 당직인 경비원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 이 경비원은 서경이라고 하는데 작년에 제대하고 돌아와서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경비원을 하러 왔다.
  • 서경은 원래 매우 거친 젊은이였다. 특히 금방 제대하고 돌아와서 성미가 좀 급하다. 우진이가 막 출근했을 때 그와 말다툼이 좀 있자 그는 바로 주먹을 날리며 우진을 때리려고 했다.
  • 우진은 군대에 간 적이 없지만 어릴 때부터 킥복싱과 무술을 연습하였기에 싸움으로 볼 때 전체 경비팀에 그를 상대 할 수 있는 적수는 없다.
  • 우진의 몇 번의 발길질로 서경은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 이때부터 서경은 우진을 몹시 숭배하며 만날 때마다 진이 형이라고 부른다.
  • “일치하는 골수를 찾고 수술만 하면 돼.”
  • 우진이가 말했다.
  • 서경은 ‘네’하고 대답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진이 형, 제가 오늘 판명이 오 팀장님을 찾아가는 것을 봤어요, 당신을 해고하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